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병원·여탕 불법 촬영까지"…'자급자족' 제2의 소라넷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불법사이트가 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터넷 캡쳐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불법사이트가 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터넷 캡쳐

 화장실이나 병원 등에서 찍은 불법 촬영물을 퍼뜨리는 ‘제2의 소라넷’이 등장했다. 해당 불법 촬영물 공유 사이트는 경찰의 수사 착수 이후인 지난 17일까지도 “우회해 접속하라”는 공지를 올리는 등 활발히 운영됐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현재 해당 사이트와 트위터 계정은 폐쇄된 상태다.

지난해 7월 개설된 이 불법 사이트를 다녀간 사람은 지난달 기준 총 7만명이 넘는다. 이 사이트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찍힌 성관계 동영상 등 불법 촬영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촬영 장소는 화장실, 병원, 여탕, 집 등 다양하다.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를 해킹해 집 내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촬영하는 펫 캠, 노트북의 카메라를 해킹하는 식이다.

회원들이 촬영물 올려서 포인트 적립…자급자족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강정현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강정현 기자

해당 사이트의 불법 촬영물은 자급자족 형태로 퍼졌다. 가입 회원들이 스스로 촬영하거나 확보한 불법 촬영물을 올리면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 포인트로 다른 회원의 영상자료를 구매할 수 있다. 영상마다 포인트 가격이 다르고 영상을 업로드 하지 않을 경우 포인트는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가상화폐를 사용해 이용자 추적을 막는다는 점에서 N번방과 흡사한 형태로 운영됐다.

‘○○일보’라는 불법 촬영물 사이트가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 건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면서다. 청원인은 “지난해 7월 처음 개설돼 올해 2월 21일 기준 7만명에 가까운 회원 수와 3만명 넘는 일일 방문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며 “고발용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문제가 되는 자료들을 수집해놨고 이는 2015년 논란된 소라넷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인은 정부에게 해당 사이트를 수사하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청원은 19일 기준 7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아청법'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 성인 영상도 처벌 대상

해당 불법 사이트가 논란이 되면서 남초 커뮤니티(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는 변호사 자문을 구한 뒤 내용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청법에 걸리는 영상이 아니면 상관없다” “포인트 충전하고 다운 받았는데 아청만 없으면 안 걸리는 거냐”와 같은 글도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해 5월 19일 이후 성폭력처벌법 등이 개정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도 강화됐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이 아니더라도 불법 촬영물, 복제물을 소지·구매·저장하면 처벌 가능하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는 “성인 영상의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없는 불법 촬영물은 물론 촬영 당시에는 동의가 있었더라도 유포에 동의가 없었던 영상물·복제물에 대해서도 소지, 구매, 저장, 시청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가 수사에 들어가자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과거 지식인 답변을 가져와 공유했다. 커뮤니티 캡쳐

해당 사이트가 수사에 들어가자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과거 지식인 답변을 가져와 공유했다. 커뮤니티 캡쳐

한편 'N번방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불법 촬영물로 인한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범죄 피해자는 총 4953명으로 전년(2087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은 불법촬영이 2239건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인 김모(27)씨는 "N번방 사건 이후로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던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 줄 알았는데 바뀐 게 없다"며 "불법행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 방식이 더 견고해졌다는 사실이 허탈하다"고 털어놨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