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2601명 중 3명만 투기 의혹?"…세종시, 조사결과 발표

중앙일보

입력 2021.03.18 11:29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되기 전 인근 용지를 매입한 세종시 공무원이 경찰 수사를 받는 3명 외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한 마을에 조립식 주택 5채가 들어서 있다. 세종국가산업단지 예정부지로 알려진 이 지역 곳곳에 조립식 주택이 지어져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한 마을에 조립식 주택 5채가 들어서 있다. 세종국가산업단지 예정부지로 알려진 이 지역 곳곳에 조립식 주택이 지어져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는 1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투기 특별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청 공무원 전원과 산업단지 담당 업무 공무원의 직계존비속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가 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종시, 부동산투기 특별조사단 1차조사
공무원·직계존비속 등 2703명 조사 진행

류임철 행정부시장은 “(세종시)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수십 채의 조립식 건물을 짓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돼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며 “산단 내 토지와 건물 거래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존 자진신고 외에는 추가 거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행정부시장 단장 특별조사단 구성·운영

세종시는 지난 11일 류임철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8개 부서가 참여하는 ‘부동산 투기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시청 공무원 2601명과 산업단지 업무 관련 직계존비속 102명 등 2703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내용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2017년 6월 29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로 이때 거래된 토지·건물 75건(84필지)을 매입한 사람은 122명(동일인을 제외한 85명)이었다.

조사단이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한 건축물은 단독주택 143건 28동(신축 27·증축 1)과 농축산시설 16건(신축 8·증축 8), 사무소 5건(신축), 소매점 1건(신축) 등 36건이었다. 이른바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 28동에 대해서는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경찰에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11일 이춘희 세종시장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세종시청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 세종시]

지난 11일 이춘희 세종시장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세종시청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 세종시]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시민 제보는 9건으로 이 가운데 1건(부동리)은 거래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8건은 산단 외 지역에 대한 제보로 필지를 특정할 수 없고 관련자 모두 세종시 공무원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시는 전직 공무원 가운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 경찰에 자료를 넘길 방침이다.

류임철 부시장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공무원은 3명은 산단 업무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결과에 따라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공무원 지난 13일 "부동산 매입했다" 자진신고 

앞서 세종시는 지난 15일 ‘공직자 부동산 투기신고센터’를 통해 국가산업단지 내 연서면 와촌리 지역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 공무원 3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세종시 공무원 A씨는 지난 13일 부동산 거래 행위를 자진 신고했다. 11일 세종시가 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에 나선 지 이틀 만이었다.

A씨는 산업단지가 지정되기 6개월 전인 2018년 2월쯤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원 270만㎡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일대는 산업단지 지정 발표가 이뤄지기 몇 달 전부터 조립식 가건물이 들어서고 농지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행위가 확인됐다.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냈던 A씨가 2017년 퇴임 후 4개월 뒤 세종시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지정, 발표 전 산단 진입을 위한 인근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냈던 A씨가 2017년 퇴임 후 4개월 뒤 세종시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지정, 발표 전 산단 진입을 위한 인근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세종에서는 현직 세종시청 공무원 외에도 세종시 건설을 책임졌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전 행복청장 B씨는 퇴임 넉 달 뒤인 2017년 11월 말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의 한 토지 622㎡와 함께 부지 내에 지어진 경량철골 구조물을 매입했다. 인근 와촌·부동리 일원이 이듬해 8월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기 9개월 전이다.

산업단지 예정지는 아니지만, 산단 주변은 인구가 유입되고 주택과 상점 등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진행돼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B씨는 현직이던 2017년 4월 말 세종시 연기면의 토지 2필지(2455㎡)를 아내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정의당, 세종시 공무원·시의원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의뢰

앞서 지난 15일 정의당 세종시당은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공무원 2명과 세종시의원 1명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무원 2명 가운데 1명은 자진 신고한 A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인근 시·도에서 근무할 때 세종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공원 정보를 취득한 뒤 4000만원을 투자, 미리 부동산을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공무원이 매입한 토지는 현재 10배가 넘는 4억~5억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해당 공무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 시세 차익을 노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전 고위 공무원이 세종시 산업단지 인근에 매입한 논에서 복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신진호 기자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전 고위 공무원이 세종시 산업단지 인근에 매입한 논에서 복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신진호 기자

정의당 세종시당은 현직 세종시의원 C씨가 국가산업단지 내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했다. C씨는 산업단지가 지정되기 전 지인들과 부동산을 매입한 뒤 국가산업단지 지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당은 “여러 정황을 볼 때 C씨가 직위를 이용해 투기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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