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 등 481그루 '싹둑'한 대전시…건축법 등 여러 법규 위반 확인

중앙일보

입력 2021.03.18 13:55

최근 대전시가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등 나무를 제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시 감사결과 공유재산관리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근 대전시가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등 나무를 제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시 감사결과 공유재산관리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도 등 주인 허락없이 리모델링 확인"  

대전시가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부속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공유재산법·건축법·지방공무원법 등 여러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사결과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나무가 무단 절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소통협력공간 사업 감사결과 발표

대전시 서철모 행정부시장은 18일 브리핑을 열고 “최근 감사결과 향나무 등 수목 제거와 소통협력 공간 조성을 위한 부속 건물(무기고·선관위·우체국)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소유자인 충남도나 문화체육부의 공식 승인 없이 무단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유재산법과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서 부시장은 설명했다. 무기고 등 부속 건물은 소유권이 현재 충남도에 있으며, 오는 6월께 문화체육부로 넘어간다.

서 부시장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우체국·무기고동의 2층 바닥과 내·외부 계단을 철거한 것은 주요 구조부를 해체하는 대수선 공사에 해당한다”며 “부속동 3개의 연결 복도를 철거한 다음 다시 설치하는 것은 증축 행위인데, 이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인 중구와 협의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했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보·내력벽·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이다. 대수선하려면 건축법(제 11조) 등에 따라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전시가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무단으로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전시 감사결과 건축법 등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가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무단으로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전시 감사결과 건축법 등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내진 설계 보강없이 공사" 

특히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내진성능 평가용역 결과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내진설계 보강 없이 건물 내부만 구조보강하도록 설계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부시장은 “이런 과정은 건축법, 지진·화산 재해대책법, 지방공무원법 등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에 대한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사회혁신센터가 입주하고, 공유주방·카페·갤러리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비 총 123억5000만원 중 시설비가 63억5000만원이고, 나머지 60억원이 프로그램 운영비다. 대전시는 “소통협력공간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는 옛 의회동 일부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입주할 것처럼 설계에 반영한 것은 특혜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 센터는 리모델링 업무를 담당한 대전시 과장이 재직한 곳이다. 서 부시장은 "입주하려면 운영협의회 심의를 거쳐 시장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마치 입주가 확정된 것처럼 설계에 반영하는 등 사전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일부 특혜적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가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부속건물을 리모델링 해왔다.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가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부속건물을 리모델링 해왔다.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향나무 등 481그루 무단 절단

현장에 있던 향나무 등 1218주 가운데 481주는 제거됐고, 현재 737그루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단 제거된 나무는 ▶향나무 197그루 114주 ▶사철나무 58주 중 36주 ▶측백나무 15주 중 10주 ▶회화나무 8주 ▶히말라야시다 5주 중 3주 등이다.

폐기된 향나무 2주는 수령이 각각 105년, 110년 된 것으로 추정됐다. 시는 2월 2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시설물 사용 관련 소유자 협의(승인), 부속 건물 리모델링 공사 건축협의 대상 여부, 담 철거와 수목 이식·폐기 추진 경위, 사업추진 시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대전시 중구의회 의원들이 옛 충남도청 정문 앞에서 향나무 등을 무단 절단한 대전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중구의회 의원들이 옛 충남도청 정문 앞에서 향나무 등을 무단 절단한 대전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 부시장은 "성과를 내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욕심을 낸 것이 원인"이라며 "시민에게 큰 실망과 우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징계 대상자 5명 가운데 담당 과장은 사퇴했고 나머지 4명은 감사위원회에 상정해 징계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동혁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허태정 대전시장과 담당 공무원 2명을 공용물건 손상, 직무유기, 건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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