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0.09%뿐인 모욕죄”…文에 신발 던져 1년 감방살이할 판

중앙일보

입력 2021.03.17 00:32

업데이트 2021.03.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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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 대통령에 신발 투척 정창옥, 과잉처벌 논란

지난해 7월16일 국회의사당에서 개원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정창옥씨(오른쪽 두번째)를 경호진이 제압하고 있다. [뉴스 1]

지난해 7월16일 국회의사당에서 개원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정창옥씨(오른쪽 두번째)를 경호진이 제압하고 있다. [뉴스 1]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창옥 씨(58)에 대해 지난달 말 법원이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로 인해 정 씨는 오는 7월까지 구속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구속 기간이 11개월이 된다.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행위가 1년 가까이 감방살이를 해야 할 일인지 논란이 많다. 3가지로 정리했다.

심문전 날짜로 구속영장 두번 발부
7월까지 11개월간 옥살이 하게 돼
변호인 “괘씸죄 입증” 법원은 “실수”
이유 묻자 “대통령에 신발 던졌잖나”

① 심문 전 잇따라 발부된 구속영장

정 씨는 지난해 7월 16일 국회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혐의(공무집행 방해)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한달 뒤인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6개월간 옥살이를 해왔다. 그러다 구속 만료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가 정 씨에게 세월호 사망자 유족들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옥살이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지난해 모욕죄 등 명예 손상 범죄로 구속된 경우는 전체 구속 건수의  0.09%에 불과하다. 정 씨의 경우에도 모욕 사건과 관련해선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그러자 판사가 직권 구속했다. 극히 드문 일이다. 의혹은 더 있다. 이 구속영장은 정 씨가 신 판사에게 영장 발부 심문(2월26일)을 받기 전날인 지난달 25일 발부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문 나흘 전인 2월 22일에도 같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가 무효화(‘집행 불능’)된 사실도 드러났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은 판사가 반드시 피고인·변호인을 심문한 뒤 발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두 영장에 찍힌 날짜를 보면 판사가 심문 전에 미리 영장을 발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법원은 ‘단순 오기’라고 해명한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25일 영장’은 26일 신혁재 판사가 심문을 마친 뒤 적법하게 발부된 것인데 날짜가 전날로 오기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22일 영장’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놓았다.

“신 판사는 2월부터 이 사건을 맡았는데, 그 전 재판부가 지난 1월 27일 공판에서 (정 씨를) 심문한 내용을 신 판사가 보고 지난달 22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 영장은 검찰을 통해 교도소까지 넘어갔다가 ‘집행 불능(영장 재발부)’을 이유로 다시 법원으로 돌려졌다.”

한마디로 신 판사가 22일 영장을 발부했다가 무효 처리하고 나흘 뒤인 26일 영장을 재발부했다는 것이다. 재발부 이유에 대해 중앙지법 관계자는 “영장에 오기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사실이라면 유독 이 사건에서 오기가 잇따라 나온 셈이다.

변호인의 입장은 법원 해명과 전혀 다르다. 유승수 변호사의 말이다.

“1월 27일 공판에선 영장 발부와 관련된 심문이 없었다. 당시 담당 판사는 2월 26일을 심문 기일로 지정했다. 따라서 1월27일 공판 기록을 ‘심문’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면 말이 안 된다. 만일 법원 주장대로 1월27일 공판을 심문으로 여겼다면 뭐하러 2월26일에 또 심문했나. 애초부터 구속을 작심하고 서둘러 영장을 발부하다 불법 의혹을 지우려고 그런 것 아닌지 의심된다.”

구속 사유도 논란이다. 22일 영장엔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였는데, 25일 영장엔 ‘도망 염려’만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 씨는  신발 투척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을 때도 ‘도망 염려가 없다’며 기각됐다. 변호인 주장이다.

“문제의 모욕 사건은 지난해 1월 안산시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정 씨가 스피커로 유족들을 비난한 혐의다. 정 씨는 지난해 2월 7일 자진 출석해 심문을 받았고 이후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워낙 간단한 사건이고 정 씨가 사실관계를 다 인정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불구속으로 진행돼왔다. 그런데 1년 동안 잠자던 사건을 판사가 돌연 문제 삼아 구속을 연장했으니 논란이 안 생기면 이상하다.”

② ‘정창옥이다! 잡아!’ … ‘표적 체포’ 논란

경찰은 신발 투척으로 정 씨에 대해 신청한 영장이 기각된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15일 정 씨를 구속했다.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 중 저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 방해를 한 혐의다. 경찰이 이럴 때 내놓는 대표적 증거는 채증 사진이다. 그런데 정 씨 사건에선 경찰은 정 씨의 ‘폭행 순간’을 찍은 사진 없이 경관들 진술만으로 기소했다. “평소 대통령에 적개심을 갖고 있던 자”와 같이 혐의와 무관한 내용을 영장에 적시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게 변호인단 지적이다.

유승수 변호사는 “정 씨가 경복궁 역 사거리에서 혼자 걸어가는데 갑자기 경찰 여러 명이 ‘정창옥이다! 잡아!’라고 외치며 연행하려 해 정 씨가 불법체포에 저항한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 씨가 폭행했다는 장소도 경복궁역·통의동 파출소 등 경관마다 진술이 엇갈린다. 변호인단이 이런 물증 부재와 짜 맞추기 진술을 문제 삼았지만, 당시 영장심사 판사는 묵살했다”고 했다.

정 씨가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행동에 대해 검찰이 ‘공무 집행 방해’로 기소한 것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유승수 변호사의 말이다. “공무 집행 방해죄가 되려면 정 씨가 대통령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정 씨가 던진 신발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10m 넘는 지점에 떨어졌다. 폭행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 표현일 뿐이다. 문 대통령도 신발이 떨어진 사실조차 모르고 차에 타려 했다.”

③ 영장 전담검사 대기 속 고강도 수사

경찰은 당시 정 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이틀에 걸쳐 10시간 가까이 수사했다. 하지만 이후엔 수사한 적이 없다. 수사에 입회한 변호인이 전하는 당시 정황은 이렇다.

“형사 2명이 정 씨를 앉혀 놓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라. 신통한 답변이 없으면 휴대전화로 (상급자가 보낸) 카톡 메시지를 보면서 질문을 이어가더라. 정 씨가 사실관계를 다 인정하고 신발 던진 위치까지 확인해줬는데도 ‘당신 부인하고 통화한 적 있나’같이 무관한 질문을 반복하더라. 그러니 조서가 시간 순서가 뒤바뀌는 등 널을 뛰더라. ‘변호인으로서 이런 조서엔 서명 못 한다’고 버티니 그제야 시간 순서에 맞게 조서를 수정했다. 내가 답답해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왜 자꾸 묻나’고 하자 경찰은 ‘에이, 이건 일반인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거니까 그렇죠’라고 하더라. 대통령에게 신발 던지면 이 정도 수사는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사건인데도 경찰은 ‘엄청나게 수사할 게 많다. 배후를 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가 길어지며 밤이 깊어지자 경찰이 ‘지금 검사가 퇴근 안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괴롭다’고 푸념하더라. 검사가 무조건 구속영장을 치기 위해 이례적으로 청사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을 미리 (구속으로) 정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 비판 전단 뿌린 청년도 3년째 피의자 신세
대통령 비판 전단을 살포한 청년이 햇수로 3년째 수사받고 있는 상황도 논란이다. 2019년 7월 국회 분수대 주변에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김정식(34) 씨는 그해 11월부터 ‘대통령 문재인 등에 대한 모욕’ 피의자로 고강도 수사를 받아왔다. ‘모욕’은 당사자인 문 대통령 측이 김 씨를 고소해야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에게 고소인이 누구인지 함구해온 데다 ‘경범죄 위반’ 혐의까지 적용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을 증폭시켰다.

김 씨는 “두 달 전 남부지검이 ‘모욕·경범죄 위반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통지해와 경범죄 수사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경찰에 ‘경범죄 혐의가 뭐냐’고 물으니 ‘쓰레기 버린 것이랑 같다고 보면 된다’고 하더라. 모욕죄 기소가 어려우니 전단 살포를 쓰레기 투척으로 몰아 별건(경범죄)을 만들어 어떻게든 처벌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변호사는 “경범죄는 시효가 1년이라 햇수로 3년째인 김 씨 사건엔 현재 적용할 수 없다. 또 정치적 표현인 전단은 ‘쓰레기’가 될 수 없다. 경찰의 직권남용 소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김 씨를 수사해온 영등포서 관계자는 “곧 결론이 나올 듯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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