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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재, ‘묻고 더블’로 더 필요한 이유는…"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는 한 해 매출의 2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쓴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1조2153억원)보다 많은 1조 3321억원을 R&D에 썼다. 20여 년 전 검색 스타트업 네이버가 시가총액 60조원이 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전폭적인 R&D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런 기술기업 네이버가 수년 전부터 공들이는 분야가 인공지능(AI)이다. 네이버의 거의 모든 서비스에 관련 기술을 적용할 정도로 AI의 쓰임새가 커졌다. 지난해 네이버의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에서 연구조직을 독립시켜 ‘네이버 AI 랩’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책임리더. [중앙포토]

하정우 네이버 AI랩 책임리더. [중앙포토]

AI 랩을 이끄는 하정우 소장(44·클로바 책임리더)은 네이버의 미래를 만들 AI 선행기술 연구를 총괄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딥러닝 전문가인 하 소장은 2015년 네이버에 합류해 AI 기술 연구를 주도했다. 네이버가 지난해부터 세계 정상급 AI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은 62개.국내 인터넷 시장 패권을 장악한 네이버는 왜 AI 기초 연구에 공을 들이는 걸까.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만난 하 소장을 만나 물었다. 그는 “AI가 ‘쓰기 편한 도구’로 발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 AI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나.
보통 사람들은 'AI' 하면 영화 <허(her)>나 <매트릭스>에 나오는 전지전능한 AI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산업 관점에서 보면 AI는 편리한 도구다. 처음 워드프로세서나 파워포인트가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일상에 적용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쓴다. AI도 그렇게 편하게 쓸 수 있는 도구로 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만 봐도 에저 클라우드에 AI 도구를 넣었다. 클릭 한번이면 동영상 속 대사를 AI가 텍스트로 전환해 준다. 현재 사용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AI가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네이버 연구개발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네이버 연구개발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네이버에선 AI를 어떻게 활용하나.
글로벌 라이브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에는 ‘오토 하이라이트’ 기능이 있다. 아이돌 그룹 팬이 좋아하는 멤버를 선택하면 AI가 기존 뮤직비디오 영상을 편집해 그 멤버를 직접 촬영한 '직캠'처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중심으로 즐길 수 있다. 블로그나 쇼핑 추천도 다 AI가 한다.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AI기술이 접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요즘 주목하는 분야가 있다면.
네이버는 사람과 AI의 상호작용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인다. 예컨대 AI 스피커에 대고 ‘지금 몇시야?’ 하고 물어보면 보통은 ‘2시입니다’로 끝난다. 우리는 ‘3시에 약속이 있으니 나가셔야 합니다’라는 정보를 AI가 추가하도록 한다. 즉 어떤 정보를 줘야 가치를 느낄 수 있을지 더 고민하고 있다.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신경 쓴다. 음성 AI의 경우 서비스 시나리오를 짜서 사람인 것처럼 느낄 수 있게 고도화하고 있다.

IT업계는 AI 분야를 포함한 연구개발인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연봉 인상 도미노도 같은 맥락.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하 소장은 명함에 ‘함께 글로벌 톱10 AI 회사로 가자’(Let‘s go to global Top-10 AI Company with Naver AI)는 문구를 써넣었다. 유능한 AI 개발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 소장은 “현재 있는 수백명 규모보다 두 배 이상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AI 개발자를 구하기 힘드나.  
딥러닝 등 AI 기술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게 2016년이다. 구글의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때다. 박사급 인재가 현업에 나오려면 최소 5년이 필요하다. 2016년부터 AI 인재를 키웠더라도 이제부터 시작이란 얘기다. 안 그래도 부족한데 코로나19로 모든 회사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됐다. 채용 경쟁이 불이 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AI 산업에선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연구자, 연구 결과를 실제 서비스화시킬 수 있는 AI 엔지니어, 잘 만들어진 엔진을 앱에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천재 연구자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수요가 많은 쪽은 AI 엔지니어다.  
알파고 이후 많은 교육기관에서 인재를 키우고 있지 않나.  
AI 엔지니어는 AI 이해도는 물론, 실제 데이터를 만져본 경험이 많아야 한다. 실습용으로 정제된 데이터가 아니라, 훨씬 지저분하고 복잡한 진짜 데이터로 손을 더럽혀가며 경험 해봐야 한다. 학교 공부만으론 한계가 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제도권을 벗어난 교육도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선 원하는 인물 위주로 기존 영상을 AI가 자동편집해주는 오토하이라이트 기능이 구현돼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선 원하는 인물 위주로 기존 영상을 AI가 자동편집해주는 오토하이라이트 기능이 구현돼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어떤 인재를 원하나.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능력이다. 예컨대 AI가 전화 통화를 하는 기술은 구글이 제일 먼저 발표했다. AI 스피커로 ’OOO 예약해줘‘ 하는 방향이다.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서비스화 되려면 많은 변수를 해결해야 한다. 예약하려는 곳이 미용실일 수도 음식점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같은 기술에 대해 방향을 바꿔봤다. 가게 주인이 받아야 하는 예약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방향이다. 그랬더니 대응해야 하는 변수가 줄고 실제 서비스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 같은 문제 해결 능력이 AI 엔지니어에겐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AI 개발자들이 개발자 커뮤니티 캐글 같은 곳에 모여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 여러 주제를 갖고 최적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쟁하는 경험 말이다.
최근 스타트업이 만든 AI 친구 '이루다'를 계기로, AI의 편향성 문제가 불거졌다.  
다 같이 고민해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 중요한 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사내에 팀 만들어 AI 편향 등에 대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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