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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 위하여…김범수, 재산 절반 기부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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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6일 부호들의 기부 클럽 ‘더기빙플레지’에 등재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16일 부호들의 기부 클럽 ‘더기빙플레지’에 등재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김범수(55) 카카오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재산 절반(5조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의 사회 환원을 서약하며 시작한 기부운동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25개국의 220명이 기부를 서약했다. 한국에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에 이어 두 번째다.

더기빙플레지 등재…금액 5조 이상 #“아내의 노력에 감사, 이름 앞세워” #혁신가 100명 발굴, 교육분야 지원

김 의장은 16일 공개한 서약서에서 기부를 결심한 계기로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의 일부를 인용했다. 19세기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작품이다. 김 의장이 인용한 구절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한때 이 땅에 존재했던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라는 부분이다. 30대에 사업에서 성공한 뒤 방황의 시기가 찾아왔을 때 자주 읽었던 시라고 한다.

김 의장은 기부 서약서 첫머리에 자신보다 부인(형미선)의 이름을 앞세웠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은 기부 서약에 이르기까지 아내의 노력과 희생에 감사하며 이를 존중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아내의 이름을 앞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100명의 혁신가를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또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5일 카카오 사내 간담회에서도 “기부금을 묵혀 두지 않고 필요한 곳에 바로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교육 분야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서약서에서 “미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찾으려 한다”며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수년 전부터 비인가 실험학교 ‘거꾸로 캠퍼스’를 지원해왔다.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과 공동 출자한 프로그램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이끌어 진로를 찾게 도와주는 일종의 대안학교다.

김 의장은 지난달 8일 카카오 직원 7000여 명이 포함된 단체 메시지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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