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성차별 터지면…MZ 소비자는 "안 쓰고 만다" 외면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18:53

업데이트 2021.03.16 19:24

서울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안전사고나 성차별 같은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기업을 향한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MZ(2030)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가 대두하면서 쿠팡·컬리·동아제약 등이 불매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쿠팡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물류센터 노동자 등 6명이 사망했고, 마켓컬리와 동아제약에서는 각각 노동자 블랙리스트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장지물류센터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장지물류센터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젊은 소비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쿠팡 멤버십인 ‘로켓와우’에 가입했던 최모(28)씨는 16일 “쿠팡을 자주 써서 로켓와우를 신청했는데, (쿠팡의) 산재 기사를 보고 한 달 만에 해지했다”며 “(차라리) 느린 삶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백모(28)씨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불매를 선언했다. 백씨는 “개인적으로 야간 배송 앱은 안 쓰려고 한다”며 “똑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 환경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불매 인증’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인간다운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불매하겠다”, “당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돈을 더 쓰고 만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 쿠팡 고양물류센터의 모습. 뉴스1

경기 쿠팡 고양물류센터의 모습. 뉴스1

윤리적(사회적) 소비의 대두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8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3명(62%)은 ‘공동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착한 소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7%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답해,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것(73%)’이란 답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8.9%)은 ‘올바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들일 의향이 있다’고 했다.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58.8%)한 것이다.

해당 기업들도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사망한 노동자들과 유가족을 향해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최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

다. 마켓컬리 측은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동아제약은 논란 직후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최호진 사장은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번 건으로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성차별 관련 언급을 한) 해당 면접관에 대한 징계 처분과 함께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면접관에 대한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젊은 소비자의 윤리 소비 움직임이 당장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기업도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 대기업 임원은 “요즘 우리나라 기업 사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지만 E(환경)만 강조하고 S(사회)와 G(지배구조)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바뀌고 있는 이상 기업들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언론·시민사회단체 등이 기업 활동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하지만, 이보다 더 기업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바로 소비자”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같은 소비자 윤리를 의식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