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젖 먹는 새끼 보노보 반전···DNA 검사하니 '양자'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0 05:00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서식하는 대형 원숭이인 보노보가 자신이 낳지 않은 새끼를 양자로 받아들인 사례가 발견됐다.

교토대 연구팀, 입양한 새끼 돌보는 사례 발견

침팬지 등 대형 유인원이 자기 무리 속에 남겨진 고아를 대신 키우는 경우는 알려져 있었지만 다른 무리의 새끼 원숭이를 제 자식처럼 키우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교토대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잡지 네이처의 온라인 사이트에 18일 게재했다.

마리라는 암컷 보노보가 자신이 낳지 않은 새끼 플로라에게 젖을 먹이며 보살피고 있다. 마리의 새끼인 마리나와 마르고는 옆에서 놀고 있다.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마리라는 암컷 보노보가 자신이 낳지 않은 새끼 플로라에게 젖을 먹이며 보살피고 있다. 마리의 새끼인 마리나와 마르고는 옆에서 놀고 있다.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보노보는 잡식성 동물이며 분류학적으로 현대에 존재하는 동물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진화적 관점에서는 침팬지와 가깝지만, 무리 지어 살고 초기 성장 속도가 다른 동물에 비해 느린 점은 인간과 닮았다. 아사히신문은 "침팬지는 호전적이고 다른 무리에 배타적이지만 보노보는 친화적이고 사회성이 강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2019년 4월부터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는 보노보 무리에서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다. 원래 두 마리의 새끼(마리나와 마르고)를 낳아 키우던 '마리'라는 보노보가 두 살이 넘은 것으로 보이는 또 한 마리의 새끼(플로라)를 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마리(가운데)가 입양한 새끼인 플로라를 업고 가는 모습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마리(가운데)가 입양한 새끼인 플로라를 업고 가는 모습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과거 동영상을 관찰한 결과 플로라는 다른 무리에서 살던 새끼라는 사실이 판명됐다. 플로라의 어미는 죽은 것으로 보인다.

플로라의 DNA 감정 결과에서도 마리는 물론 보노보 무리 안에서의 혈연관계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리는 플로라에게 젖을 먹이고 업어주면서 친자식과 똑같이 대하고 있었다. 가까이 머물며 음식을 주고 쉴 곳을 마련해주는 등 친자식처럼 보살폈다. 플로라가 힘든 일을 겪을 때 꼭 안아주는 등 전형적인 어미의 행동도 보였다.

걷기를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업어달라고 칭얼대는 플로라를 냉정하게 뿌리치고 가다가도 플로라가 소리를 지르면 멈춰 서서 기다렸다.

도쿠야마 나호코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 연구원[교토대학교 홈페이지]

도쿠야마 나호코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 연구원[교토대학교 홈페이지]

연구팀은 마리가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새끼임을 알면서도 플로라를 입양했다고 보고 있다.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의 도쿠야마 나호코 연구원은 "보노보의 이런 행동은 '서로 돕기' 같은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을 설명해주는 힌트"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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