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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수소에 꽂힌 ‘80년대생 3세’ 경영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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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대기업 경영인들의 얼굴이 젊어지고 있다. 4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LG그룹에선 최근 1~2년 사이 총수가 바뀌었다. 창업자의 3~4세가 전면에 나서며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사업 도전장 내고 경영 전면에 #한화 김동관, 우주항공 산업 총괄 #현대중 정기선 ‘수소 드림’ 승부수 #LS 구동휘, 등기이사로 첫 데뷔 #“본인 성과 보여줘야 리더십 확보”

다른 그룹에서도 대주주 일가 중 30~40대 자녀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김동관(38) 한화솔루션 대표와 정기선(39)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경영지원실장), 구동휘(39) E1 전무(최고운영책임자ㆍCOO)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30대 후반이면서 대기업 경영인 3세라는 게 세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새해 들어 신사업 발굴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동관

김동관

한화그룹(재계 7위)의 김 대표는 그룹의 주력 회사인 ㈜한화에서 전략부문을 총괄하는 사장을 맡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한화솔루션에는 네 명의 각자대표가 있는 데 그중 한 명이 김 대표다.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사내)로 선임됐고 지난해 10월 대표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달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등기이사가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이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우주항공·방위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다. 김 대표는 그룹에서 우주산업 관련 핵심 기술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허브’의 팀장을 맡기로 했다. 스페이스 허브에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개발하는 연구진과 위성통신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정기선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재계 9위)의 정 부사장은 수소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현대중공업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달 초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을 대표해 협약식에 참석한 정 부사장은 “두 회사의 ‘수소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에서 액화석유가스(LPG)를 들여와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는 아람코가 본국으로 가져간다. 오래된 유전에서 아직 남아 있는 원유를 뽑아내는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정 부사장의 아버지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조선·건설기계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정 부사장이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으로 역할을 자연스럽게 나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정 부사장의 승계를 위한 리더십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동휘

구동휘

LS그룹(재계 16위)에선 구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E1의 최고운영책임자로 취임한 구 전무는 오는 26일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LS네트웍스에서도 오는 30일 주총을 거쳐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한 LS그룹에서 창업자 3세가 등기이사를 맡는 건 처음이다. 구 전무의 아버지는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겸 ㈜LS 회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경영 성과에 책임을 지는 단계까지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경영인 3세들이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 누구도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며 “그만큼 자원 배분 능력이나 통찰력을 보여줘야 임직원들이 따르는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원준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한 셈”이라며 “단기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먼저 (회사) 구성원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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