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배 눌러보면 무슨 병 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2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97)

한의사가 마치 무협영화처럼 손가락 하나 척 가져다 대고 눈을 감으면 온갖 병이 떠오르는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사진 pixabay]

한의사가 마치 무협영화처럼 손가락 하나 척 가져다 대고 눈을 감으면 온갖 병이 떠오르는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사진 pixabay]

한의사는 진단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다. 진단법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망문문절(望聞問切 )이다. 망(望)은 관찰하고서 아는 법, 문(聞)은 목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거나 하는 등의 감각을 동원하는 것, 문 (問)은 물어보고 듣는 것, 절(切)은 만져서 아는 것이다.

한의사의 상징하면 아마도 손목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하는 진맥 보는 일일 텐데, 진맥은 절진의 방법 중에 하나다. 절진은 배를 눌러보는 복진, 등을 눌러보는 배진, 아픈 곳을 눌러보는 압진, 문제가 있는 부위를 만져 보는 촉진, 그리고 맥이 뛰는 곳을 눌러보는 맥진으로 나뉜다. 즉, 한의사가 손목 하나만 가지고 병을 알아맞추는 것이 아니다. 마치 무협영화처럼 손목에 손가락 하나 척 가져다 대고 눈을 감으면 온갖 병이 떠오르는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한의학은 수천년 동안 수많은 경험치를 축척하면서 오류를 수정하고 당대의 과학적인 사고를 접목하며 발전한 엄연한 의학이다. 지금도 현대 한의학은 해부학과 조직생리학적인 세계 의학의 발전을 흡수하고, 진단면에서도 합리적 사고를 수용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지혜와 현재의 과학기술과 융합하면서 통합의학적인 방법으로 전세계 의학에 더 큰 기여를 할 것 같다.

배를 눌러보는 복진에 대해 깊이 살펴보겠다. 혈자리라고 불리는 일종의 신경학적 반응과 더불어 해부학적인 장기의 위치와 함께 살펴보면 이해가 훨씬 쉬울 것이다. 본인의 배를 꾹꾹 눌러보면서 글을 함께 읽어가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전중이라는 혈자리는 갈비뼈 네 번째와 연결된 흉골 위에 위치하는데, 양쪽 유두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화병, 즉 신경성 질환이 오래되면 이 주변의 경락이 굳어 누르면 아픔을 호소하게 된다. 심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소중한 장기라 주위에 심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많이 있다. 그런 장치를 통틀어심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예를들면 자율신경 조절도 그런 것에 속한다. 전중혈자리에서 경락의 작용은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이 공격 받을 때 심포가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명치와 배꼽의 중간에 위치한 중완은 여러 소화기관이 얼키설키 있는 곳이다. 특히 위장의 기능을 볼 수 있는데, 위염이 오래 되었거나 위장의 연동운동이 안 되어 장이 굳으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사진 pixabay]

명치와 배꼽의 중간에 위치한 중완은 여러 소화기관이 얼키설키 있는 곳이다. 특히 위장의 기능을 볼 수 있는데, 위염이 오래 되었거나 위장의 연동운동이 안 되어 장이 굳으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사진 pixabay]

중완은 명치와 배꼽의 중간에 위치한 곳이다. 이 주위는 위장과 소장으로 연결되는 십이지장 등 여러 소화기관이 얼키설키 있는 곳이다. 특히 위장의 기능을 볼 수 있는데, 위염이 오래 되었거나 위장의 연동운동이 안 되어 장이 굳으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한의학에서는 그런 상태를 담적, 담적병 이라고 부른다. 배가 말랑말랑 하지 않고 마치 밥사발 엎어 놓은 것 처럼 저항감이 느껴진다면 만성적인 위장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체하거나 급성위염 처럼 위급한 상태에서는 당연히 이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

천추는 배꼽양쪽에서 3~4cm 떨어진 곳이다. 왼쪽 천추 주변은 대장의 기능을, 오른쪽 천추 주변은 소장의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왼쪽 천추에서 골반뼈 사이까지 이어진 곳이 딱딱하면 대장의 기능이 안 좋다. 만성적인 변비·설사·장의 염증 등이 이 곳에 통증을 유발하고, 주변 근육을 굳게 만든다. 대장암이 잘 생기는 부위이기도 하다.

배꼽 아래에 석문, 관원 이라는 혈자리가 쭉 이어지는데, 단전이라는 곳이 위치해 있다. 단전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지구가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 태양이 필요하듯, 이 곳에서 만든 기운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소화, 흡수해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 곳이 소장의 기능 중에서 단순히 장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에너지대사가 제대로 일어나는지, 면역 상태가 좋은지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바로 아래에는 생식기가 위치하는데, 근본적인 에너지가 생명을 잉태하는데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주변의 혈자리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치골 바로 위에는 중극이라는 곳이 있고, 이 곳은 방광의 상태를 알아본다. 해부학적으로도 바로 아래에 방광이 위치해 있다.

가슴 중앙에서 아래로 쭉 내려와 갈비뼈와 만나는 곳은 기문, 일월이라는 혈자리인데, 간과 담낭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오른쪽에 간이 있기 때문에 오른쪽 혈자리 주변을 살피는 것이 합당하다. 반면에, 11번째 갈비뼈 주변은 장문이라는 곳이 있는데, 비장의 상태를 알아보는 곳이고, 왼쪽 주변에 비장이 위치하니까 왼쪽을 살피는 것이 합리적이다.

등 쪽의 12번째 갈비뼈 주변은 경문이라는 혈자리가 있다. 이 곳은 신장의 기운을 살펴본다. 해부학적으로 이 주변과 등 사이에 신장이 위치해 있는데, 신장이 안 좋을 때 이 주변을 톡톡 두드려보면 둔탁한 통증이 느껴진다.

아주 중요한 혈자리 몇 군데를 통해서 복진, 즉 배를 만져보고 진단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이 혈자리를 외에 여러 장기들의 위치와 근육의 반응들을 보고 더 세밀하게 진단을 하지만, 아마 일상생활에서는 이 정도만 알아두어도 내 몸을 관찰하는데 상당히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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