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수사지휘 무리수 판명…합동감찰로 뒤집기 나서나

중앙일보

입력 2021.03.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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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 방문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 방문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뉴스1]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판과 관련한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종결한다고 법무부에 보고했다.

“한명숙 사건 위법한 수사 살펴라”
지난주 법무부·대검에 감찰 지시
수사 비위 드러나면 검찰개혁 명분
야당 “혼란 야기 책임져라” 사퇴론

대검은 21일 “‘대검 부장회의’를 거친 ‘한명숙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3월 5일 처분(혐의 없음)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사건을 재심의한 19일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 결정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명숙

한명숙

이 회의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 전국 고검장 6명 등 14명이 표결에 참여해 10명이 모해위증에 가담한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냈다. 기소 의견은 2명이었고, 2명은 기권했다.

재소자 김씨는 ‘2011년 2월 21일’과 ‘같은 해 3월 23일’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에서 한 전 총리 유죄에 힘을 실어주는 허위 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이러한 김씨에 대한 기소 여부는 위증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수사팀을 처벌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22일 밤 12시까지다.

박 장관, 수사지휘 재발동 쉽지 않을 듯

박 장관이 대검의 무혐의 결론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 시간까지 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재소자 김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하라고 조 대행에게 지시해야 한다. 이 경우 2015년 대법원 확정 판결과 대검의 두 차례(지난 5일, 19일) 무혐의 처분을 뒤집는 헌정 사상 초유의 수사지휘권 재행사가 된다.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박 장관이 대검의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앞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17일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관련 브리핑에서 ‘박 장관은 기존 무혐의 처분이 유지돼도 수용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박 장관이 대검에 “의견을 청취하라”고 지시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표결까지 참여했고,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냈다.

대검 확대부장회의에는 당시 수사팀에서 재소자 조사를 맡았던 A부장검사가 직접 출석해 “위증교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대행은 임 연구관에게 A부장을 상대로 “질문하라”고 하자 임 연구관은 “없다, 질문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사양했다고 한다.

대검의 결정이 나오자 야권은 “그릇된 판단으로 국민과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이들은 책임져야 한다”(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며 박 장관의 사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21일 “박 장관이 검찰청법 8조를 근거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으나 이는 매우 위법·부당한 권한남용”이라며 박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런 상황을 박 장관이 ‘감찰 카드’로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17일 “2010년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 위법·부당한 수사 절차·관행에 대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와 개선방안을 신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나 사건 관계인 가족과의 불필요한 접촉,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이나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 관계인 소환조사 정황 등이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내용이 밝혀지더라도 징계 시효 3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징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감찰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장관이 주의나 경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사팀의 비위 의혹이 드러날 경우 대검 확대회의의 무혐의 결론과 엮어 검찰에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가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로 잠시 주춤했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를 다시 추동할 명분도 쌓을 수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박 장관이라고 무혐의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겠나. 지지자들의 비난을 검찰로 향하게끔 해 ‘공공의 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당 “검찰 제 식구 감싸기 끝내야”  

한편 대검의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은 ‘검수완박’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조남관이 주도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을 냈다. 한심한 결론”이라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역사에서 사라질 제도를 만들어내겠다”고 썼다. 그는 앞서 “정치검사 윤석열은 물러났으나 그 자리를 새롭게 조남관이라는 정치검사가 채웠다. 조 직무대행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은 “보안각서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10분 만에 회의 결과가 유출됐다. 검찰 그리고 이와 공생하는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직접 비판 대신 “이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다.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쓴 정의당 출신 신장식 변호사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했다.

하준호·김수민·강광우·김준영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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