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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헌재 결정 '진보재판관 4+1'이 좌우…33건 중 32건 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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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만드는 법률과 행정부의 행위가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곳이  헌법재판소다. 헌재의 결정이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현재 헌재를 구성하는 ‘9개의 기둥(재판관)’은 유남석(64·사법연수원 13기) 소장을 필두로 지난 2019년 문형배(55·18기)·이미선(51·26기) 재판관이 합류하면서 현재 진용이 완성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9명 가운데 8명이 교체됐다.

헌재 지형도 분석① 진보 쿼드+1

중앙일보는 현 재판관 체제가 만들어진 2019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1년 8개월간의 결정문 270건을 통해 헌재 지형도를 분석했다. 이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국회 선거법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신속처리안 지정(패스트트랙) 충돌사건 등 정치적 파장이 컸거나, 헌재가 위헌 결정으로 법체계를 바꾼 사건 33건은 별도 추출했다. 이를 통해 헌재의 결정은 누가 주도하고 있고, 누가 반대 의견을 내는지 파악했다.

분석 결과 주요사건에서 헌재의 의견은 '진보 쿼드(quadㆍ4)+1’이 결정을 주도하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쿼드+1은 ▶유남석 소장 ▶이석태(68·14기) 재판관 ▶김기영(53·22기) 재판관 ▶문형배(55·18기) 재판관 등 4인방에 이미선(51·26기) 재판관이 가세한 구도를 지칭한다.

반대의견 누가, 언제 많이 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대의견 누가, 언제 많이 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진보 쿼드로 분류한 유남석 소장ㆍ이석태ㆍ김기영ㆍ문형배 재판관은 주요사건 33건 가운데 32건(97.0%)에서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선 재판관은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건에선 4인방과 동일한 의견을 냈지만, 정치적 민감도가 덜한 일부 사건에선 보수 재판관들에 동조하기도 했다. 국가 등에 수용되는 토지의 환매권 제한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정주 개념이 아닌 투자 대상”이라며 규제 존치 쪽에 손을 든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 이미선 재판관을 '+1'로 분류했다.

헌재 주요심판 결정문 분석에 따른 지형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헌재 주요심판 결정문 분석에 따른 지형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사건에서 9명 재판관의 반대 의견 빈도 수는 '이석태ㆍ김기영ㆍ문형배 재판관(0건)-유남석 소장(1건)-이미선 재판관(4건)-이은애 재판관(9건)-이영진 재판관(10건)-이선애(54·21기)ㆍ이종석(60·15기) 재판관(13건)’순으로 집계됐다. 숫자가 적을수록 헌재의 최종 결정(다수 의견)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정치적 지형도를 보면 숫자가 낮을 수록 진보, 높을수록 보수 성향인 것으로 파악된다. 평균 소수 의견 건수는 5.6건이다.

'진보 4+1'의 공통점은 진보 성향 법관·재야 인사라는 점이다. 유남석 소장ㆍ문형배 재판관은 1988년 제2차 사법파동 이후 만들어진 법원 내 진보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2011년 생긴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멤버였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찬성해야 위헌 결정을 할 수 있다.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다수라도 위헌 결정이 나지 않는 구조다. 5명이라는 숫자는 자체적으로 위헌 정족수(6명)를 채울 수는 없지만, 위헌이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현실적으론 이념 성향이 비슷한 거대 여당의 입법권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 헌재가 공수처법·패스트트랙 사건 등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180석 거대 여당의 주요 정책을 수성(守城)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헌재는 공수처에 대해선 “권력분립에 위배되지 않고, 국회의 입법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도 헌재는 “국회 의사자율권의 영역이고, 신속처리안 지정 표결 전 질의나 토론이 필요하다는 규정도 없다”고 결정했다.

‘진보 4+1’과 대척점에 있는 이종석ㆍ이선애 재판관은 헌재 이념 지형도상 보수 그룹을 형성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국회 자유한국당이 지명했고,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국회 바른미래당 지명 몫인 이영진 재판관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 재판관은 진보와 보수 양쪽을 오가며 '스윙 보터(swing voter)' 역할을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재 재판관을 국회와 대통령이 각각 3인씩 지명하는 방식에선 야당 몫은 소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나머지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3인이 공정하고 이념 편향성이 없는 인사여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정ㆍ이수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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