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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갠차나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다음 중 바른 표기를 고르시오.

㉠갠차나 ㉡괜차나 ㉢괜찬아 ㉣괜찮아

아들과 가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괜차나’ ‘괸차나’ 등으로 보내오던 문자메시지는 어느 날부터인가 ‘갠차나’로 아주 바뀌었다. 그래서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다른 글을 쓸 때는 과연 똑바로 적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런 걱정은 ‘갠차나유’라는 음식 체인점이 곳곳에 생기면서 더욱 커졌다.

그래서 음식 전문가이면서 언어에도 영향력이 큰 백○○씨에게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갠차나유, 문자메시지가 다 그렇지유, 뭐. 글을 쓸 때는 다 똑바로 적어유. 걱정 마유!”

실제로 약어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이 읽기와 받아쓰기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연 그럴까? 만약 아들에게 정확하게 표기해 보라고 한다면 다음 가운데 하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괞찮아, 괺찮아, 괸찮아, 괞찬아, 괺찬아, 괜찬아, 괸찬아, 괜차나, 괸차나….’ 막상 똑바로 적으려 하면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많은 표기 중 맞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속도를 중시하는 문자메시지에서는 약어의 효용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표기해도 의사를 전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야말로 한글의 속도와 정확성은 따라올 문자가 없다는 게 여기서도 증명된다.

그러나 단순 일탈과 유희를 넘어 새로운 언어가 되다시피 한 이러한 문자메시지에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서두의 문제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린 사람이라면 정답인 ‘㉣괜찮아’의 철자를 이번 기회에 꼼꼼히 봐두면 좋겠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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