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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화려한 슬라이드쇼로 성과 발표, 자기PR? 보여주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29)

자기 PR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자기 PR부터’라는 말이 있다. 취업할 때, 입사해 업무에 적응하며 직원들과 관계를 쌓을 때, 대외적으로 파트너사들과 협업할 때, 승진할 때 모두 자기 PR이 필수적이다.

요즘은 자기 PR도 업무 역량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는다. 점점 겸손이 미덕이 아니라, 자신의 성과나 성취를 잘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본인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면, 자신 있게 어필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때론 자기 PR이 ‘보여주기’와 혼동되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기도한다. 조직 문화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 PR을 잘한다’는 말이 칭찬인지 지적인지 모호할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 PR은 ‘보여주기식 업무’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자기 PR 잘하는 직원은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

요즘은 자기PR도 업무 역량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는다. 점점 겸손이 미덕이 아니라, 자신의 성과나 성취를 잘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요즘은 자기PR도 업무 역량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는다. 점점 겸손이 미덕이 아니라, 자신의 성과나 성취를 잘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우리 회사에는 자기 PR 잘하는 직원이 많을까? 아니면 ‘보여주기식 업무’를 잘하는 직원이 많을까? 사장의 입장에서 현명하게 분간하는 방법은 없을까?

P사의 월간 회의가 있는 날이다. P사에서는 2개의 사업팀에서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개의 사업팀장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보고했다.

사장: “오팀장, 정리를 아주 잘했네. 수고했어.”

오늘도 오팀장은 여느 때와 같이 화려한 슬라이드쇼를 보이면서 발표를 마쳤고, 사장은 오팀장을 칭찬했다. 오팀장의 팀원들은 월간 회의가 있기 며칠 전부터 야근을 하면서 보고 자료를 준비했다. 사실 내용으로 보면 한두 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지만, 디자인, 폰트, 컬러까지 고심하며 더 풍성하고 더 멋진 자료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정팀장: “사장님, 지난달에 저희 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신학기 프로모션이었습니다. 김과장의 새로운 기획안과 팀원들의 신속한 실행으로 트래픽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자료의 내용과 같이 프로모션에 대한 고객 피드백은 경쟁사보다 더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래픽 증가에 따른 제반 준비가 다소 부족했기에, CS 부분은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고객 컴플레인 수가 전월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다음은 개선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정팀장은 우선순위에 있는 중요 업무, 주요 성과, 기여한 팀원, 그리고 부족했거나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차례로 발표했다.

사장 : “오팀장, 자네 팀의 CS 지표는 어떤가?”
오팀장 : “네. 저희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CS 부문은 박대리가 담당이라서요. 박대리에게 원인 파악을 시킨 후에 사장님께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회의가 끝나고, 오팀장은 정팀장을 따로 만났다. CS 성과지표가 양팀 모두 안 좋은데, 굳이 그 부분을 언급해야 했는지, 그래서 사장한테 자신까지도 지적을 받게 해야 했는지 따졌다. 더욱이, 오팀장은 사장 보고자료를 준비하느라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쓰는 반면, 정팀장은 매번 보고자료 준비에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다.

사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정팀장의 팀은 회의할 때 모든 직원이 자신이 한 업무, 달성한 목표, 성취한 것에 대해 당당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팀장을 포함한 팀원들 모두 하는 일에 대해 회사에서 알아주길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본인 업무에 대해 자기 PR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팀장은 팀원이 실수한 부분을 비난하거나 지적하기보다 팀 내에서 공유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에 팀원들도 실수한 부분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실수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습과 경험이 될 수 있다며 격려하는 정팀장은 실행력과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정팀장은 평소 탄탄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신속한 실행을 통해 최대 성과를 내는 팀이라며 팀 PR을 한다.

오팀장 팀은 회의에서 주로 오팀장이 말하고, 다른 직원들은 듣는 분위기다. 대다수 팀원은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가 드물어, 회의에서도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워한다.

평소 오팀장은 팀원들에게 받는 보고의 내용보다는 보고서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보고서가 팀장에 대한 성의 표시이며, 업무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팀장은 눈에 잘 보이는 업무를 중요시 여기며, 잘 드러나지 않는 업무에는 관심이 낮다 보니, 팀원들도 잘 드러나지 않는 업무나 잡무를 기피한다. 팀장에게 인정받기 위해 팀원들도 ‘보여주기식 업무’에 치중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팀 내에서 업무 배치나 조정 때마다 갈등을 겪는다.

앞으로 P사에서는 어떤 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성장할까? 아마 모두가 정팀장이 이끄는 팀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P사의 사례처럼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은 성과와 효율성에 집중하며 실행력과 팀워크를 발휘하는 반면, 보여주기식 업무를 잘하는 직원은 팀워크를 저해하고 이기적인 조직 문화를 조장한다.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 본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익숙한 직원이 대외적으로도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줄 안다. [사진 piqsels]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 본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익숙한 직원이 대외적으로도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줄 안다. [사진 piqsels]

따라서 사장이라면 우리 직원이 ‘보여주기식 업무’를 잘하는 직원인지,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인지 구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 전체를 관리하는 리더가 직원 개개인의 업무 성향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아래의 몇 가지 기준이 도움되지 않을까?

실수 감추는 직원 VS 오픈하는 직원
‘보여주기식 업무’에서는 실수나 미흡한 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은 실수를 솔직하게 오픈하고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자기 PR에서는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수를 감추거나, 다른 직원 또는 외부 요인을 늘 탓하는 직원이 있다면 자기 PR보다 ‘보여주기식 업무’를 잘하는 직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효율성에 집중 VS 보고 위한 보고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보고를 위한 보고’에 사용하는 직원이 있다. 문제는 보여주기식 업무를 하는 직원의 실제 업무역량이 드러나는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는 데에 있다. 업무에 깊숙하게 들어가면 잘 모르거나,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고 업무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보여주기식 업무’만 하는 직원이 관리자가 된다면, 팀 전체의 업무역량이 하락할 수 있다.

말뿐 인 직원 VS 행동파 직원
‘보여주기식 업무’에서는 화려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목표 수치와 성과를 과대포장하고, 50만큼의 성취를 100처럼 강조하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목표달성률은 매우 낮고, 실행력이나 추진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반면, 자기 PR에서는 본인이 어떤 성취를 했고, 회사에 어떤 이익을 가져왔는지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말한 것을 실행하고, 책임감 있게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은 신뢰감이 떨어져 본인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경계하기 때문이다.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 본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익숙한 직원이 대외적으로도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줄 안다. 또한 같은 시간과 에너지로 ‘보여주기식 업무’보다 효율성과 성과에 집중하고, 실수를 감추기보다 오픈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평소 업무할 때엔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며, 맡은 일과 성취한 내용을 자기 PR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따지고 보면, 자기 PR 하는 직원이 ‘보여주기식 업무’를 하는 직원보다 영리하게 일하는 셈이다. 게다가 회사에는 경쟁력이 되고, 안정적인 팀워크와 건강한 조직문화까지 조성하니 회사 입장에선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이 많을수록 득이 된다. 과연 우리 회사에는 자기 PR을 잘하는 직원들이 많은지, 보여주기식 업무를 잘하는 직원들이 많은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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