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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도 다녀갔다는 곳, 서울의 서쪽 식물원 옆 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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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쿠바계 작가 헤르난 바스의 그림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분홍 플라스틱 가짜 미끼 새’(303.5x504.8㎝). [사진 스페이스K]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쿠바계 작가 헤르난 바스의 그림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분홍 플라스틱 가짜 미끼 새’(303.5x504.8㎝). [사진 스페이스K]

서울 마곡동 산업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서울식물원과 이웃 스페이스K 서울(이하 스페이스K)미술관이 건축과 미술·식물 ‘덕후’의 답사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식물원 옆 미술관’ 컨셉트다. 화가 헤르난 바스(Hernan Bas· 43)개인전 ‘모험, 나의 선택’ 엔 최근 방탄소년단의 RM도 다녀갔다.

서울식물원 이웃 ‘스페이스K 서울’ #청춘의 고뇌 그린 헤르난 바스 전 #젊은 층 관람객 n차 방문 줄이어 #가로 5m 세로 3m 작품의 감동까지

스페이스K는 공간과 작품이 함께 관람객을 압도한다. 천장 최고 높이 10m인 전시장에 가로  5m, 세로 2~3m인 초대형 작품 두 점 등 총 20여 점의 그림이 걸렸다. 평면 회화가 주는 감동을 새삼 일깨운다는 점에선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떠올리게 한다. 대형 화면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현란한 색채, 세밀하고 힘 있는 붓질의 흡인력이 강력하다.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쿠바계 작가 헤르난 바스의 그림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젊은이와 바다’(213.3x192.9㎝). [사진 스페이스K]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쿠바계 작가 헤르난 바스의 그림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젊은이와 바다’(213.3x192.9㎝). [사진 스페이스K]

헤르난 바스는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쿠바계 작가다. 세계적인 컬렉터인 루벨 컬렉션에 소개되면서 단숨에 스타로 부상했다. 이후 LA현대미술관(2005), 베니스 비엔날레(2009) 전시로 주목받았고 현재 휘트니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만난 한 부부는 “바스 전시를 보려고 스페이스K를 처음 찾았다”며 “수원 동탄에 살지만 유모차를 차에 싣고 나들이 겸해서 왔다”고 말했다.

전시엔 2007년부터 최근 작품까지 고루 배치됐다. 2010년 전후로는 추상적 풍경 속에 인물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시간이 갈수록 인물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게 특징. 거의 모든 그림에 나른하고 불안해 보이는 청년들도 눈에 띈다.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는 “바스의 작품은 미성년인 소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았다”며 “추억과 환상, 공포 등을 뒤섞으며 극적인 장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영감 받은 작품 ‘소년과 바다’ 등 신작 다섯 점과 미국 외곽도시의 풍경을 디스토피아처럼 묘사한 대형 작품 ‘분홍 플라스틱 미끼 새(Pink plastic lures)’ 등도 눈길을 끈다. 황인성 스페이스K 큐레이터는 “인생의 선택지 앞에서 고뇌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서 그런지 두세 번 방문하는 젊은 층 관람객이 특히 많다”고 전했다. 이 전시는 5월 27일까지다.

미술관 옥상 자체가 공원인 스페이스K 서울 미술관.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했다. [사진 신경섭]

미술관 옥상 자체가 공원인 스페이스K 서울 미술관.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했다. [사진 신경섭]

스페이스K 서울 전시장 전경. 헤르난 바스 전시는 5월 27일까지다. [사진 이은주]

스페이스K 서울 전시장 전경. 헤르난 바스 전시는 5월 27일까지다. [사진 이은주]

스페이스K 전시장 입구. [사진 이은주]

스페이스K 전시장 입구. [사진 이은주]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코오롱그룹이 마곡에 사옥 ‘코오롱 원앤온리(One&Only)타워’를 건립하면서 105억원을 들여 공공기여 형식으로 짓고 지난해 9월 개관했다. 미술관은 준공과 동시에 서울시에 기부채납됐으며 코오롱에 의해 20년간 운영된다.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은 공원 언덕처럼 보인다. 건물이 야트막하게 자리 잡았고 지상에서 자연스럽게 계단으로 연결되는 옥상은 사람들이 올라가 쉴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14년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했다.

서울식물원에서 전시가···

서울식물원에도 실내 정원과 야외 공원, 마곡문화원(국가등록문화재) 등 볼거리가 많다. 식물원은 2019년 5월 개관 이후 아카이브 전시 ‘마곡이야기’ 등 식물 문화를 주제로 미술품 전시를 꾸준히 열어왔다. 현재는 지난해 11월부터 식물문화센터와 마곡문화관 두 곳에서 ‘숲의 이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본래 지난 14일 막 내릴 예정이었으나 4월 4일까지 연장됐다.

서울식물원 '숲의 이면' 전시. 뒤에 보이는 작품은 이재삼 작가의 작품이다. [사진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숲의 이면' 전시. 뒤에 보이는 작품은 이재삼 작가의 작품이다. [사진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실내정원. [사진 이은주]

서울식물원 실내정원. [사진 이은주]

김미경, 남화연, 박형근, 이재삼, 파랑 등 쟁쟁한 5인이 내놓은 21점이 모두 흥미롭다. 숲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포착한 제주도 출신의 두 사진작가 박형근과 김미경의 작품들과 이재삼 작가의 대형 목탄화도 눈길을 끈다. 정수미 서울식물원 큐레이터는 “식물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미술 작품을 보는 관객이 대부분이지만 그 수는 일반 미술 공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더욱 좋은 작가와 작품을 골라 선보이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식물원 온실은 건축 덕후들이 찾는 답사코스로도 유명하다.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한 곳으로, 런던의 ‘큐 왕립식물원’ 등을 벤치마킹해 ‘공원 안의 식물원’이란 컨셉트로 문을 열었다. 온실 외벽은 삼각형 유리창 3180장으로 이뤄져 있고, 천장을 덮은 반투명 판은 플라스틱 신소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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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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