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 업종에 이런 질환이…간호사, 손가락 마비온다면 업무상 질병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13:37

업데이트 2021.03.15 19:25

 4일 오후 서울 중구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 간호사 직무교육에서 참석자들이 실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 간호사 직무교육에서 참석자들이 실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근골격계 질환은 건설업이나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일부 생산직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데 병·의원 종사자도 근골격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넘어지거나 추락했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척추 손상과 같은 질환에도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분진은 폐뿐 아니라 소화기 암 일으켜 #미세먼지 많아지는 계절, 유의할 필요 #백혈병, 반도체보다 석유화학 더 심해 #병·의원 종사자, 허리 등 근골격계 취약 #업종별 특성 반영한 질병 대책 필요

또 반도체 공장 근로자에게 발생해 논란을 빚은 백혈병이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발병 확률이 높았다.

분진에 노출된 근로자는 폐 질환뿐 아니라 소화기 계통에도 암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연구됐다.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최근 빅데이터에 기반한 직업성 질병을 연구한 결과다. 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 등 12명이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에 따라 업종별 특징에 따른 직업성 질병 억제 대책 마련과 산업재해 보상책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운데 여성이 직업성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발생 확률은 비교군(공무원·교원)보다 무려 2.57배 높았다. 담낭이나 담도암 발생 비율도 2.78배나 많다. 남성의 경우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 방진시설을 비롯한 여러 특수한 시설이 필요하고 각종 유기용제가 사용되면서 근로자들이 잠재적 건강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도 여성 근로자의 자궁경부암 발생 확률이 2배 높았다.

1월 13일 오후 2시 20분께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해 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중 2명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1월 13일 오후 2시 20분께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해 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중 2명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반도체 공장 근로자보다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업종도 발견됐다.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백혈병 발생 비율이 비교대상보다 5.17배나 높았다. 담낭과 담도암은 2.99배 높은 등 다른 암의 발생비율도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성 근로자는 특히 직업성 암 발병에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발병률이 비교군에 비해 3.27배, 자궁경부암 1.75배, 비호지킨림프종 5.56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나 불산 누출 사고에서 보듯 화학물질을 다루는 데 따른 질병 유발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병·의원 종사자는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심각한 것으로 연구됐다. 3만7079개 병·의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히 여성의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과 척추질환에 많이 노출됐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비교대상보다 2.54배나 높았다. 흉추척추체압박골정이나 요추흉추체압박골정 같은 척추성 질병 발생도 비교군에 비해 2배가량이었다. 주사바늘삽입, 투석라인제거, 체위변경 작업과 같은 반복적으로 허리를 숙이는 불안정한 자세가 척추를 압박해 변형을 가져오는(변형장애) 등 허리와 손목 등에 무리를 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병·의원 종사자의 우울증 발생 확률도 다른 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사실도 확인됐다.

타이어업종 종사자는 남성의 경우 위암, 여성의 경우 난소암을 조심해야 할 것으로 연구결과 나타났다.

서울, 인천, 경기, 충남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중인 15일 서울 양천구 궁동터널 인근에서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차량공해저감과 운행차관리팀 공무원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다. 이날 단속 중인 한 차량이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이 차량은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해 시정 조치를 받았다. 김성룡 기자

서울, 인천, 경기, 충남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중인 15일 서울 양천구 궁동터널 인근에서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차량공해저감과 운행차관리팀 공무원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다. 이날 단속 중인 한 차량이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이 차량은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해 시정 조치를 받았다. 김성룡 기자

분진에 노출된 근로자는 폐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결과 소장암과 결장암 발생비가 21배 가량 높고, 항문암도 37배나 높은 등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 계통의 암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는데 따른 위험성이 직업성 질환 연구로도 입증된 셈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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