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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에 진땀 흘린 與 "좀 덥네" "모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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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불과 5분가량의 시차를 두고 발표된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이 그랬다.

먼저 기자회견장을 찾은 사람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이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비판 논평을 마친 그는 오후 2시 33분 취재진과 마주치자마자 “궁금하신 게 있을 텐데, 오늘 (박 전 시장 피해자) 기자회견 관련해서 언급할 내용은 없다. 다른 질문?”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아직 나오기 전이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앞으로도 공식 언급이 없을 예정이냐”고 묻자 박 대변인은 “대응에 대한 부분은 캠프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캠프에서 같이 회의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을 언급하기는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마가 번쩍거릴 정도로 제법 땀을 흘린 그는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여기가 좀 덥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대변인도 겸직하고 있다.

박 대변인이 진땀을 흘리던 사이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이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 자리에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자당 소속 여성 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대독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위로하며, 변함없이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겨냥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에게 가해진 일련의 일들은 결국 민주당이 피해자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자기방어에만 몰두해 벌어진 것”이라며 “민주당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과하고 반성한 것이 아니라, 외면하고 부정하고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모습.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모습. 연합뉴스

다른 야당들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현 정부가 주야장천 외쳐왔던 피해자 중심주의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고,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잘못한 일에 진심으로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용서하고 싶다’는 피해자의 말에 민주당은 책임 있게 응답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까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여성 최고위원 두 명이 개인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며 “저의 잘못이다.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우리 민주당의 잘못으로 생긴 선거다. 책임도, 해결도 우리의 의무”라며 “2차 가해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 우리 당 선출직 공직자부터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성민 최고위원도 SNS를 통해 “피해자를 그토록 외롭고 괴롭게 만든 것이 우리 민주당의 부족한 대처였음을 알기에 이렇게 참담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부산을 방문한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그거 관련해서는 지금 (내용을)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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