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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이 형도 쏜다, 이런 칭찬받고 싶지만 지금은 사업 더 키울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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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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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최근 정보기술(IT)업계에 불붙은 연봉 인상 경쟁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과 ‘보상’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분위기에 떠밀려 보상 수준을 급하게 올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이해진, 네이버 전 직원에 이메일 #“너무 급한 보상경쟁, 후유증 염려 #사업 더 잘 돼야 최종승자 되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릴 것” 이해 구해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12일 네이버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전날 온라인으로 2시간 동안 글로벌 도전 전략을 설명한 소회를 담은 이메일이었다.

그는 “(설명회에서) 제가 너무 사업에 포커스하려다 보니 핫이슈인 보상에 대해 피해가려는 인상을 주지나 않았나 후회된다”고 운을 뗐다.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선 설명회에서 보상 방침이 나오지 않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해진 GIO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 이 배를 탄 사람들이 후회가 없을지의 문제, 즉 사업과 보상은 제가 20년 일해오면서 늘 가장 고민해온, 고민할 수밖에 없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본질”이라며 “좋은 사업 없이 좋은 보상이 이뤄질 리 없고 좋은 보상 없이 좋은 사업이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회사마다 사업의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그 후유증이 염려된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판교테크노밸리의 IT 기업들은 잇따라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일 넥슨(+800만원, 개발자 기준)을 시작으로, 넷마블(+800만원), 크래프톤(+2000만원), 엔씨소프트(1300만원+α) 등이 연봉을 올렸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에서 보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네이버 경영진과 직원·노조 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사내 간담회에서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해진 GIO도 이메일에서 “사업이 더 커지고 더 잘 돼야 타사와의 보상 싸움에서 최종 승자가 된다”며 장기적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상이 다들 보상만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리 사업에 대해서 점검하고 고민 먼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진 GIO는 “솔직히 저도 ‘해진이 형이 쏜다’ 이런 거 해서 칭찬받고 사랑받는 거 해보고 싶긴 하다”며 “많은 고민과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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