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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소리나는 20억짜리 시계···패션업계 '귀'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이후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음악·음원 등 오디오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 사진 언스플래시

코로나19 이후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음악·음원 등 오디오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 사진 언스플래시

코로나 사태 2년째. 멋진 볼거리 중심이던 패션업계가 귀 사로잡기에 나섰다. 길어진 실내·나홀로 생활 속에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을 더욱 ‘개인의 취향’이라 여기는 2030세대의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옷 브랜드가 웬 이어폰? 

21일 조사업체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가 시간에 가장 많이 한 활동은 ‘유튜브 감상(72.8%)’과 ‘음악 감상(64.4%)’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20일부터 닷새간 전국의 만 15~39세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실내 위주의 여가 생활에서 영상·음원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높아진 것이다. 특히 유튜브가 동영상 위주에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나 상황별 음악 등 오디오 분야로 세분화하는 점을 감안하면 ‘소리’는 젊은 층의 일상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 패션브랜드 준지는 음향·오디오 전문기업 크레신과 함께 무선 이어폰 '트위그(TWIG)'를 선보였다.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브랜드 준지는 음향·오디오 전문기업 크레신과 함께 무선 이어폰 '트위그(TWIG)'를 선보였다.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실제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준지(JUUN.J)는 최근 옷이 아닌 무선 이어폰을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차갑지만 지성미가 느껴지는 알루미늄 소재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검은색을 입히고 고급 가죽 케이스를 제작하는 등 마치 옷을 디자인하듯 이어폰을 디자인했다. 이어폰 자체는 삼성과 소니의 음향기기를 생산하며 ‘피아톤’, ‘오딕트’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국내 오디오 전문기업 크레신과 협업했다.

올 가을·겨울 시즌에는 이어폰의 시작음이나 연결음에 자체 브랜드 사운드를 넣을 계획이다. 익숙한 로고송처럼 사운드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떠올리는 효과를 노렸다. 김재수 준지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체 활동은 크게 줄어든 반면 오감에 더욱 집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각·후각·촉각·미각 등 5감각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다각도로 경험하고 호감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억짜리 ‘째깍째깍’…오감이 번쩍

고가의 명품 시계도 모습보다 소리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유튜브에 ‘갤러리아 마스터피스 ASMR’이란 제목으로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된 한정판 명품시계의 부품들이 움직이며 나는 초침 소리를 담았다.
이탈리아 ‘파네라이’의 1억6000만원대 시계, 20억원 상당의 ‘예거르쿨트’를 비롯해 최근엔 1억7800만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시계 ‘바쉐론 콘스탄틴’ 소리도 등장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에 익숙한 20대 미래 고객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시작했다”며 “시계 애호가들의 ‘드림 워치’에 대한 관심이 해당 콘텐트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서 열린 '루이뷔통 남성 단독 팝업 스토어' 모습. 사진 신세계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서 열린 '루이뷔통 남성 단독 팝업 스토어' 모습. 사진 신세계

존재감이 미미하던 매장 내 음악은 이제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오늘의 메뉴’가 됐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팝송과 가요 중심이던 매장 음악을 유명 피아니스트 윤한, 예슬의 전당과 함께 고른 곡들로 바꿨다. 샹송·재즈·일렉트로닉 등 백화점에 잘 어울리는 3000여 곡을 선정해 고객들이 평일·주말, 각 시간대와 여성·남성패션 등 장르 별로 가장 어울리는 곡들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핵심 고객층인 2030대의 매출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를 트렌디하게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말 오후 2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영패션 전문관을 방문한 A고객은 ‘파이어플라이즈(Fireflies)’라는 일렉트로닉 팝을 들을 수 있지만, 신세계 대구점 식당가에선 루이 암스트롱의 ‘헬로 돌리(Hello Dolly)’를 듣게 된다. 이달 들어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무소르그스키의 ‘미술 전람회’등 봄을 대표하는 대중적인 클래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AI·무선 기술로 ‘오디오 생활’가속화

여성 뮤지션 스텔라장과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협업한 '벚꽃송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 이니스프리

여성 뮤지션 스텔라장과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협업한 '벚꽃송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 이니스프리

제품에 어울리는 노래를 전면에 내건 화장품 브랜드도 있다. 이니스프리는 3월 ‘제주 왕벚꽃 톤업 크림’을 출시하면서 여성 뮤지션 스텔라장과 함께 ‘벚꽃송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공개했다. ‘블루 턴즈 핑크’라는 노래의 가사는 기나긴 겨울에도 끝은 있으며 봄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니스프리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러든 마음을 벚꽃잎에 모두 털어버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2030 고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콘텐트를 통해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스피커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IT기기가 일반화하면서 오디오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AI스피커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IT기기가 일반화하면서 오디오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김규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오디오는 시선을 고정해야 하는 동영상과 달리 멀티태스킹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이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광고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무선 이어폰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기술이 확산 되면 이런 변화는 더욱 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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