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2회의’ 어땠나…‘中견제·北비핵화’ 성명에 없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03.19 05:00

업데이트 2021.03.19 10:40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성사된 18일 한ㆍ미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 결과엔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했다. 5년만에 개최된 양국 간 2+2 장관회의는 한ㆍ미 동맹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지만 공동성명 등에 담긴 내용은 의제의 범위와 협의의 밀도 등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핵, 쿼드, 중국 견제 등 양국 간 이견이 도출될 수 있는 현안은 공동성명에서 아예 빠진 데다 지난 16일 이뤄진 미ㆍ일 2+2 장관회의와 비교해서도 내용이 다소 빈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ㆍ미 공동성명 내용을 토대로 외교ㆍ안보 전문가 6인에게 이번 한ㆍ미 2+2 장관회의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평가는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흥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흥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동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을 언급하며 ‘조건에 기초한’이라는 단서를 명문화한 것은 사실상 현재로선 전작권 전환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태도로 보인다. 한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선 확장 억제를 확실히 제공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완성하고 싶어하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나 대화 재개와 관련한 전향적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본다. 다만 한국을 대북정책 위주의 군사동맹에서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논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충실히 반영됐다. 그럼에도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동맹 관계는 부담스럽다는 한국의 입장에 따라 중국 견제와 관련한 내용은 의도적으로 공동성명에 담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인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 의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욱 강하다. 그럼에도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엔 중국 견제와 관련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어떤 역할을 요구할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언젠가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플러스’ 안보협의체 가입 요청을 포함해 중국 견제를 위한 일정한 역할을 한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공동성명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국 측에 공동성명에 비핵화 관련 언급 자제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가 진행중인 상황인 만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내용은 한·미 정상 간 논의를 위해 숙제로 남겨뒀을 수도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양기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양기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미일 3국 협력과 관련해선 원론적인 입장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간 게 특징적이다. 한‧미 양자 동맹을 '피로 맺어진 동맹' 등 표현으로 부각됐던 것과 비교된다. 미국은 당분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을 강하게 주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 막후에서 중재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압박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향후 한미일 협력에 있어 미‧일 동맹이 한‧미 동맹보다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전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은 덜어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우정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정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입장에서는 미ㆍ일 동맹과 한ㆍ미 동맹의 성격과 강도에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결과가 나왔다. 차이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다 보니, 한ㆍ미 간 2+2 공동성명은 다소 원칙적인 내용만 담은 느낌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각기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려는 현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12일 쿼드 정상회의 성명을 보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 노력’을 명시하며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쉼표로 연결해 동렬에 놓고 있다. 이 말은 일본이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미국을 설득, 납북자 문제의 중요성을 비핵화 문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의 중국 압박 구상에 동참하지 않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중국으로부터 상응하는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조성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성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이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다"는 건 '핵·미사일 위협 감소'를 중시하는 해법을 쓴다는 걸 의미한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할 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과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등 군비통제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미·일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성명과 달리 '비핵화'를 명시하지 않은 건 한국은 일본과 달리 협상의 직접적인 당사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한 북한의 반발과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지 않은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황준국 전 주영 대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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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는 한국 정부가 동맹보다 북한과 중국,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북한 정권을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져 있다. 미 국무ㆍ국방장관의 한ㆍ일 방문에서 두 나라가 비교되며 이런 의구심이 오히려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 동맹은 북한과 주변의 위협에 대한 시각과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강력해진다. 하지만 한ㆍ미 공동성명은 미ㆍ일 공동성명과는 달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본적 요소조차 담지 않았다. 중국이란 단어도 넣지 못했다. 또 미 측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를 반복해 강조했는데도, 한국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ㆍ일 과거사 문제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데, 이번 방한에서 한ㆍ일 관계 개선과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 등에서 어떤 구체적 진전이 있었는지 미지수다.”

유지혜·정진우·박현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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