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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임협 난항…월급날 하루 전 “소급분 못줘” 공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노사협의회가 ‘2021년 임금복리후생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아직 임금조정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올해 연봉 인상 소급분은 다음 달 지급한다”는 안내문이 공지됐다.

삼성전자는 통상 임협을 2~3월 중순 마무리하고 3월부터 조정된 급여를 지급해왔다. 노사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졌다면 오는 19일 월급과 함께 연봉 소급분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삼성전자의 급여일은 21일이지만, 이달은 21일이 일요일이라 19일 지급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을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을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임협 난항   

삼성전자 노사는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률로 3% 안팎을, 노측은 6.36%를 각각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부문으로 나눠 노사협의회를 열고 임금·복지여건 등을 결정한다. 사측에선 인사노무 담당자가, 노측에선 직원 투표로 선출된 7명의 사원대표가 참여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임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 이후에나 타결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삼성전자의 임협은 3월을 넘기지 않았는데, 갈수록 노사 간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회사의 임금 인상률은 2.5%로, 4월 급여일에 소급분이 지급됐다.

인터넷·게임 업체발 임금 인상 영향 미친 듯 

이처럼 삼성전자의 임협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데는, 최근 게임업체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업종 전반에 걸친 연봉 인상 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근속연수 5.6년인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550만원인 것으로 공시됐다. 네이버(근속연수 5.78년) 직원들은 평균 1억248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평균 1억2700만원을 받았지만, 근속연수는 12.4년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TSMC 20%, LG전자 9% 인상 합의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업계 평균보다 임금 인상률이 낮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누적되고 있다.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을 20% 올렸다. 가전 경쟁사인 LG전자는 올해 임금을 9%로 인상하기로 노사간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2011년(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직원은 “힘들어도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는 자부심이 컸는데 요즘은 ‘아직도 다니고 있냐’는 조롱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내 직원 10만여 명에 대해 연봉 1000만원을 올려주면 1조원쯤 드는데, 이 정도면 환율 등락으로도 커버가 가능할 듯하다”며 “뛰어난 실적에도 회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 35조9900억원으로 역대 네 번째 호실적을 달성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대표는 월급 2.4배 올리고, 직원은 2.5% 올리면 어떻게 사기가 올라가겠냐” “최후의 수단으로 단기 파업이라도 하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성과급 산출기준 투명화 요구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영향도 있다. 노사협의회에 참여하는 노측은 올해 주요 의제로 초과실적성과급(OPI) 산출기준 투명화와 관련 제도 개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과급의 산출기준을 투명화하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연간 실적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연간 실적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임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협상을 반도체와 세트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해 부문 간 조율이 필요한 데다, 성과급을 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돼 있어서다. 반도체(DS) 부문과 달리 스마트폰(IM)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은 경쟁도 치열하고, 이익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DS 부문의 성과급 지급률이 IM·CE 부문보다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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