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김치 파리 날리기 시작···'알몸 배추' 공포, 한국 습격

중앙일보

입력 2021.03.20 06:00

김치. pixabay

김치. pixabay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59)씨는 최근 점심 메뉴 고르는 게 고민이다. 보통 회사 근처 식당에서 동료들과 한식을 먹는데 대부분 ‘김치’가 들어가 있어서다. 이씨는 “자주 먹던 김치찌개나 청국장 가게에 발걸음을 안 한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요즘 매장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이 김치에 손을 안 댄다. 포장하는 분들도 김치 대신 단무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산 김치를 쓰고 싶어도 가격이 3~4배 정도 차이가 나 엄두를 못 낸다”고 설명했다.

이런 ‘김치 기피’ 현상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한 영상이 화제가 되며 시작됐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배추 절이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야외에 구덩이를 파놓고 비닐을 씌운 채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특히 알몸으로 보이는 남성은 누런 물 안으로 직접 들어가 맨손으로 배추를 건져 녹이 슨 굴착기에 싣기도 한다. 영상이 퍼지면서 중국산 김치 기피 현상이 벌어졌고 여파가 일반식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中 알몸 배추 절임 영상…식약처 "과거 영상" 

중국에서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라며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중국에서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라며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의혹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19년 이전에 촬영된 영상이기 때문에 해당 배추가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해당 영상은 지난해 6월 중국 커뮤니티에 올라온 적이 있으며 2018년에도 유포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식품정책과 마정애 사무관은 “당시 중국 당국이 문제를 인지해 2019년부터 물에 풍덩 담그는 절임 방식을 전면 금지했다”며 “해당 영상은 최소 2019년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수입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2019년에는 어떨까. 마 사무관은 “과거를 기준으로 해도 수입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영상에서 보이는 배추의 색깔과 식감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김치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공장 현지 실사를 했는데 적어도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의 절임 배추는 야외가 아닌 공장 안에서 위생적으로 제조된다”며 “배추를 절이는 통도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논란 이어지자 식약처, 전문가 불러 객관적 의견 들어  

지난달 1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김치.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김치. 연합뉴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식약처는 18일 소비자단체와 학계, 업계 등이 참석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객관적인 의견을 들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영상에 나타난 절임 방식은 배추의 색상이 변화하고 조직이 물러지는 등 변화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배추김치를 제조하는 재료로 사용하기는 부적합하다”며 “전통적인 김치 제조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무혁 대구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한번 이색·이취가 발생한 절임배추는 아무리 씻는다 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통관 단계에서 관능검사(제품 성질ㆍ상태, 맛, 색깔 등)로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 또 물리적ㆍ화학적ㆍ미생물학적으로 오염상태 등을 확인하는 정밀검사를 추가로 진행하여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이번 논란 이후 수입 절임 배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통관 단계에서 현장 검사 및 정밀 검사를 강화했다. 마 사무관은 “이전에 하지 않았던 식중독균 검사도 추가했다.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현장 검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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