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의 시선

김진욱 공수처장 "투기 의혹 국회의원들 수사할 의향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00:30

업데이트 2021.03.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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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3기 신도시를 둘러싼 투기 사태를 보면서 '강남 개발의 산증인'으로 불렸던 고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가 생각났다. 2016년 별세하기 전에 마지막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경고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터득한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건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추후에라도 들켰다면 아마 감옥에 가지 않았을까? 물론 돈 가방을 싸 들고 와서 정보를 알려달라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땅을 사지도, 정보를 돈 받고 팔지도 않았다. (투기로) 돈벼락 맞으면 반드시 결말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강남의 대표적 땅 부자들도 그렇게 행복한 노년을 보내지는 못했다."
 원로 도시계획 전문가의 엄중한 경고를 가볍게 흘려들었기 때문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3기 신도시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지난 2일 제기된 이후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파문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3기 신도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LH 임직원의 투기 의혹도 충격적이지만, 더 큰 권력을 쥔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교묘한 투기 행태는 배신감마저 느끼게 한다. 양이원영·양향자·김경만·윤재갑·서영석·김주영 의원 등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올라오는 6명은 모두 여당 의원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들은 "서둘러 땅을 팔아서 기부하겠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기 발본색원"을 외치고, 정세균 총리는 "패가망신시키겠다"고 연일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같은 부실한 조사로는 투기 엄단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계속 이런 식이면 정권 레임덕은 더 가속하고 여당엔 보궐선거 악재가 될 것이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지난 1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지난 1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중앙포토]

 독버섯 같은 투기 의혹이 속속 제기되는데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논란에 손발이 묶여 있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발족했지만, 수사 경험과 노하우의 한계가 지적된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공분을 일으킨 신도시 투기 사태를 어떻게 보나.
 "국민과 똑같이 생각한다. (지난 12일 김학의 출국 금지 의혹 관련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밝혔듯이 논란 있는 수사에 공백이 있으면 안 된다. 수사는 공정해야 하고, 동시에 (국민이 보시기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LH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LH 임직원은 직급이 낮아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데.
 "중앙행정기관 정무직 공무원, 감사원·국세청·공정위·금융위 등 소위 힘 있는 기관은 3급 이상이 수사 대상이다. (투기 혐의자 중에) 공수처 수사 대상이 나오면 수사해야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2월 23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 수사 사건 이첩을 포함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처장은 특수본이 수사중인 고위공직자 투기 관련 사건을 이첩받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2월 23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 수사 사건 이첩을 포함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처장은 특수본이 수사중인 고위공직자 투기 관련 사건을 이첩받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경찰(특수본)이 국회의원들을 수사하면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할 의향이 있나.
 "그렇다. 다른 사건도 아니고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투기로 공정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했으니. 공수처법에 검사가 수사 대상이면 무조건 이첩해야 하고, 국회의원은 공수처가 이첩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국회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이 대상이고, 대통령은 본인과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도 대상이다."
 -대한변협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권력에 진 빚이 없다면 소신껏 수사할 수 있지 않나.
 "부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여야든 청와대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공수처의 핵심 가치다. 그런 가치를 표상하는 것이 공수처장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사결정으로 국민 신뢰를 받아야 한다. 국민이 지지해주지 않으면 공수처가 정치적 입맛에 따라 휘둘릴 때 누가 지켜주겠나."
 -핵심 사정 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다 보니 공직 기강이 흔들려 투기 범죄가 판친다는 분석이 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수처가 3기 신도시 관련 수사를 언제쯤 이첩받아 수사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고려하면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나서서 '1호 사건'으로 똑 부러지게 수사하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는 김 처장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2월 25일 관훈포럼에 초청돼 '민주공화국과 법의 지배'를 역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2월 25일 관훈포럼에 초청돼 '민주공화국과 법의 지배'를 역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관훈포럼에 초청된 김 처장의 '신중한' 언행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토론에서 결기 있는 어조로 민주공화국의 헌법과 법치  정신을 강조했다. 김 처장이 말한 대로 법과 양심에 따라 신도시 투기 사태를 수사한다면 공수처는 당초 우려와 달리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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