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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기원 총장, 부총장단 전원 사임 선언…광주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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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광주과학기술원(GIST) 중앙도서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중앙도서관

4대 과학기술원 중 한 곳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김기선(65) 총장과 부총장단이 한꺼번에 사의를 표명했다. GIST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총장과 부총장단이 최근 논란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며 “GIST 구성원 간 서로 화합해 기관 본연의 목적인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및 연구의 산실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총장단, 노동조합과 인사 문제 등 갈등 #"총장직 하면서 연구수당 성과급 챙겨" #엄격한 교수평가에 교수들도 불만 #"김재철 회장 기부도 KAIST에 뺏겨"

GIST 총장단이 일시에 사의를 밝힌 것은 그간 학교 노조와 인사 문제 등을 두고 이어진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인 갈등은 김 총장이 18일 오전 노동조합과 합의한 ‘학교 발전방안’을 번복하면서 일어났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김 총장이 지난 2년간 급여 4억여원 외에 3억원 이상의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챙겼다”며 총장으로서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받는데 의문을 제기했다. 김 총장과 총장단은 곧바로 총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김기선 GIST 총장

김기선 GIST 총장

GIST에 따르면 총장이 교수 신분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규정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연구과제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총장직 수행과 연구를 병행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김 총장의 경우는 총장이 되기 전부터 100억원대의 연구과제를 진행해왔다.

GIST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와 갈등의 본질을 밝혔다. 노조는 2019년 3월 김 총장 취임 이후 지속적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으로 인하여 직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취임 후 2019년 6월부터 20회, 약 60% 이상의 직원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전체 직원 223명 중 상시 휴직자 10~20여 명을 제외하고, 업무 특성상 인사이동이 곤란한 전산직과 같은 특수직군까지도 인사이동을 하는 등 거의 매월 인사이동을 시행했다.
이충기 GIST 노조위원장은 “높은 근무 강도와 인사이동 후 스트레스 등으로 최근에만 3명의 여직원이 유산했다는 안타까운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GIST 총장단과 갈등은 직원 노조뿐이 아니다. 교수들도 김 총장이 취임 이후 시행해온 엄격한 교수 평가에 피로감과 함께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기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GIST는 매년 학과별 교수 상대 평가를 해 과 전체 교수 중 하위 10%는 최하위 등급인 C등급을 맞아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총장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GIST 전체 교수가 200명가량 되는데 부총장이 3명이나 되고, 전체 교수의 25% 가량이 보직교수를 맡는 등 학교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과 교직원 간 갈등에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최근 KAIST에 500억원을 기부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전남 강진 태생으로, GIST 이사장을 지냈으며, 2017년 GIST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조 관계자는 “총장이 대외활동은 하지 않고 캠퍼스 내에만 있다 보니, 학교 이사장까지 지낸 김재철 회장이 GIST가 아닌 KAIST에 기부금을 주는 사태까지 생겼다”며“(총장이) 김 회장을 찾아가서 우리 원에도 기금을 주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4년 GIST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래 지금까지 교수 신분을 이어왔다. 김 총장의 애초 임기는 2019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였다.

GIST는 총장단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당분간 처장급이 지휘하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GIST 관계자는 “총장추천위원회 추천과 이사회, 정부 승인을 거쳐 후임 총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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