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폭격기는 병원 노렸다···시리아 내전 10년, 스러진 59만명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16:55

업데이트 2021.03.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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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3월 15일로 10년을 맞았다. 시작은 소박했다. 시리아 국민은 권력보다 국민이 존중받는 민주 세상을 꿈꿨다. 이는 당시 동시 다발로 벌어졌던 ‘아랍의 봄’의 공통적인 꿈이었다. 내전은 국민의 그런 꿈에 대한 독재 권력의 잔혹한 공격이다. 시리아 내전 10년을 맞아 비극과 교훈을 3회에 걸쳐 반추한다.
시리아에서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웃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피난 온 10세 소년 오마르가 지난 1월 31일 거리에서 장난감 총과 꽃을 들고 있다. 유니세프는 10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어린이 1만2000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수백 만의 어린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10년에 걸친 내전으로 최대 59만이 숨지고 100만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500만의 난민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던 곳을 떠났다. 21세기에 맞은 인도주의 재앙이다. AP=연합뉴스

시리아에서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웃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피난 온 10세 소년 오마르가 지난 1월 31일 거리에서 장난감 총과 꽃을 들고 있다. 유니세프는 10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어린이 1만2000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수백 만의 어린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10년에 걸친 내전으로 최대 59만이 숨지고 100만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500만의 난민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던 곳을 떠났다. 21세기에 맞은 인도주의 재앙이다. AP=연합뉴스

‘21세기 인도주의 재앙’이라는 시리아 내전은 권력의 폭력에서 시작됐다.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남부의 다라라는 작은 도시에서 15명의 10대 청소년이 벽에 ‘민중은 정권의 퇴진을 원한다’는 낙서를 한 것이 계기였다. 이들이 경찰에 잡혀가 고문을 당했다. 2011년 당시 아랍 세계 대부분에선 ‘아랍의 봄’이 한창이었다.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을 요구하는 민중의 시위가 봇물처럼 터졌다. 청소년들의 낙서는 당시 시리아는 물론 아랍 세계 전역에서 유행하던 구호였다.

지난 2018년 5월 23일 시리아 서북부 대도시 알레포의 폐허가 된 거리에서 상인들이 라마단 기간 중에 먹을 채소를 팔고 있다. 교전은 일시 멎었지만 도시는 폐허로 변했고 식량이나 생필품도 태부족이다. 국제사회의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ICRC

지난 2018년 5월 23일 시리아 서북부 대도시 알레포의 폐허가 된 거리에서 상인들이 라마단 기간 중에 먹을 채소를 팔고 있다. 교전은 일시 멎었지만 도시는 폐허로 변했고 식량이나 생필품도 태부족이다. 국제사회의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ICRC

낙서 청소년 고문, 항의시위에 총격 대응 

권력은 아이들의 낙서에 고문으로, 이에 항의하는 가족·친척과 시민의 시위에 발포로 각각 대응했다. 강철은 또 다른 강철을 낳고, 화약은 또 다른 화약을, 피는 또 다른 피를 불렀다. 발포는 전국적으로 확산했으며 시민들은 총을 들 수밖에 없었다. 내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6·25전쟁이 3년 1개월, 임진왜란이 6년 7개월간 계속됐고 제1차 세계대전이 4년 3개월, 제2차 세계대전이 6년에 걸쳐 진행됐음을 고려하면 시리아 내전은 길고 고단하며 비극적인 분쟁이다.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에 마련된 바르 엘리아스 난민초에서 시리아에서 피란온 소녀가 지난 3월 5일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안고 비포장 도로에서 있다. 시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피신한 난민은 500만 명을 넘는다. AP=연합뉴스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에 마련된 바르 엘리아스 난민초에서 시리아에서 피란온 소녀가 지난 3월 5일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안고 비포장 도로에서 있다. 시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피신한 난민은 500만 명을 넘는다. AP=연합뉴스

21세기 인도주의 재앙 연출 

시리아 내전은 한 나라 전역을 피바다와 폐허로 만들었다. 21세기에 인도주의 재앙을 연출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지만, 살아남은 사람조차 정신 건강이 예사롭지 않다. 청소년기의 비극적인 전쟁 기억이 한 세대 전체의 집단 트라우마로 이어져 상당수가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고 있다. 교육도, 경제활동도 마비된 상태에서 정신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시리아 출신 청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지난 2015년 10월 29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의 두마의 임시병원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어린이가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5년 10월 29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의 두마의 임시병원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어린이가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ICRC 시리아 청년 조사, 정신적 고통 확인 

ICRC는 시리아 내외에 살고 있는 시리아 출신 청년을 대상으로 최근 의미 있는 조사를 실시해 내란 발발 10주년을 맞아 그 결과를 발표했다. ICRC는 1863년 박애주의자 앙리 뒤낭이 설립한 국제인도주의 기관으로, 전 세계의 적십자 운동을 촉발했던 민간 비영리기구다. 100여개 국가에서 분쟁 피해자를 지원하고 인도주의 활동을 펼쳐 1917년, 1944년, 그리고 196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시리아 동북부 알하사카 주의 알홀 난민촌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외과의사가 뼈를 다친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시리아 국내에서 집을 잃은 실향민을 수용하는 이 난민촌에는 현재 7만 4000명이 살고 있으며 9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어린이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모자 보건과 외과 수술, 정신 건강과 재활 의학적 치료에 대한 수요가 많다. 무기에 의해 부상한 사람이 많지만 이들을 치료한 인력과 장비, 의약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ICRC

시리아 동북부 알하사카 주의 알홀 난민촌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외과의사가 뼈를 다친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시리아 국내에서 집을 잃은 실향민을 수용하는 이 난민촌에는 현재 7만 4000명이 살고 있으며 9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어린이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모자 보건과 외과 수술, 정신 건강과 재활 의학적 치료에 대한 수요가 많다. 무기에 의해 부상한 사람이 많지만 이들을 치료한 인력과 장비, 의약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ICRC

ICRC는 시리아와 이웃 레바논, 그리고 이들을 난민으로 받은 독일에 거주하는 19~25세 청년 14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은 10년간 계속된 내전에 따른 정신·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가슴을 짓누르는 좌절감(62%)과 외로움(46%), 기타 정신적 고통(69%) 속에서 불안(73%)과 우울증(58%), 그리고 수면장애(54%)를 높은 비율로 겪고 있었다. ICRC의 분석 결과 이들의 3분의 2가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내전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까지 일으켰다.

터키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서북부 이들립의 국내 피란민 킴프에서 지난 3월 2일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이 전투로 심하게 훼손된 학교 건물이다. 아직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터키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서북부 이들립의 국내 피란민 킴프에서 지난 3월 2일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이 전투로 심하게 훼손된 학교 건물이다. 아직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구·친척 상실 47%…6명 중 한 명 부모 잃어

원인은 당연히 내란이다. 죽음과 부상의 슬픔과 공포가 마음의 병을 일으켰다. 내란으로 이들 중 47%가 친척·친구의 죽음을 겪었으며 6명 중 1명은 부모 중 한명 이상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 본인이 부상한 경우도 12%에 이르렀다.
이들의 경제적 상황도 참담하다. 절반이 아예 소득이 없으며, 77%는 식량·생필품을 충분히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비율은 시리아 거주 응답자 사이에선 85%에 이르렀다. 57%는 내전 이후 더 이상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시리아 내에선 경제적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시리아 인구 약 1750만 명의 3분의 2인 1340만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ICRC는 진단했다. 시리아에선 내전으로 경제활동이 상당수 마비돼 주민들은 경제활동의 기회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리아 인구의 30%가 가족을 부양할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시리아 젊은이들의 사회적 상황도 심각하다. 62%는 집이 없으며, 54%는 친척과 연락이 끊겼다. 레바논 거주 응답자 중에는 친척과 연락이 끊긴 경우가 70%에 이르렀다. 응답자 5명중 1명은 계속되는 내전으로 결혼 계획을 연기했다.

2019년 5월 26일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 근처의 마아레트 알누만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를 이웃 주민이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9년 5월 26일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 근처의 마아레트 알누만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를 이웃 주민이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어린이 사상 1만2000, 소년병 5700명 징집  

유니세프(유엔 아동기금)의 시리아 어린이 보고서도 가슴을 울린다. 유니세프는 전 세계 192개국에서 어린이와 엄마의 보건의료, 영양, 위생, 교육,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유엔 기관으로 1965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시리아 내전 10년을 맞아 유니세프가 내놓은 보고서는 참담하다. 유니세프 추정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의 내전으로 시리아에서 거의 1만2000명의 어린이가 숨지거나 부상했다. 7살에 불과한 어린이를 포함해 5700명의 어린이가 전투에 동원됐다. ‘시리아 소년병’이다.

지난 2018년 2월 22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동구타 지역의 두마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한 아기가 임시병원에 누워있다. 내전의 한 복판에 태어나 한번도 평화로운 시대를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21세기의 비극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유럽에서 비행기로 2~3시간 떨어진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8년 2월 22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동구타 지역의 두마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한 아기가 임시병원에 누워있다. 내전의 한 복판에 태어나 한번도 평화로운 시대를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21세기의 비극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유럽에서 비행기로 2~3시간 떨어진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AFP=연합뉴스

50만 명은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로 고통 받고 있다. 시리아에서 하루 연명에 필요한 식료품의 가격은 지난 1년 새 230%로 뛰었다.
시리아에 거주하는 245만 명과 인접국에 머무는 75만 명의 어린이는 학교를 떠났으며 이 중 40%는 여자 어린이다. 어린이의 90%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20%가 증가한 비율이다. 의료와 교육 시설 종사자 1300명 이상이 공격을 받았다.

3월 15일 시리아 내전 10주년 기획上
‘아랍의 봄’으로 민주사회 꿈꿨지만
독재자 공격으로 유혈 생지옥 변해
ICRC, 시리아 청년 1400명 조사하니
불안·우울증·수면장애 ‘마음의 병’
교육 중단, 취업 기회와 미래 상실
아동 320만 학업중단, 90% 인도적 위기
전쟁이 유일한 경험…·동심·꿈 잃어
다큐 ‘사마에게’로 참상 알려도 무관심
1인당 GDP 반토막…집단 영양실조까지
미국 관심사 IS 몰락해도 독재정권 여전

시리아 알레포 다큐 ‘사마에게’로 참상 공개  

이런 비극을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생생하게 고발한 것이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다. 2020년 제 92회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해 2월 9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감독·각본·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할 때 이 다큐멘터리는 후보에 머물렀다.

시리아 내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사진 엣나인필름

시리아 내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사진 엣나인필름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의 배경은 가혹한 전투와 비인도적인 민간인 봉쇄 때문에 ‘시리아의 스탈린그라드’로 불린 시리아 서북부 대도시 알레포(아랍어 할랍)다. ‘동알레포 포위전’이 진행되던 2012~2016년의 4년 반 동안 촬영됐다. 바로 그 시기 이 도시에 머물렀던 와드 알카텝(알카텝은 가족 보호를 위한 가명) 감독은 자신이  카메라로 기록한 내용을 영국에서 영국인 에드워드 와츠와 함께 장면 다큐멘터리로 풀어냈다.

다큐멘터리 '사마에게'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사마에게'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놀라운 사실은 영상 기록자인 감독이 알레포 포위전 현장에서 사랑하고 출산해 딸을 키운 엄마라는 사실이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현장을 여성의 시각으로 가족과 인간적인 문제를 충실하게 다뤘다. 다큐멘터리의 중심 인물은 와드 알카텝 감독과 딸 사마(하늘이라는 뜻), 그리고 남편인 의사 함자다. 와드는 자신의 목소리로 모든 상황을 증언한다. 증언은 아이조차 마음 놓고 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쓰라린 회상으로 점철됐다. 내전의 참상은 너무도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의 주인공이자 감독 와드 알-카팁과 내전 중 태어난 두 아기, 그리고 남편.. 사진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의 주인공이자 감독 와드 알-카팁과 내전 중 태어난 두 아기, 그리고 남편.. 사진 엣나인필름

동알레포 포위 공격 당시 동심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지고, 간이 병원에서는 상상을 넘어서는 비극이 매일 발생한다. 폭격 직후 의식을 잃은 꼬마 동생을 병원에 데리고 온 어린 형들은 눈물조차 말랐다. 이들의 부모는 이미 폭격으로 희생됐다. 자신의 아이를 잃은 엄마는 반쯤 혼절한 상태에서 끝없이 울먹인다. 이를 보는 의사와 병원 스태프들은 자신들도 언제 폭격의 희생물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착잡하다. 실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폭격기는 병원 등을 중점적으로 노렸다. 어린이는 분쟁의 핵심 희생자다.

다큐멘터리 '사마에게'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사마에게'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무기의 그늘, 생생하게 고발

이 다큐멘터리는 무기의 그늘을 철저하게 보여준다. 인류가 만든 잔인한 무기가 차례로 등장해 가공할 살상을 실행하는 장면이다. 러시아제 수호이 Su-24 공격기가 확산탄을 알레포에  투하해 거리 하나를 줄줄이 파괴하는 장면은 관객을 전율하게 한다. 집속탄·클러스터탄으로도 부르는 확산탄은 하나의 폭탄이 지상에 닿기 전에 수백 개의 자탄(子彈)으로 분리되고 ‘강철비’처럼 흩뿌려져 넓은 범위를 초토화하는 살상 및 파괴용 무기다.

2015년 시리아 북부 코바네의 거리를 한 여성이 아기를 데리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5년 시리아 북부 코바네의 거리를 한 여성이 아기를 데리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헬기는 통폭탄을 조용히 떨어뜨린다. 통 폭탄은 드럼통 안에 폭탄과 인화물질, 그리고 못 등을 넣은 사제무기인데 지연신관을 사용해 지상에 투하된 뒤 곧바로 터지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뭔가 싶어 다가올 무렵에 폭발해 대량 살상을 유발하는 반인륜적인 살상무기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주된 피해자라는 점에서 시리아 전쟁의 비인간성과 비극성을 대변하는 무기다. 제공권을 장악한 정부군이 주로 사용해 시리아 내전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무기가 됐다.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리아 내전의 비극은 이미 전 세계에 충분히 알려졌다. 다만 누구도 이를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2012년 9월 13일 시리아 알레포에서 정부군의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충격을 받은 여성이 딸을 꼭 껴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2년 9월 13일 시리아 알레포에서 정부군의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충격을 받은 여성이 딸을 꼭 껴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탄 소리만 듣고도 종류 아는 아이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그것이 어떤 무기인지를 알아차린다는 사실이다. 미처 10살도 안돼 보이는 소녀가 항공기에서 투하한 일반 폭탄이 터지는 소리인지, 확산탄이 도시의 거리 하나를 줄줄이 무너뜨리는 소리인지, 전차에서 발사한 포탄이 건물을 부수는 소리인지를 구분하는 장면은 전쟁의 희비극이었다. 그 어린 입에 확산탄이란 이름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비극인데 말이다. 아이들은 사실 태어나서 전쟁밖에는 본 것이 없다. 어린이들이 폭격기에서 투하한 폭탄이 지상에서 터지는 소리를 듣고 집속탄이다 아니다를 구분하는 모습은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분쟁은 동심을 파괴한다.

2014년 알레포에서 통 폭탄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를 주민이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4년 알레포에서 통 폭탄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를 주민이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1인당 GDP 829달러로 반 토막

무기의 그늘 속에 화약과 피 냄새로 가득한 분쟁을 겪으면서 시리아는 폐허가 됐다. 경제는 마비됐고 인프라는 파괴됐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명목금액 기준으로 2010년 1700달러였던 시리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추정치로 829달러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현재 시리아의 이미지는 온통 무너져 폐허로 변한 참담한 시가지가 떠오른다.
더욱 문제는 사람이다. 죽고, 다치고 떠난 사람은 너무도 많다. 영국 코벤트리에 위치한 비정부기구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10년의 내전은 11만6900여 명의 민간인을 포함홰 38만~59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유엔난민기구(UNHCRT)에 따르면 511만 명의 난민과  760만의 국내실향민이 시리아에서 나왔다. 그 결과 시리아 인구는 내란 직전인 2010년 2100만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750만 명으로 추산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펴내는 CIA 팩트북은 시리아 인구를 2021년 7월 기준 2038만 명으로 추산했다.

2015년 6월 30일 시리아 수도 다마그쿠스의 동부 두마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 당한 노인이 임시 진료소에 도착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5년 6월 30일 시리아 수도 다마그쿠스의 동부 두마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부상 당한 노인이 임시 진료소에 도착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군·반정부군에 쿠르드, IS, 러·터키 가세  

군사작전도 대혼란을 겪었으며 막대한 인명 손실이 발생했다. 내전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4개였다.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부군과 반정부군 외에 독립이나 자치를 추구하는 동북쪽 쿠르드족, 그리고 혼란을 틈타 근거지 확보와 세력 확대를 시도했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그들이다. 반정부군은 정치적 이익이나 목적에 따라 수십 개의 분파로 나뉘어져 통일된 작전을 벌이지 못해왔다. IS는 쿠르드족과 반정부군, 그리고 미군과 국경 너머 이라크군까지 포함한 다국적군에 의해 섬멸되고 흔적만 남았다.
여기에 더해 시리아 북쪽 국경을 맞댄 터키와 내란 중에 시리아에 군사 기지를 설치한 러시아까지 개입하고 있다. 독일 국제방송 DW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주에 공군 기지를, 지중해 연안의 타르투스에 해군 기지를 설치해 운영한다. 이처럼 4개의 축이 벌이는 복잡한 내전에 외국군까지 개입해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10월 31일 알레포에서 정부군 폭격으로 딸과 아들이 심한 부상을 입은 아버지인 카말이 자녀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흐느끼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2년 10월 31일 알레포에서 정부군 폭격으로 딸과 아들이 심한 부상을 입은 아버지인 카말이 자녀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흐느끼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인 사망자도 상당하다. SOHR의 집계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 측의 경우, 정부군만 12만9700~17만8700명, 알아사드의 정부군을 지원하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1700~2000면, 알아사드 정권을 돕는 러시아가 133~156명,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인 와그너 그룹이 183~283명, 기타 8100명의 사망자를 냈다. 반정부군은 모든 정파를 합쳐 8만5000~14만1000명, 쿠르드자치구 병력 1만3700명, 터키에서 넘어온 쿠르드족 단체인 PKK 무장대원
3200명에 터키 230~285명으로 집계된다. 터키는 시리아 반정부군을 선택적으로 지원하지만 쿠르드족의 경우 자국의 쿠르드족과 연계를 경계하는 입장이며 PKK를 테러 단체로 간주한다.

미국 관심사 IS 소멸돼도 독재자는 여전히 건재  

2018년 3월 7일 반정부군이 점령한 시리아 동구타 지역의 임시 진료소에서 정부군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소녀가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8년 3월 7일 반정부군이 점령한 시리아 동구타 지역의 임시 진료소에서 정부군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소녀가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 속에서 근거지를 확대하던 IS는 잔학상과 테러로 국제사회의 공적이 돼 시리아 내전의 거의 모든 당사자의 공격을 받았다. 그 결과 4만100명의 사망자를 내고 소멸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전은 미국의 관심사였던 IS를 몰아냈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인도주의 재앙을 일으킨 알아사드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다. 국민 저항으로 파멸 직전에 몰렸던 독재자는 러시아의 지원 등에 힙입어 잃어버린 땅을 상당수 회복하고 학살극을 진행 중이다. 시리아 내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생명은 죽어가고 비극의 막을 내릴 줄 모른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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