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스티븐 연 뿐 아니다…아카데미 '최초' 역사 쓴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17:50

업데이트 2021.03.16 18:13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엔 그 어느 해보다 ‘사상 최초’의 기록이 많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시작된 다양성의 바람은 올해 더 강해졌다. CNN과 가디언 등 외신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되는 후보를 앞다퉈 조명했다.

분야별 여성 후보 총 70명 역대 최다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 중 9명이 비백인

지난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SNS에선 ‘#Oscars_So_White(오스카는 백인만의 잔치)’란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그해 감독상·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유색인종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아시아계와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도 대거 문이 열렸다.

제9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왼쪽)과 리즈 아메드. 두 사람은 각각 한국계 미국인,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첫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제9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왼쪽)과 리즈 아메드. 두 사람은 각각 한국계 미국인,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첫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AP통신은 올해 전체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 중 유색인종이 9명이라는 점을 짚었다. 특히 두 명의 아시아계 배우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오른 것은 처음이다. ‘미나리’에서 한국인 아버지를 연기한 스티븐 연(38)과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39)는 각각 한국계 미국인과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첫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아메드는 ‘첫 무슬림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기록도 썼다. 아메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각자의 문화 속에서 자신을 찾기 쉬워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미나리’의 윤여정은 상을 타게 될 경우 제30회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일본 배우 고(故)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계 수상자가 된다. 이외에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도 ‘미나리’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NBC는 이날 “틀에 박힌 백인 남성 중심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물러나면서 훨씬 더 다양한 후보를 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역대 가장 다양한 오스카 후보들”이라고 소개했다.

‘비 백인’ 우세…흑인 여배우 강세

지난해 별세한 채드윅 보스만도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이로써 후보 5명 중 비(非) 백인이 3명으로 다수가 됐다. 중앙포토

지난해 별세한 채드윅 보스만도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이로써 후보 5명 중 비(非) 백인이 3명으로 다수가 됐다. 중앙포토

단순히 유색인종을 후보에 포함한 것만이 아니었다. 남우주연상 후보 5명 중 3명이 비백인으로, 유색인종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이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일어났다. 스티븐 연, 리즈 아메드 외에도 영화 ‘블랙 팬서’로 잘 알려진 흑인 배우 고(故) 채드윅 보스만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후보에 호명됐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비올라 데이비스(왼쪽)과 안드라 데이. AP=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비올라 데이비스(왼쪽)과 안드라 데이. AP=연합뉴스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에서도 흑인 배우들이 돋보였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주연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56)는 이번이 네 번째 아카데미 후보 지명으로, 흑인 여배우로서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 2017년 영화 ‘펜스’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의 안드라 데이도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막강한 수상 후보로 점쳐진다.

역대 ‘최다 여성’ 후보

CNN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후보 리스트를 발표하자 감독과 배우, 제작진 등을 통틀어 모두 70명의 여성이 지명됐다는 점을 조명했다. 역대 최다다. 한 사람이 각기 다른 부문에서 여러 번 지명된 것을 포함하면 76차례에 달한다.

'노매드랜드'로 감독상·작품상·각색상 등 후보로 호명된 클로이 자오 영화 감독. AP=연합뉴스

'노매드랜드'로 감독상·작품상·각색상 등 후보로 호명된 클로이 자오 영화 감독. AP=연합뉴스

이중 가장 주목받은 건 감독상 후보에 오른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39)이다. 그는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데다, 작품상·각색상·편집상 후보에도 올라 가장 많은 부문에 호명된 여성 후보라는 기록도 세웠다. 자오는 앞서 ‘노매드랜드’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으로서 두 번째로 황금 사자상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 감독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그와 함께 오른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페넬 감독 역시 여성으로, 여성 감독 2명이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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