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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종사자, 손목·척추질환 걸릴 위험 2배 더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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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흔히 근골격계 질환은 건설업이나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일부 생산직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데 병·의원 종사자도 근골격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넘어지거나 추락했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척추 손상과 같은 질환에도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보건연 ‘직업성 질병’ 분석 #주사 놓을 때 등 불안정 자세 반복 #백혈병은 반도체보다 석유화학 위험

또 반도체 공장 근로자에게 발생해 논란을 빚은 백혈병이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진에 노출된 근로자는 폐 질환뿐 아니라 소화기 계통에도 암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연구됐다.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최근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직업성 질병을 연구한 결과다. 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 등 12명이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에 따라 업종별 특징에 따른 직업성 질병 억제 대책 마련과 산업재해 보상책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운데 여성이 직업성 암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발생 확률은 비교군(공무원·교원)보다 무려 2.57배 높았다. 담낭이나 담도암 발생 비율도 2.78배나 많다. 남성의 경우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 방진시설을 비롯한 여러 특수한 시설이 필요하고 각종 유기용제가 사용되면서 근로자가 잠재적 건강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공장 근로자보다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 발생 가능성이 큰 업종도 분석됐다.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백혈병 발생 비율이 비교 대상보다 5.17배나 높았다. 담낭과 담도암은 2.99배 높은 등 다른 암의 발생비율도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성 근로자는 특히 직업성 암 발병에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발병률이 비교군보다 3.27배, 자궁경부암 1.75배, 비호지킨림프종 5.56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병·의원 종사자는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심각했다. 3만7079개 병·의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히 여성의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과 척추질환에 많이 노출됐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비교 대상보다 2.54배나 높았다. 흉추척추체압박골절 같은 척추성 질병 발생도 비교군보다 2배가량이었다. 주사바늘삽입 작업과 같은 반복적으로 허리를 숙이는 불안정한 자세가 척추를 압박해 변형을 가져오는(변형장애) 등 허리와 손목 등에 무리를 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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