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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커피·담배·때수건 멀찍이…자명종·물·마스크 가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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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굿 컨디션’ 생활 수칙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지만 사람의 컨디션은 떨어지기 쉬운 ‘두 얼굴의 계절’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도를 넘나들고, 꽃샘추위가 다녀가면 꽃가루와 황사, 미세먼지가 불시에 날아든다. 겨우내 움츠렸다가 봄을 맞아 활동량이 늘리려 하지만 졸음이 쏟아지고 피부는 푸석해지는 등 컨디션 난조로 당황할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봄철 건강이 1년 건강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해 ‘건강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봄철 건강은 관리하기 나름이다. 환절기 대표적인 건강 이상 신호에 따른 컨디션 조절법을 알아본다.

졸음 참기 힘들면 낮잠 20분 이내 #소변 색깔 짙으면 빨리 수분 보충 #눈 비비지 말고 가급적 안경 쓰기

춘곤증. 기상 시간 지키고 아침 햇빛 쐬기

봄철 신체가 보내는 대표적인 증상이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봄에 충분히 자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 식욕이 떨어지며 몸이 나른해지는 등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성 피로 현상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춘곤증은 의학적으로 질병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의 기온 차이가 뚜렷할수록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유독 많다”고 말했다.

춘곤증의 주요 원인은 일조시간 변화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겨우 내내 짧은 일조시간에 적응하던 몸이 길어진 일조시간에 일시적으로 적응 장애를 보이면서 춘곤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춘곤증은 2~3주가량 이어지다가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해지는 춘분(올해는 3월 20일)을 기점으로 증상이 약해진다.

춘곤증을 건강하게 이겨내려면 알람시계를 활용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되 아침에 일어날 때 햇빛을 쐰다. 신 교수는 “눈에 빛이 들어오면 16시간 뒤 졸음이 찾아와 잠을 유도한다”며 “제때 잠이 들게 해 춘곤증 해소에 도움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춘곤증을 쫓기 위해 오후에 커피를 마시는 건 피한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카페인의 체내 각성 효과는 4~8시간 지속한다”며 “춘곤증으로 졸음을 참기 힘들 땐 20분 이내로 단잠을 청하고 커피·녹차·홍차 등 카페인 음료 섭취는 오전 시간대로 한정하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담배의 니코틴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뇌를 각성시킨다. 특히 저녁 시간대의 흡연은 불면을 유도한다. 술은 수면을 유도하지만 깊은 잠은 되레 방해한다. 가벼운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줄넘기, 수영, 에어로빅 등 유산소 운동은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춘곤증 극복을 돕는다. 아침·점심엔 두부·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이 권장된다. 단백질이 각성 물질인 아드레날린,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자극해 졸린 증상을 줄이고 활력을 돋운다.

건조증. 물수건 널어 실내 습도 50~60%로

봄에 나타나는 또 다른 증상이 ‘건조증’이다. 봄철엔 공기 중 습도가 낮은 데다 야외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수분량이 연중 가장 급증하는 시기다. 봄의 수분 섭취량을 겨울보다 늘리지 않으면 단순히 갈증과 피부 건조증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 면역 기능도 떨어뜨릴 수 있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몸의 70%를 이루는 수분이 부족하면 땀·소변 등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체내에 쌓여 만성피로를 유발하고, 면역 세포 내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몸속 수분이 1~2%만 줄어들어도 변비, 비만, 피로감, 관절 이상, 노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틈틈이 생수를 챙겨 마시되 피부가 건조해졌거나 소변 색이 짙다면 수분을 빠르게 보충해야 한다. 건조한 봄철에 때를 밀거나 목욕을 자주 하면 피부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제한다. 특히 때수건을 사용하면 피부 보호막이 손상돼 피부 속 수분의 증발을 부추긴다. 자는 동안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숨 쉴 때 코점막이 촉촉해야 공기 중 바이러스·박테리아의 체내 유입을 막을 수 있다”며 “공기가 건조해 코점막이 마르면 입으로 호흡하면서 바이러스·박테리아가 호흡기에 침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내에선 물기 있는 수건을 널거나 가습기를 활용해 습도를 50~60%로 유지한다.

알레르기. 외출 땐 수시로 인공눈물 넣어야

알레르기 환자에게 봄철은 괴롭다. 꽃가루·풀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봄철에 많아지면서 재채기, 맑은 콧물, 눈과 코 가려움, 코막힘, 눈 충혈 등의 증상을 달고 다녀서다. 실제로 봄철엔 알레르기 비염과 알레르기 결막염이 급증한다. 알레르기는 몸의 방어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의 일부가 꽃가루·집먼지진드기 등 특정 외부 항원을 인식해 나타나는 과민 반응이다. 이로 인해 면역 세포가 탈진한 상태에서 면역 세포를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이 있다. 봄의 큰 일교차와 황사·미세먼지의 습격이다. 큰 일교차에 체온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량 소모하면서 면역 세포에 할당할 에너지가 줄어든다. 여기에 황사·미세먼지 등 ‘침입자’에 대항하느라 면역 세포가 탈진하면서 감기 등 다른 질환을 막아내지 못할 수 있다. 알레르기 환자라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줄여야 하는 이유다.

우선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해 꽃가루 등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최대한 차단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는 외출 시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어 눈 속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 게 안전하다. 렌즈보다는 안경을 착용하는 게 권장된다. 렌즈 착용으로 생길 수 있는 안구건조증이 눈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알레르기 결막염에 노출될 위험을 높여서다. 외출 후 손을 씻되, 씻었다고 해서 손으로 눈을 비비는 행동은 삼간다. 큰 일교차에서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면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게 효과적이다. 처방에 따라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등의 약제를 사용한다.

Tip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비정형적 우울증 등 
증상이 춘곤증과 비슷한 질환 주의하세요 

봄에 피곤하고 나른하다고 해서 단순히 춘곤증으로만 여기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춘곤증을 가장한 진짜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서다. 가볍게 운동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는 데도 증상이 오래 간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춘곤증과 혼동하기 쉬운 대표적 질환을 알아본다.

푹 자도 피곤, 입 바짝 마르면 수면장애 
수면장애 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내내 뇌가 각성해 있어 잠을 많이 자도 낮에 피곤한 게 특징이다. 밤에 코를 골다가 10초 이상 무호흡 구간이 시간당 5번 이상인 경우 진단한다. 이들 환자는 잘 때 입으로 숨을 쉬어 구강이 건조하기 쉽다. 비만이거나 중년 이상인 남성, 턱이 좁은 사람, 뇌졸중 환자에게 위험성이 크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양압기를 착용하거나 지속적 양압술을 시행해 치료한다. 살을 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봄에 추위 많이 타면 갑상샘기능저하증 
피곤해하면서 무기력하고,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푸석해졌다면 갑상샘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갑상샘호르몬 분비가 줄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있거나 과거 갑상샘 수술,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갑상샘 기능검사가 권장된다. 이들 환자는 갑상샘호르몬 보충 치료를 받아야 하며, 1년에 한 번 이상 갑상샘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괜히 팔다리 무거우면 비정형적 우울증 
우울증으로 인해 매일같이 피곤해하거나 활력을 잃은 경우가 있다. 특히 이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을 경험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비정형적 우울증은 극도의 피로와 무기력감, 조기 불면증, 과다 수면, 팔다리 무거움 등 증상을 유발해 춘곤증과 비슷하다. 항우울제 같은 약물치료,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주 3회 이상 운동, 이완 요법, 금주 등을 시행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정심교 기자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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