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월부터 북한에 연락, 평양선 답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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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지난 2월 중순 이후 뉴욕(북한대표부)을 포함한 몇 개 채널을 통해 북한에 연락했지만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긴장 고조 위험 줄이려 접촉 시도”
미국, 민감 사안 이례적 배경 설명

4개국 정상 성명발표서 북한 거론
백악관 “중국에 초점 맞추지 않아”

블링컨 방한 앞 ‘답 없는 평양’ 공개
‘조기 대화 강조’ 문 정부에 메시지

앞서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는데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례적으로 즉각 확인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한 이유로 “긴장이 고조(escalation)하는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물밑 접촉 시도는 도발 자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과 5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했고, 오바마 재선 첫해인 2013년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에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당국자는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가하는 증가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이용 가능한 모든 옵션을 평가하는 등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철저한 기관 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 내 여러 부처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하고, 싱크탱크와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을 담당한 관료들을 포함해 대북정책에 관련된 많은 전직 정부 관료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쿼드 정상회의 “북한 비핵화 전념”…중국 언급은 빠졌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왼쪽부터)이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쿼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왼쪽부터)이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쿼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연합뉴스]

그는 또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동맹인 일본 및 한국의 의견을 수렴하고 ‘신선한’ 접근법을 탐색하기 위해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면서 “한·미·일 삼자 협의를 포함해 그들의 아이디어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대북 정책 검토가 아마 수 주 이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보 대행은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내내 한국과 일본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접촉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왜 공개했나=통상 외교 채널로 오간 사안은 관련 보도가 나와도 정부 차원에서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북·미 접촉과 같은 민감한 사안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번엔 즉각적으로 사실을 확인했고 나아가 구체적인 접촉 배경까지 설명했다.

시점도 미묘하다. 이번 보도는 오는 17~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 ‘2+2 회담’을 사흘 앞두고 나왔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조기 협상 재개 필요성을 미 측에 강조해 왔는데 미 측이 ‘우린 그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대화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라는 점을 선제적으로 알렸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선 협상 재개 요청의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접촉을 시도하는 전 과정에서 충분히 내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김정은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우리가 이미 독자적으로 접촉해 봤는데 북한은 답이 없었다’며 앞으로 제재와 압박은 유지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 둔다는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해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북한이 거절했다는 점에서 만에 하나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나설 명분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왜 안 응했나=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지 7일째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당대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본질적 문제’로 지칭하며 훈련 중단을 직접 요구했다.

미 측도 북한을 굳이 더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기조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방한 기간 연합훈련을 참관하지 않을 계획이다.

북한의 무응답 또는 무반응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우선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코로나19 비상 방역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강도 높게 독려하는 등 내부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19~20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첫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 변수도 있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중국을 제쳐놓고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맞는지를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쿼드’ 정상회의, 북핵 논의=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협력체)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첫 정상회의를 열고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4개국 정상은 회의 직후 ‘쿼드의 정신’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성명에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증진 ▶법치와 민주적 가치 수호 ▶코로나19의 경제·보건상 타격에 대응 ▶국제표준 및 미래의 혁신적 기술에 대한 협력 촉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념 등이 담겼는데 북한 문제가 그중 하나가 된 것이다.

4개국 정상은 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쿼드 정상회의에서) 다양한 국제적 사안에 대한 논의를 예상하며 중국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의해 제기된 도전에 대해 인도, 일본, 호주 지도자들과 논의했다”며 “오늘은 미국 외교에 중요한 날이며 이 정상회담은 대통령과 국가에 빅딜”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사상 첫 정상회의를 추진한 것은 쿼드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중심 부분이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한다”며 “4개국의 파트너십 구축은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바이든의 전략에 결정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박현주·김홍범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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