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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꺼리는 교도소…"4곳에 한곳 더" 지어달라는 청송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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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진보면 전경. 경북북부제2교도소 등 4곳의 교도소가 이 일대에 모여 있다. [사진 청송군]

경북 청송군 진보면 전경. 경북북부제2교도소 등 4곳의 교도소가 이 일대에 모여 있다. [사진 청송군]

청송군 "여성 교도소까지 지어달라" 
교도소는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이전 또는 새로 짓는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동네엔 혐오시설을 둘 수 없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경북의 한 지자체에선 그 반대다. "교도소를 더 지어달라"고 요구한다. 이미 교도소가 4곳이나 있는 경북 청송군의 이야기다.

경북 청송군 진보면. 교도소 4곳이 몰려 있다. [중앙포토]

경북 청송군 진보면. 교도소 4곳이 몰려 있다. [중앙포토]

22일 청송군에 따르면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18일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경북북부2교도소를 방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여자 교도소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서수환 청송군 기획감사실장은 "당시 교도관 비상대기 숙소와 법무부 연수원 유치 의사도 함께 전했고, '긍정적 검토' 정도의 의사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서울 동부구치소에 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을 청송군에서 받아주고, 사과 같은 간식을 선물하는 등 잘 대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청송군 교정시설을 방문했다.

박범계 장관, 경북북부제2교도소 방문. 연합뉴스

박범계 장관, 경북북부제2교도소 방문. 연합뉴스

사과·고추 농사를 주로 짓는 청송군 진보면에는 2010년 8월부터 2500여 명의 수형자가 있는 경북 북부 제1·제2·제3 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 4개의 교도소가 300m~1㎞ 간격을 두고 들어서 있다.

청송군의 희망처럼, 여자 교도소가 하나 더 지어진다면 청송군의 교도소는 모두 5개가 된다. 소규모 군 단위 지자체에 교도소가 이만큼 집중된 곳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청송군의 5번째 교도소 유치 희망은 2014년부터 계속됐다. 청송군 진보면 주민들은 2014년 25개 리 이장과 24개 주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청송 교정시설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러곤 주민 서명을 받아 법무부에 교도소 유치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12월 말 경북북부 제2교도소 도착하는 호송차.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 경북북부 제2교도소 도착하는 호송차. 연합뉴스

주민들은 다섯 번째 교도소로 가능하면 여자 교도소가 들어오길 원하고 있다. 여자 교도소가 생기면 기존 3개 일반 교도소에 직업훈련교도소까지 더해 커다란 ‘종합 교정 타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교도소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 

이처럼 청송군이 교도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교도소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도소 면회객 등이 지역에서 과일 등을 사 가는 등 장사에 도움이 된다. 교도소는 청송군에서 생산하는 일부 농산물을 부식 재료로 구매하고 있다. 교도관·교정시설 보조업무 종사자 등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교도관들이 교도소 일대인 진보면에 주로 머물면서, 원룸·슈퍼마켓·학교·유치원·식당 같은 생활시설이 활성화한다. 폐교·폐점 상가·빈집 등이 속출하는 일반적인 시골 지자체 면 단위 모습과는 딴판이다.

최영주 청송군 기획계장은 "수년간 교도소와 같이 지내면서 청송군에선 교도소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공생해야 할 시설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도소가 모여 있는 진보면에는 1980년 청송보호감호소가 들어섰다. 이후 2005년 청송보호감호소가 해체되면서 일부 시설은 리모델링하고 노후한 건물은 허문 다음 새로 지었다.

청송=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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