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LH에 국민 분노…이런 일 생기는 건 어쩔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8 05:00

업데이트 2021.03.18 05:35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그분이 뭘 하든 관계치 않는데 뭐, 정치한다면 ‘땡큐’다.”

“오세훈이는 완전히 MB(이명박 전 대통령) 키즈다. MB는 국가를 상대로 해 먹은 거고, 오세훈은 시를 상대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석 달 만에 유튜브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 친(親) 조국 채널인 시사타파TV·개국본TV가 이날 오후 9시부터 1시간 20분가량 ‘이해찬에게 듣는 재보선과 대선’ 제목으로 진행한 생방송이 무대였다.

‘상왕’ 이해찬의 출격

이 전 대표는 작심한 듯 초반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처가가 소유한 서초구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헤집었다. “조순, 고건 (서울시장) 적에는 그런 비리가 없었는데 오세훈이 시장 되니까 자기 처가가 가지고 있는 땅을 그린벨트를 풀어서 돈을 받았다. (중략) 그런 특혜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그거를 자기가 (스스로) 떡하니 해 먹고 입 싹 닦았다.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꺼낸 ‘MB=오세훈’ 프레임 지원사격이 뒤이었다. 이 전 대표는 “(오 후보는) 시 행정을 하려고 시장이 된 게 아니고 시 이권을 잡으려고 (시장을) 했다. MB가 정권을 잡으려고 한 게 아니고 이권을 잡으려고 한 것 아니냐”라면서 “말하자면 이거(오세훈)는 소매상이고 MB는 재벌이고 그 차이가 있는 거다. 심보는 똑같다”라고 주장했다.

17일 시사타파TV에 출연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운데)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금요일 방송분을 녹화하고 왔다며 4.7 재보선 때까지 친여 유튜브에 지속 출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사타파 TV 캡처

17일 시사타파TV에 출연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운데)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금요일 방송분을 녹화하고 왔다며 4.7 재보선 때까지 친여 유튜브에 지속 출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사타파 TV 캡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제기도 빼먹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해운대에 엘시티라는 건물이 비리투성이라는 건 다 알려진 거 아니냐”면서 “공직자라고 하면 공짜로 준다고 해도 그런 데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아래 위층 두 개나, 어떻게 그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장난”

이 전 대표는 반면 여당 책임론이 불거진 박원순·오거돈 사태, LH 땅 투기 의혹은 돌발 변수로 치부했다. 민주당 귀책으로 치러지는 부산 보궐선거를 두고 “부산에 대해서 우리도 잘못한 게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나”라는 식이었다. 그는 “이게 없으면 대선까지 아스팔트 길을 달리면 되는데 보궐선거 때문에 자갈길로 들어서느냐, 포장길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가 생겨 버렸다”고 말했다.

“LH 토지분양권 (문제)까지 생기는 바람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발언도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노태우 정부 최대 비리 사건으로 기록된 30년 전 ‘수서 비리’를 끄집어낸 뒤 “(1991년) 그때는 서울시가 복마전이라고 했다. (지금 LH 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LH는 소매상 (문제)인데 이거(수서 비리)는 거상도 아니고 재벌들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건강을 묻는 질문에 "총선에서 여러분이 180석을 만들어주시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시사타파TV 캡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건강을 묻는 질문에 "총선에서 여러분이 180석을 만들어주시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시사타파TV 캡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야권에 밀리는 걸 두고는 “여론조사가 가진 기술적인 방법으로 장난을 많이 치는데 실제로 작년 총선을 치르면서 해보니까 거의 3분의 2는 장난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그러니까 그런 것에 속고 낙담하면 안 된다. 앞으로 선거는 20일이나 남았다”고 주문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사전투표를 하면 안 할 때보다 투표율이 5~7%, 8%까지 높아진다. 그 투표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긴다”면서 “180석을 얻은 지난 (4·15) 총선 때도 사전 투표 개표하면서 당락이 뒤집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선거는) 백문이 불여일표”라면서 한 말이다.

진영 결집 유도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이해찬 대표님이 선거 맡아주시면 안 되냐”라는 이종원 개국본 대표의 요청 후 나왔다. 이 전 대표가 “먼저 선대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는 일이고, 지금 하시는 분들이 다 하실 거기 때문에 가능한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이번 선거 때까지 할 것”이라 답하자 스튜디오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실시간 대화창에는 댓글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민주당 기호인 ‘1’을 상징하는 1만1111원이나 5만원, 10만원 등을 후원금으로 내는 시청자도 적잖았다. 이종원 대표는 “선거가 다가오니까 왜 이해찬 밖에 생각이 안 나는지, 대표님 나오신다고 하니까 너무 안심된다”, “지금 사람(시청자)들이 불안했었는데 대표님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싹 없어진다, 이런 이야기가 많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

이날 민주당 지지자들은 댓글과 후원금으로 방송 내내 열렬히 호응했다. 시사타파TV 캡처

이날 민주당 지지자들은 댓글과 후원금으로 방송 내내 열렬히 호응했다. 시사타파TV 캡처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정치에도) 발광체와 반사체가 있다. 발광체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거고 반사체는 남이 한 걸 받아서 비추기 때문에 발광체가 있을 때만 존재한다”는 혹평을 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역시 “형식적, 상층부 단일화”라고 깎아내렸다. “이미 (보수층) 유권자 단일화는 깨졌다”는 논리였다.

이 밖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 전 대표의 맞승부, 보수언론 개혁, 민주당 차기 당권, 20년 집권 계획 등을 다룬 이 날 방송의 실시간 접속자 수는 최대 1만7000여명에 달했다. “요즘 시장 선거가 팽팽해져서 이걸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 처음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는 이 전 대표가 온라인 미디어에 나온 건 지난해 12월 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출연 후 처음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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