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꼬인 LH 대처…與 일각 "지금이라도 검사 투입"

중앙일보

입력 2021.03.14 17:56

업데이트 2021.03.14 18:05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정책발표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정책발표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저는 지난 금요일 특검 수사 도입을 당에 정식으로 건의했고,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께서 이를 전격 수용했습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특검은 대한민국의 법이 보장하는 국가 수사기관을 모두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기구이자, 가장 강력한 기구”라고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도 ‘특검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박 후보의 첫 제안 직후 당내에선 “좋은 대안이다”(이낙연 선거대책위원장), “제안을 수용한다”(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는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김 대행은 같은 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특검 수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선(先) 검찰-후(後) 특검론’으로 맞서고 있다. “특검은 합의와 구성에 한 달 이상이 족히 걸린다. 지금이라도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경험이 있는 검찰을 중심으로 합수부를 구성해 압수수색·계좌추적으로 증거인멸을 막아야 한다”(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주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전날(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는 청원 글을 올렸다.

특검론, ‘검수완박’과 상충?

현재 LH 사건 수사의 열쇠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중심이 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쥐고 있다. 당초 여권 일각에선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을 이번 사건에 대거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검사 1명이 합수본이 아닌 정부합동조사단에 파견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에 따른 것”(여당 관계자)이란 설명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 열린 신임경찰 임용식에 참석해 “공공기관 직원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은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경찰을 중심으로 한 엄정 수사를 당부했다. 같은 날 박 후보가 꺼내고 당 지도부가 호응한 특검 주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이 사건 수사는 합수본에서 맡고 있다. 특검 문제는 국회가 논의 중인 사안이라 저희가 드릴 말씀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만큼 박 후보의 ‘특검론’은 기존의 정부 대처와는 결이 다른 제안이었다. 특검은 통상 파견 검사가 수사팀의 주축을 맡아 수사와 기소를 함께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여당이 밀어붙이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는 방향이 반대라는 이야기다. ‘검찰개혁’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번 사건은 경찰을 통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며 “선거를 앞둔 박 후보가 특검을 언급한 건 이해되나, 그보단 국수본이 내실 있게 수사하고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 일각, “檢 투입” 주장도

한편, 여당 일각에선 여전히 “합수본에 검찰을 더 많이 투입해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LH 사태에 대한 국민 분노가 매우 심각하다. 특검 도입으로도 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폈다. 지난 10일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우리가 쥐를 잡는 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가릴 것 없지 않은가”라며 합수본 파견 검사 증원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는 국수본의 첫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에서 청구까지 3일이나 걸린 것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 고수의 부작용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반면 당 일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주춤해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이 LH 사태 수사 결과에 따라 동력을 잃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LH 직원들의 투기가 오래된 관행인 만큼, 1차 수사가 끝나도 여기저기서 차명 투기 의혹이 터질 수 있어 수사 신뢰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LH 특검’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선다. 마침 윤 전 총장이 물러난 대검찰청 역시 이날 의정부지검·인천지검·고양지청·부천지청·성남지청·안산지청·안양지청 등 신도시 지역을 관할하는 7개 지청의 부동산 투기 전담 부장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투기 엄정 대처방안’ 회의를 개최한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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