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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의 감기? 가볍게 여기기 쉬운 질염에 대한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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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질은 몸의 외부와 내부 생식기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다. 특히 질의 건강은 자궁과 난소의 건강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염은 질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여성 중 약 75%가 평생 1번은 걸리게 된다고 한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45%는 두 번 이상 걸리는 질환으로, 10세 이하에서 80세 이상까지 모든 연령층의 여성이 앓게 되는 일종의 감기와 같은 질환이다.

질염의 종류로는 크게 세균성 질염과 위축성 질염으로 나눌 수 있다. 세균성 질염은 질 내에 존재하는 유익균과 유해균 중 유해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즉, 질내 1% 미만이던 유해균이 100배 이상 증식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질분비물의 증가 및 색, 냄새의 변화인데 속옷을 적실 정도로 질분비물이 증가하고, 누런 색깔에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난다면 세균성 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더불어 가려움과 따가움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성은 40대 이후부터 노화나 폐경, 질 건조, 스트레스 등을 겪으며 질내 세균 균형이 무너지기 쉽고, 이로 인해 유산균이 질내 환경을 약산성으로 유지시키지 못해 유해균이 증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폐경을 겪고 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돼 질 점막이 얇아지면서 분비물 감소와 더불어 질이 건조해진다. 결국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상처가 생기면서 세균 감염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듯 질염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질환이기도 하지만, 잦은 발생률 때문에 방치하기 쉬운 질환이기도 하다. 질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질내 세균이 골반까지 영향을 미치는 골반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세균에 의한 세포의 DNA의 손상 및 변이에 의해 난소암, 자궁경부암, 질암, 자궁내막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자궁경부암과 질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세균성 질염 환자의 경우 감염 위험이 43%까지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질 분비물을 채취하거나 현미경으로 단서 세포(clue cell)를 관찰한다. 최근에는 STD-PCR(Sexually transmitted disease-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를 통해 다양한 세균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질염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질 건강을 위해서는 질염의 원인이 되는 유해균을 줄이고, 질내 유익균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개인 위생에 힘쓰고 유해균의 침입을 억제해주고 유익균을 늘려주는 질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질 유산균은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의 정착을 돕는 역할을 한다. 질의 산도를 pH 4.5 이하의 약산성으로 유지하여 유익균의 생존을 돕고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이밖에도 질 세정 시, pH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거나 미지근한 물로만 세정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또한 항문에 있던 대장균이 영향을 미치지 않게 비데보다는 휴지로, 앞쪽인 질에서 항문 방향으로 닦는 것이 좋다.

우리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질환 중 흔히 겪는 것일수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는 작고 큰 것이 없다. 질염도 마찬가지다. 흔히 겪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지 말고 제때 치료하고 평소 예방에 신경 써야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질은 생식과 호르몬의 건강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곳이다. 올바른 진단과 치료, 예방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동석 최상산부인과 대표원장(산부인과 전문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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