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강수의 시선

여의도 ‘별건 정치’가 낳은 괴물, 수사 쪼개기

중앙일보

입력 2021.03.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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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개발이 예정된 신도시 땅에는 욕망과 불법이 뒤엉켜 춤춘다. 은밀한 도시 계획 정보는 불로소득으로 직결된다. 짧은 기간에 부의 증식과 경제적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전 SNS 말씀에 빗대보면, 구름 위의 용까지야 언감생심이지만 개천의 ‘행복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사는 데는 보탬이 된다. 샛길이지만 빠른 길이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1·2기 신도시 개발에 이어 3기 신도시 개발에서 부정과 불공정·불평등이 횡행한 이유다.

별건 수사 없앤다며 검찰권 쪼개
신도시 투기 수사 타이밍 놓치고
스피드 떨어지자 결국 특검 행

3기 신도시에선 민간 토지주의 사유재산을 헐값에 인수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 신도시 계획을 짜는 공무원들이 잇속을 챙겼다. 세종시 행복청장을 지낸 사람도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주변 요지에 땅을 사는 행복을 누렸다. 배당액이 높은 도박일수록 위험이 큰 법.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로 투기 의혹이 불거졌지만 실체 확인과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 진상 규명과 사법 처리를 목표로 하는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타이밍은 이미 놓쳤다.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수사가 성공한 것은 첫날(10일) 고발장 접수와 동시에 고발인 조사, 다음날 압수수색(11일), 피의자 소환조사(19일), 구속영장 청구(24일)와 구속 등이 신속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정윤회 의혹 사건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경우 타이밍을 놓쳐 재수사 등으로 이어졌다.”(조은석, 『수사 감각』)

검찰총장 직속 수사기구였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1961~2013)가 막강했던 이유로는 신속성이 꼽힌다.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이나 다 똑같은 법적 권한을 가진 검사와 수사관이 일한다. 그런데 성과가 다르다. 왜냐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이 매일 오전 30분간 회의를 하는데 거기서 모든 수사 진행이 매듭지어진다. 중앙지검 속도의 2~3배, 경찰 속도의 10배 정도 빠르다. 범죄자는 뭐든지 숨긴다. 말을 맞추고 증거를 감춘다. 그 스피드를 앞질러야 수사가 성공한다.”(특수통 A변호사)

이번에 타이밍을 놓친 결정적 사유는 정부가 조사 방식과 수사 주체를 놓고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다. 개혁 대상인 검찰은 제쳐놓고 갓 신설된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맡겼다. 국수본은 700여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하며 물량공세로 나섰지만 여야가 정치적 이유로 특검 도입에 합의하면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검·경의 이원 구조였던 수사기관이 국수본, 공수처까지 네개로 늘어나면서 빚어지는 혼선도 컸다. 특히 공무원 직급별로 수사 주체가 다른 것은 골칫거리다. 국수본이나 검찰이 수사하다가 해당자가 나오면 수사를 중단하고 공수처로 보내야 한다. 흐름이 끊긴다. 수원지검이 ‘김학의 불법 출금 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가 9일만에 재이첩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던 중 호루라기 소리에 멈춰야 하는 꼴이다. 공수처에 보낼 사건을 굳이 캘 동력도 약하다. 이처럼 뒤죽박죽, 엉망진창인데 더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은 수사만 하고 기소는 공수처에 맡겨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재이첩 직전 공수처장이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면담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결에 한국이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쇼핑’하고 ‘황제조사’를 받는 ‘수사 선진국’이 돼버린 셈이다.

멀쩡하던 검찰 조직을 사분오열로 쪼갰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 범죄를 수사할 적절한 주체를 찾지 못해 특검에 맡기자는 것 아닌가. 수사 쪼개기로는 쪼개기 투기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범죄를 보고도 수사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의 범죄없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조국 표(票)’ 검찰 개혁은 현장의 수사감각과 ‘법의 지배’에 기반한 정의를 끌어안지 못했다. 처음엔 노무현 전 대통령, 그 다음엔 본인의 복수심에 불타고 빈곤한 철학이 겹친 상황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돌진하며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뚝딱뚝딱 처리한 결과다.

수사권·기소권을 다 가진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행태를 막겠다고 공수처를 창설한 것 아닌가. 거기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다 없애고 이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까지 만든다면 피의자 국회의원들에 의한 명백한 별건 입법이고 별건 정치다. 그래도 중수청을 만들 생각이라면 공수처를 폐지하거나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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