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

[권혁재 핸드폰사진관]나비로 월동하는 겨울 나비 삼총사

중앙일보

입력 2021.03.20 07:00

업데이트 2021.03.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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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밤과 낮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니
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더구나 나비마저 나풀거리니 말입니다.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강원도 횡성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각시멧노랑나비를 만났습니다.
비 온 아침인 데다 강원도니 제법 쌀쌀했습니다.
그런데도 숲에 각시멧노랑나비가 앉아 있었습니다.
날은 차도 봄은 봄이다 싶었습니다.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봄 나비에 겨워 있을 때,
이강운 박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각시멧노랑나비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나비가 나니 봄이 아니냐며 보통 저한테 질문을 많이 하죠.
그런데 얘는 어른 나비로 월동하기 때문에
얘들이 난다고 해서 봄이 온 건 아니에요."

이 친구는 봄에 난 나비가 아니라
나비인 채로 월동하는 친구였던 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겨울 나비인 겁니다.

그렇다면 그 추운 겨울을 어찌 나비인 채로 난 걸까요?
이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합니다.

"특히 올해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졌거든요.
온도가 아무리 떨어져도 거뜬히 겨울을 나는 이유가
얘들이 변온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영상 12도 이상 되면 나풀거리며 날게 됩니다."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각시멧노랑나비/20210316

원래 각시멧노랑나비는 쉴 때 날개를 펴지 않습니다.
날개를 펼쳐야 보이는 노란색을 숨겨둔 겁니다.
날 때만 고운 노란색이 나풀거립니다.
자신의 색을 감추고 쉬는
비밀스러운 이 친구에겐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개에 누런빛이 더 돕니다.
며칠 있으면 알을 낳기 시작할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날개가 너덜너덜해져요.
죽을 때가 되면, 연어처럼 그렇게 되는 거죠."

아! 그렇게 고된 겨울을 나고선
봄이 오면 생을 마감하는 슬픈 운명의 나비인 겁니다.

뿔나비/20210316

뿔나비/20210316

햇살이 들고 온도가 오르자 하늘을 나는 뿔나비가 보였습니다.
휴대폰을 셀카봉에 연결한 채 쫓아갔습니다.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은 친구에게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나비에겐 심리적인 거리가 있나 봅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급히 날아가 버립니다만,
셀카봉이 다가가면 경계를 덜 합니다.
바로 코앞에서 그들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뿔나비/20210316

뿔나비/20210316

이 친구는 입 모양이 툭 튀어나와 뿔처럼 생겨 뿔나비입니다.
이 박사가 들려주는 이 친구들의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얘들은 팽나무에 알을 굉장히 많이 낳고요.
애벌레들이 생명력이 강해서
잎이 하나도 없을 정도까지 먹어치웁니다.
나중에 그 밑을 지나가다 보면,
애벌레들이 잎 갉아먹는 게
우수수 소리가 날 정도입니다."

네발나비/20210316

네발나비/20210316

마지막으로 네발나비를 만났습니다.
날개를 접었을 땐 마치 마른 낙엽 같습니다.
그러니 쉽사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루에,
어른 나비로 월동하는 세 친구를 만난 건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박사도 하루에 다 만난 건 처음이라며 네발나비 설명을 했습니다.

"사실 붉은 나비가 날면 아직 겨울이고, 하얀 나비가 날이야 봄인 겁니다.
어른 나비로 겨울을 나는 네발나비나 뿔나비는 붉잖아요.
그런데 흰나비과 얘들은 번데기로 월동하거든요.
그 친구들이 나와야 비로소 제대로 된 봄인 겁니다."

네발나비/20210316

네발나비/20210316

날개를 편 네발나비의 색은 곱디곱습니다.
그 험한 겨울을 견뎌냈다는 데도 말입니다.

네발나비/20210316

네발나비/20210316

그런데 이 친구들이 네발나비인 이유가 뭘까요?
곤충은 통상 발이 여섯개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얘들 다리 두 개가 퇴화해서 네발로 다닙니다.
앞발 두발이 필요가 없어 흔적기관으로 남은 거죠.
아마도 곤충들 전체가 네발로 바뀔 겁니다.

네발나비과가 제일 종수가 많거든요.
진화의 큰 틀을 보면 종수가 많은 데로 가니까 그리될 겁니다."

네발나비/20210316

네발나비/20210316

참으로 신비한 곤충 세계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오묘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사실 대체로 나비가 날면 봄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각시멧노랑나비, 뿔나비, 네발나비는 지난해 난 친구인 겁니다.
춘래불사춘이듯,
춘분에 본 나비 삼총사는 겨울 나비인 겁니다.

나비 날개, 입, 다리 등을 정밀하게 초점을 맞추는 법,
빛을 이용하는 법과
이강운 박사가 들려주는 신비한 나비 이야기는 동영상에 담겼습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핸드폰사진관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 방송국 힙(Hib)과 함께
곤충을 포함한 생물 사진과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 업로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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