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지켜주세요” 온라인서 뭉치고 극장으로 간 인디밴드

중앙일보

입력 2021.03.17 11:00

11~21일 CGV에서 상영되는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새소년 콘서트 편. [사진 CJ문화재단]

11~21일 CGV에서 상영되는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새소년 콘서트 편. [사진 CJ문화재단]

#1. 11일 오후 7시 40분 서울 용산 CGV. 미지의 세계에서 온 우주선을 본뜬 무대 사이로 밴드 새소년 세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 지난해 발매된 EP ‘비적응’의 수록곡이 차례로 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어디쯤 왔을까 우리의 밤은/ 여길까”(‘심야행’) 등 서정적인 노랫말이 객석을 감싸고 카메라는 기타·베이스·드럼을 연주하는 손과 발을 따라 움직인다. 11~21일 열흘간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콘서트가 결합한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이다. CJ문화재단이 2018년부터 인디 뮤지션을 지원해 제작하고 있는 영상 콘텐트 ‘아지트 라이브’의 확장판이다.
 ·
#2. 같은날 오후 10시 20분. 롤링홀에서는 노브레인의 공연이 한창이고, 프리즘홀에는 롤링쿼츠가 무대에 올랐다. 모처럼 홍대 앞 소극장들도 활기를 띤 모습. 관객들은 서울 홍대 라이브 공연장 5곳 대신 비대면 공연 플랫폼 프리젠티드 라이브에 마련된 스테이지 5곳을 오가며 공연을 즐겼다. 8~14일 일주일간 진행된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한 뮤지션만 67팀. 크라잉넛부터 DJ DOC와 다이나믹 듀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팀이 한데 모여 힘을 보탰다.

새소년·기프트 CGV서 콘서트 영상 상영
크랑잉넛 등 67팀 홍대서 모여 페스티벌
소극장 줄폐업에 새로운 공간 찾아 나서

페스티벌처럼 스테이지 골라 보는 재미  

8~14일 열린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한 노브레인. [사진 사단법인 코드]

8~14일 열린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한 노브레인. [사진 사단법인 코드]

인디신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점점 설 곳이 좁아지자 연대를 통해 활로를 찾아 나선 것.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은 일찌감치 온라인 콘서트로 눈을 돌려 전 세계 팬들과 만났지만 기획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하는 인디밴드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브이홀·무브홀·에반스라운지 등 오랜 시간 홍대 앞을 지켜온 공연장까지 줄줄이 문을 닫자 힘을 모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는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의 보컬 이성수와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인 윤종수 변호사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캠페인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돌아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터전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취지다. 2528명의 티켓 판매금과 후원금으로 1차 목표 금액 5000만원을 초과 달성하면서 20~21일 3회에 걸쳐 재방송도 준비 중이다.

8~14일 열린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한 잠비나이. [사진 사단법인 코드]

8~14일 열린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한 잠비나이. [사진 사단법인 코드]

이성수는 “지난 한 해 동안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뮤지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대가 그립다는 얘기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공연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대관료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음악 공연에 유독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방역 지침이 개선되고 안정적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할 수 있도록 여러 의견을 취합해 정부 부처 등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끝나도 즐길 수 있는 콘텐트 되길”

 11~21일 CGV에서 상영되는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기프트 콘서트 편. [사진 CJ문화재단]

11~21일 CGV에서 상영되는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기프트 콘서트 편. [사진 CJ문화재단]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에 참여한 새소년과 기프트는 모두 CJ 음악지원사업 튠업 출신 뮤지션이다. 새소년은 지난해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초정받고 10개국 20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모두 무산됐다. JTBC ‘슈퍼밴드’에 이어 Mnet ‘포커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기프트의 이주혁은 “밴드 결성 후 5년 동안 안 나가본 대회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무대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던 차에 극장에서 더 많은 팬과 만날 기회가 생겨 행복했다”고 말했다.

새소년의 황소윤은 “그동안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썩 즐겁지 않다고 생각해 온라인 콘서트를 지양해 왔는데 앨범 콘셉트에 맞춰 풀라이브 영상을 남기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코로나19로 시작된 콘텐트지만 공연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과 함께 노래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무대인사도 진행 중이다. CJ문화재단 김모란 과장은 “뮤지션 활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튠업 입장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이번엔 스크린으로 극장 개봉을 했지만 다음엔 또 다른 형식의 콘텐트 혹은 플랫폼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