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부동산 정책 실패 탓에 국민 허리만 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00:04

업데이트 2021.03.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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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가계 빚이 크게 늘고 ‘벼락 거지’가 속출하는 와중에 이번엔 공시가격 쇼크가 우리 사회를 덮쳤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는 평균 19.08% 올라 부동산값 급등으로 종부세 폭탄 논란이 뜨거웠던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22.7%)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평균 19.91%)에선 노원구가 34.66% 오르는 등 이른바 ‘노도강’이라 불리는 강북 지역 중저가 아파트값이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13.96%)보다 더 많이 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시세 대비 공시가 반영률을 70.2%(지난해는 69%)로 끌어올린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가 많이 오른 결과다.

공시가, 세종 71%, 서울 20% 급등
건보료 인상 등 세 부담 크게 늘어

더불어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 언급으로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15일 공개한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세종은 무려 70.68%가 올랐다. 사진은 한창 부동산값이 뛰던 지난해 세종시 부동산 모습.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 언급으로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15일 공개한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세종은 무려 70.68%가 올랐다. 사진은 한창 부동산값이 뛰던 지난해 세종시 부동산 모습. [중앙포토]

특히 세종시는 무려 70.68%나 올랐다. 국토부가 “이례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폭등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의도적으로 국회 이전 이슈를 띄우면서 투기 수요가 몰린 탓이다. 비단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표심을 잡겠다며 여당이 특정 지역을 들쑤시는 헛발질을 할 때마다 부동산값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처럼 전국 집값은 문 정부가 들쑤셔놨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부동산 공시가는 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지표라, 공시가가 오른 만큼 당장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담도 껑충 뛰게 됐다. 가령 서울에선 이번 공시가 반영 이후 다섯 가구 중 하나가 공시가 9억원을 초과해 강북의 66㎡(20평형)대 아파트 상당수도 종부세 대상이 될 거란 분석이다. 강남 부자 잡겠다고 휘두르던 종부세가 중산층 가계 부담까지 늘려놨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820만 가구 중 127만 가구는 건보료가 오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9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지역가입자의 평균 건보료는 13.4% 인상된다. 특히 고정 수입 없이 집 한 채뿐인 은퇴자들은 더 타격이 크다. 미실현 수익을 빌미로 세금이 오르는 것만도 부담하기 어려운데 누려오던 각종 혜택을 못 받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였던 은퇴자 1만8000여 명은 오는 11월부터는 매월 12만원가량의 건보료를 새로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건보료 산정 시 재산공제를 확대해 일부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지만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는 국민에게 세금 폭탄만 안긴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번 공시가 산정을 계기로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 재검토는 물론 신뢰 잃은 부동산 통계도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론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01%, 노원구는 5.15%였다. 이를 근거로 “부동산 안정”을 부르짖고는 정작 공시가는 “시세대로”라며 올리는 건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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