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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역주행’ 브레이브걸스, EXID와 평행이론

중앙일보

입력

브레이브걸스(BraveGirls) 유정(왼쪽부터), 은지, 민영, 유나가 4일 서울 서초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017년 3월 발매한 '롤린'(Rollin')이 최근 다시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1]

브레이브걸스(BraveGirls) 유정(왼쪽부터), 은지, 민영, 유나가 4일 서울 서초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017년 3월 발매한 '롤린'(Rollin')이 최근 다시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1]

누군가 온라인에 올린 영상 하나로 '차트 역주행'을 일으키며 가요계의 신데렐라가 된 걸그룹.
최근 '롤린(Rollin`)'이라는 노래로 돌풍을 만든 브레이브 걸스다. 무려 4년전 발표한 노래가 역주행하면서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브레이브걸스가 처음 만들어진 2011년부터 셈하면 10년 만이고, 현재 멤버들로 재편된 2016년을 기준으로 해도 5년 만이다. 2016년 기준으로 잡은 1854일은 역대 걸그룹 중 데뷔 후 1위 달성까지 가장 오래 걸린 기록이기도 하다. 이들의 역주행 스토리는 6년 전 '위아래'로 스타가 된 EXID와 '평행이론'을 연상케 한다.

해체 직전, 역주행으로 1위까지 #군 부대 반응과 유튜브의 유통 #"절대 강자 없는 음원시장도 영향"

해체설 위기에서 반전

브레이브걸스는 본래 2011년 5인조로 만들어졌다가 2016년 7인조를 거쳐 2017년 현재의 4인조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원년 멤버들은 모두 나갔고, 현재 멤버(민영, 유정, 은지, 유나)들만 잔류했다. 하지만 이후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롤린'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실패하는 등 좀처럼 반응을 얻지 못하자 올해 초 팀을 해체하는 쪽으로 논의를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해체를 논의한 다음 날인 2월 24일 상황이 반전됐다. 유튜버 '비디터'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군에서 얼마나 뜨거운 반응을 얻는지 보여주는 편집영상을 올렸는데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2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이달 14일 SBS 인기가요에서 정상에 올랐다.

EXID는 2012년 2월 6인조로 결성됐다가 3인이 탈퇴하면서 해체설이 돌다가 소속사의 보컬 트레이너였던 솔지 등 2인이 합류하면서 5인조로 극적 생존했다. 한동안 반응이 없었던 이들도 군부대 위문공연을 위주로 무대에 올랐고, 2014년 8월 2년 만에 '위아래'를 냈지만 첫 주에 멜론차트 95위 오르는 등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가라앉는듯했다. 결국 기획사에선 외부 활동을 정리했고, 멤버들은 진로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10월 한 유튜버가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한마음 위문공연’에서 EXID의 공연 영상을 올리면서 역주행이 시작됐고, 이듬해 1월 주요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석권했다.

'메이븐'의 존재

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연합뉴스]

그룹 이엑스아이디(EXID) [연합뉴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티핑포인트』에서 어떤 제품이나 현상이 갑자기 확산하는 현상을 촉발하는 '메이븐'을 설명했다. '메이븐'은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주변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1996년 미국 작가 레베카 웰스가 쓴 소설 『아야 자매들의 신성한 비밀』은 출간 후 몇 달 동안 1만 5000여부만 팔렸으나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독서회를 한 뒤 급격히 판매량이 늘며 250만부까지 치솟았다. 글래드웰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독서회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독서회 집단이고 이들이 메이븐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브걸스와 EXID는 모두 군부대 위문공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유통되면서 대중에게까지 파급력이 미쳤다.
특히 브레이브걸스는 '군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활동의 상당량을 부대 위문공연 행사에 쏟았다고 한다. 부대 밖에서는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등이 빌보드를 공략하며 각종 신기록을 써내려가는 동안 군인들에서만큼은  2017년 내놓은 '롤린'이 군번을 이어가며 명곡으로 애창된 것이다.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지난 14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한 브레이브걸스는 “국군 장병, 예비역, 민방위 모두 감사합니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EXID의 경우는 브레이브걸스처럼 군통령은 아니었지만, 때마침 확산한 유튜브 붐과 맞물렸다. EXID 측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콘서트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도 허락했다"며 "거기에 고무된 걸그룹 마니아들이 영상 콘텐츠를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많이 올렸다"고 회고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은 입대해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군심(軍心)이 걸그룹 흥행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브걸스가 이번에 그 예를 보여준 것"이라며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최근 트렌드인 걸크러시하고는 동떨어진 남심에 호소하는 콘셉트"라고 말했다.

한편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시기적으로도 좋은 환경을 맞이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2월 음원 시장은 신곡 감소와 함께 음원 이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아이유의 2011년 발매곡 최고의 사랑OST '내 손을 잡아'와 브레이브 걸스의 2017년 출시곡 '롤린'이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 한 것은 이런 시장 환경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의 경우 EXID와 같은 300위권대부터 역주행을 시작했지만, EXID는 1위까지 두 달 남짓(11주)가 걸렸던 반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단 1주일 만에 주간차트 2위에 올랐다. 현재 음원 시장은 역주행 음원들이 별다른 장애물 없이 빠르게 차트 최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김 수석위원은 '롤린' 외에도 '역주행' 신화를 쓸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수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비대면 콘텐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가 TV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보다 소비자를 만나는 빈도가 더 높아졌다"며 "미디어 간 시청자 노출 역전 현상은 차트에서 역주행 음원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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