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컷 세계여행] 크다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르네오 라플레시아

꽃이 커도 너무 큽니다. 스마트폰은 비교도 안 됩니다. 이 꽃이 지구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Rafflesia) 꽃입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열대 우림에서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우리나라에선 주로 봄에 꽃이 피는데, 1년 열두 달 더운 적도의 정글에선 꽃 피는 계절이 따로 없으니까요. 아무리 커도 꽃은 꽃인지라, 라플레시아 꽃도 기껏해야 1주일 피었다 집니다.

라플레시아 꽃은 지름이 1m나 됩니다. 무게도 10㎏이나 나갑니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운 꽃이지요. 흥미로운 건, 라플레시아는 꽃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넝쿨 식물의 줄기나 뿌리에서 기생해 잎도 없고, 줄기도 없고, 뿌리도 없습니다. 스스로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다른 식물의 양분을 뺏어 그 큰 꽃을 피웁니다. 고약한 냄새로도 악명높지요. 파리를 꾀려고 시체 썩는 냄새를 풍깁니다. 나비가 아니라 파리를 부르는 꽃이라니요.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은 아름답지도, 향기롭지도 않습니다. 다만 클 따름입니다.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봅니다. 꽃 피는 계절, 우리 산야의 작고 여린 봄꽃이 더 눈에 밟히는 까닭입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