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장비빨’ 불치병 우려되는 ‘캠린이’의 캠핑 용품 쇼핑

중앙일보

입력 2021.03.17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4)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고기는 모닥불 위에서 익어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가 깊어지는 그 순간이 바로 캠핑의 재미라고 들었다. 캠핑을 좋아하는 친구의 이야기다. TV에 자주 보이는 예능프로와 유명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화장실을 가리고 벌레를 두려워하는 나는 그간 캠핑의 사각지대에서 살아왔다.

그러던 중 차에 한가득 캠핑용품을 싣고 다니는 캠핑 고수 친구가, 본인이 모든 것을 준비할 테니 친한 친구 넷이서 캠핑을 가자고 했다. 캠핑 고수 외 친구들은 대부분 캠핑을 가보지 않은 ‘캠린이’로 준비물은 몸과 따뜻한 옷뿐이었다. 군 복무 시절 애장품인 방한복 내피(깔깔이) 등 든든하게 준비하고 캠핑에 나섰다. 밥벌이에 지친 중년 넷의 초보 캠핑이니 사실 어디로 가든 상관없이 신명이 났다.

사실 장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이 캠핑인 것 같다. [사진 unsplash]

사실 장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이 캠핑인 것 같다. [사진 unsplash]

인천의 한 섬에 도착해서 캠핑 고수의 SUV에서 캠핑 아이템이 하나씩 내려올 때마다 캠린이 셋은 탄성을 질렀다. 각 캠핑박스에 차곡차곡 담긴 텐트, 타프, 매트, 테이블, 화로, 조리도구 등 살림 차리는 수준이었다. 캠핑에 이렇게나 많은 것이 필요하다니, 캠핑 고수의 지갑이 걱정되기도 했고 캠핑하려면 뭐부터 사야 하는지 막막하기도 했다.

나 같이 뭐부터 사야 할지 막막한 캠린이를 위해 고수에게 물어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 아이템을 뽑아 보았다. 첫 번째는 잠을 위한 텐트와 침낭이다. 인천으로 캠핑하러 갔던 날은 초겨울이었는데, 유명 유튜버가 먹었다는 토마호크를 구워 먹고 캠핑의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나니 막상 겨울밤 밖에서 자는 것이 걱정이었다.

BBQ와 자연 속에서의 차 한 잔이 캠핑의 낭만이라면, 잠은 캠핑의 실전이다.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떠난 캠핑이라면, 차디찬 땅과 아침 이슬 및 결로에 즐거웠던 전날 밤의 추억마저 악몽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난로 등의 난방용품까지는 아니더라도, 튼튼한 텐트와 따뜻한 침낭은 필수라고 한다.

BBQ는 캠핑의 하이라이트인데, 요즘은 토마호크가 유행이다. [사진 silhada]

BBQ는 캠핑의 하이라이트인데, 요즘은 토마호크가 유행이다. [사진 silhada]

두 번째는 캠핑 체어다. 사실 캠핑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 때도, 캠핑 체어는 가지고 있었다. 한강 공원 등 나들이 갈 때 매우 유용했기 때문이다. 캠핑을 가게 되면 앉을 곳이 없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타프와 텐트 치다가 힘들면 앉아 쉴 곳도 필요하고, 캠핑을 하게 되면 결국 계속 캠핑 체어에 앉아 있다. 고기를 굽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모두 캠핑 체어에 앉아 하기 때문에 가장 오랜 시간 몸을 의지하게 되는 물건이다. 캠핑 체어는 모양과 기능에 따라 디자인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가급적 앉아보고 사길 권하며 접었을 때 부피가 작은 것이 좋다고 한다.

세 번째는 캠핑박스다. 캠핑용품을 수납하기에도 좋고, 캠핑 때는 식사를 할 때 테이블로 쓸 수 있다. 다양한 모양과 재질이 있으며, 접이식 박스도 있어서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다. 위에 세 가지가 있으면 적어도 캠핑을 떠날 준비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캠핑의 재미에 빠지게 되면 일명 ‘장비 빨’이라고 불리는 불치병에 걸리는 것 같다. 그만큼 캠핑 용품은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수많은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덮어놓고 사다 보면 한없이 살 게 많은 것 같다. 캠핑 용품 업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도 있을 정도다.

캠핑 고수 친구가 가진 것 중 나의 지름신을 제대로 자극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본인 이니셜이 새겨진 버너와 조리기구를 걸어놓는 인디언 행어였다. 버너의 경우 시판제품에 우드 재질로 튜닝해 본인만의 커스터마이징을 한 제품이라고 하고, 인디언 행어는 사실 크게 실용적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감성 캠핑’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실용성도 좋지만, 감성적인 아이템도 가지고 싶다. [사진 롯데온]

실용성도 좋지만, 감성적인 아이템도 가지고 싶다. [사진 롯데온]

나도 언젠가 캠핑 고수가 되어 커스터마이징 캠핑용품을 가지겠다는 포부로 친구에게 뭐부터 사야 하는지 물었다. “캠린이분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캠핑 스타일을 먼저 찾는 것이, 캠핑 장비를 구매하는 데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우문현답을 들었다. 오늘도 SNS와 블로그에 넘치는 감성 캠핑 게시물을 보고 지름을 고민하고 있을 캠린이들께 위의 말이 꼭 도움되길 바란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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