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신속하고 제대로 된 LH 수사로 추가 비극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내용을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오른쪽)이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내용을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오른쪽)이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두 명이 잇따라 숨졌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 모두 정부가 전수조사로 밝혀낸 투기 의혹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700명 이상을 투입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LH 관계자 둘 잇따라 극단 선택 #경험 많은 검사 투입해 보완하길

대형 비리 사건을 많이 수사했던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신속한 수사로 혐의자를 분류해야 하는데 변죽만 울리면서 시간을 끌면 오히려 관련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게 된다”고 분석한다. “위법행위가 빨리 특정되면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처벌 가능성과 형량을 파악하게 돼 과도한 염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 얘기도 비슷한 취지다. 현재 의혹이 제기된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아도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임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폭로 이후 13일이 지났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합동조사 결과는 초라하다. 참여연대 등이 제보를 바탕으로 일부 지역만 조사해 찾아낸 의혹에서 고작 7건을 추가했다. 시민단체만도 못한 수사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총리는 “LH 임직원은 실제 사용 목적 이외의 토지 취득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말로는 엄정한 대처를 강조했지만, 실상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이번 사태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계속 버티다 전 LH 전북본부장이 사망한 날에야 사의를 표명했다. 합동조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닫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 부동산 투기 범죄 수사는 검찰이 지휘해 왔다. 그만큼 전문성이 축적됐다. 한데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적화된 수사 역량을 십분 활용하지 않는다.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유능한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경찰과 협력해서 혐의를 추적하는 방식은 현행 제도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사권 조정 직후임을 고려하면 시행령을 일부 수정해 문제를 보완하는 방식도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여당에서 특검 수사 주장이 나오는 것만 봐도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역량이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검 수사는 수사와 기소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특히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핵심 역할을 한다.

여당에서조차 수사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더는 정쟁에 매몰되거나 명분에 집착해 실기해선 안 된다. 검찰과 경찰을 망라해 가장 뛰어난 역량을 지닌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추가 비극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이제 막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에 수사 실습과 지휘 훈련을 시킬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