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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32조 역대급…빚투 20대도, 생활고 60대도 긁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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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대의 ‘빚투(빚내서 투자)’와 60대의 ‘생활고’에 지난해 말 신용카드 장기대출(카드론) 잔액이 32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사이 10% 넘게 늘었다. 카드론 중에는 법정 최고금리(연 24%)에 가까운 고금리 대출도 적지 않다.

7개사 대출잔액 10% 넘게 늘어 #증가율 20대 19%, 60대 17% #은행보다 문턱 낮지만 금리 높아 #경기회복 더뎌 가계빚 부실 위험

17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드론 잔액은 32조460억원이었다. 7개 전업 신용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실적을 합산했다. 1년 전(29조1070억원)보다는 2조9390억원 증가했다.

32조원 넘어선 카드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2조원 넘어선 카드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대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말 1조1410억원이었다. 카드론 잔액으로는 다른 연령대보다 작지만 연간 카드론 증가율(18.5%)은 1위였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신용도(신용점수)가 낮은 20대는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문턱이 낮은 카드론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20대의) 카드론이 많이 늘어난 시점은 지난해 9월 이후인데 주가가 급등한 시기와 겹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대출이라 돈에 꼬리표는 없지만 빚투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60대 이상의 카드론 잔액(5조1290억원)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30대의 카드론 잔액(5조133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직장에서 정년퇴직 연령대인 60세 이상은 급여 소득이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60대의 카드론 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한 수요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60대 자영업자라면 밀린 월세나 외상대금을 메우기 위해 카드론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20대·60대 카드론 대출 늘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20대·60대 카드론 대출 늘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용카드를 이용한 뒤 일부 대금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뒤로 미루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20대와 60대도 많아졌다. 모든 연령대의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말 5조65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 줄었다. 반면 20대와 60세 이상에선 각각 6% 이상 증가했다.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장 카드값의 연체 위기에선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원금과 이자가 쌓이면서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카드론 금리는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연 2~3%)보다 월등히 높다. 카드론 고객 중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가 많은 편이다.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에겐 법정 최고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에서 카드론을 이용한 고객 중 45%가 연 14~18%의 금리(지난 1월 말 기준)로 이자를 내고 있다. 연 10% 미만 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고금리 카드빚이 늘어나면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이 커진다. 시장금리도 상승하는 추세여서 카드론의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가 많은 카드론이 늘었다는 것은 경제 전반적으로 안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기에 가장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카드) 빚의 규모나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론이 크게 늘었지만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은 줄었다. 전체 대출 증가세(전년 대비)는 통상적인 부채관리 목표치인 6%를 넘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부실의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염지현·홍지유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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