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의 편지 "'나도 '형이 쏜다' 칭찬받고 싶지만…"

중앙일보

입력 2021.03.14 15:31

업데이트 2021.03.14 16:20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IT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업과 보상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업계 분위기에 떠밀려 보상 수준을 급하게 올리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취지다.

2019년 6월 18일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중앙포토

2019년 6월 18일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중앙포토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12일 네이버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전날(11일) 사내 직원들에게 온라인으로 2시간 동안 글로벌 도전 전략을 설명한 소회를 담은 이메일이었다. 그는 “(설명회에서) 제가 너무 ‘사업’에 포커스하려다 보니 핫이슈인 ‘보상’에 대해 피해가려는 인상을 주지나 않았나 후회된다”고 운을 뗐다.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선 설명회에서 보상 방침이 나오지 않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해진 “사업 더 잘 돼야, 보상 싸움의 최종 승자”

이해진 GIO는 보상과 사업을 동전의 앞뒷면에 비유했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 ‘이 배를 탄 사람들이 후회가 없을지’의 문제, 즉 ‘사업’과 ‘보상’은 제가 20년 일해오면서 늘 가장 고민해온, 고민할 수밖에 없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본질”이라며 “좋은 사업 없이 좋은 보상이 이뤄질 리 없고 좋은 보상없이 좋은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IT업계의 보상 경쟁엔 선을 그었다.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각 회사마다 사업의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그 후유증이 염려된다”고 평가했다. ‘이유있고 질서있는 보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두 달 간 판교테크노밸리의 IT 기업들은 잇따라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지난 달 1일 넥슨(+800만원, 개발자 기준)을 시작으로, 넷마블(+800만원), 크래프톤(+2000만원), 엔씨소프트(1300만원+α) 등이 연봉을 올렸다. 여기에 유명 스타트업들까지 ‘이직 보너스’를 파격적으로 내걸면서 분위기는 더 달아 올랐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에서 보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그러나 경영진과 직원·노조 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사내 간담회에서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성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 조직을 중심으로 보상한다”,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네이버 밋업'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중앙포토

2021년 3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네이버 밋업'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중앙포토

“내가 하자던 해외사업 망하면 물러나겠다”

이해진 GIO도 이메일에서 “사업이 더 커지고 더 잘 되어야 타사와의 보상 싸움에서 최종 승자가 된다”며 장기적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상이 다들 보상만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리 사업에 대해서 점검하고 고민 먼저 하는 것”이라며 “사업 방향을 잘 잡고 사업이 잘 돼야 결국 좋은 보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전날 설명회에서도 이 GIO는 사업, 특히 해외 사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네이버 직원들에 따르면 그는 “한정된 기술과 기획 인력을 어디에 집중시킬지 판단해야할 때 국내보다는 해외가 더 좋은 결정”이라고, “3~5년 뒤 제가 하자고 했던 해외 사업이 망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GIO는 지난 1일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합작사인 일본 A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일본 최대의 인터넷 기업집단을 이끌고 있다. 4년간 그가 GIO로 직접 챙긴 글로벌 투자에서도 최근 북미ㆍ유럽 내 대형 M&A를 잇따라 발표하며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해진 GIO는 이메일에서 “솔직히 저도 ‘해진이 형이 쏜다’ 이런 거 해서 칭찬받고 사랑받는 거 해보고 싶긴 하다”며 “여러분들이 제기한 문제들…(중략)…많은 고민과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우리 경영진과 스텝을 믿어주세요“라고도 당부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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