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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1주택 종부세 0원” 보완법안 쏟아져도 통과 힘든 까닭

중앙일보

입력

공동주택 공시가격(공시가)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폭탄이 현실이 됐다. 은퇴해 별다른 소득이 없는 고령의 1세대 1주택자가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이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춰주는 법안을 여ㆍ야 막론하고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통과까진 ‘산 넘어 산’이다. 부동산 세제 강화를 강조한 현 정부 정책 기조를 뒤집는 일인 데다, 기획재정부의 반대도 여전해서다.

16일 기준 국회에 계류된 종부세 개정법안은 18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1세대 1주택자, 고령의 장기 실소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다.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이들의 종부세액을 ‘0원’으로, 100% 감면해주는 법안도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세대 1주택으로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라면 종부세 과세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내용의 종부세 개정법안을 발의해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실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100% 공제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내놨다. 1세대 1주택자가 실제 거주한 기간이 ▶2년 이상 5년 미만이면 20% ▶5년 이상 10년 미만이면 40% ▶10년 이상 15년 미만이면 60% ▶15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80% ▶20년 이상이면 100% 공제율을 각각 적용하는 내용이다. 집 한 채만 가지고 20년 넘게 실제 살았다면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는 의미다.

고령의 1주택자가 집을 처분하기 전까지는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만 65세 이상의 저소득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주택을 팔거나 증여ㆍ상속하기 전까지는 종부세 납부를 연기해주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대상을 더 넓혔다. 만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실거주자라면 양도ㆍ상속ㆍ증여하기 전까지 과세를 이연해주는 내용의 종부세 개정법안을 상정했다.

윤희숙ㆍ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은 현재 1세대 1주택 9억원, 2주택 이상 6억원인 종부세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상향하는 법안을 지난해 일찌감치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최대 80%(고령, 장기 보유)인 합산 공제율을 더 끌어올리는 법안도 상정돼 있다.

15일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유리창에 아파트 매매 가격이 걸려있다. 뉴스1

15일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유리창에 아파트 매매 가격이 걸려있다. 뉴스1

하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일단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완강히 반대하는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 내부 차원에서 종부세 추가 완화 방안은 논의ㆍ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10~30%인 고령자 공제율을 지난해 20~40%로 10%포인트 상향했고, 합산 공제율 한도도 70%에서 80%로 올려놓은 만큼 추가 완화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고령 1주택 실거주자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이 8건 상정됐지만 기재부의 반대에 부딪혀 1건도 처리가 안 됐다. 16일 열린 조세소위에선 종부세 관련 법안이 아예 안건으로도 오르지도 않았다.

3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커녕 논의조차 안 될 분위기다. 4월 재ㆍ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 관련 법안, 4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발등의 불’이 워낙 많아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꾸준히 추진해온 부동산 세제 강화 기조와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 당ㆍ정ㆍ청 모두 종부세 완화에 미온적이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4월 선거 결과, LH 후속 조치, 하반기 종부세 실제 납부 시작 등에 따른 추후 여론 향방이 변수다. 고령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를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할 경우 종부세 완화 카드가 다시 부상할 수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세금은 더 강화하는 게 맞지만, 1세대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을 지나치게 늘리는 건 의식주라는 기본적 생활권과 직결된 문제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1주택이면 세금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시그널(신호)을 줘야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집을 처분하고 1주택으로 갈 유인이 생기는데 정책은 거꾸로”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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