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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맥주, KT 카세트…‘레트로’에 빠진 IT 업계

중앙일보

입력

KT가 이달 12~31일 온라인몰 'KT샵'에서 복고 스타일 카세트 플레이어인 '카세트(KASSETTE)'를 예약 판매한다. [사진 KT]

KT가 이달 12~31일 온라인몰 'KT샵'에서 복고 스타일 카세트 플레이어인 '카세트(KASSETTE)'를 예약 판매한다. [사진 KT]

기술의 진보를 화두로 내세우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잇달아 ‘레트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 지향적인 첨단 기술과 과거로 회귀하려는 레트로(Retro·복고주의)는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ICT 기업은 최근 신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태어난 젊은 층)에게 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마케팅에 복고적 요소를 접목하고 있다.

엑소 포스터+포토카드+달력도 제공

KT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온라인몰인 KT샵을 통해 뉴트로 스타일 카세트 플레이어인 ‘카세트’에 대한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카세트 플레이어는 지니뮤직·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와 협업했다. 와이즈원·엑소의 음악이 담긴 카세트테이프 앨범과 아티스트 포토카드, 단체 포스터, 달력, 노트 등이 포함돼 있다. 가격은 11만1000원으로 KT 멤버십에 가입하면 10% 깎아준다.

김병균 KT 디바이스사업본부장(상무)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카세트 플레이어 자체가 아날로그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MZ세대를 대상으로 감성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1999년 출시된 애니콜 'A100 미니폴더'를 커버에 적용한 갤럭시 버즈 프로. [사진 삼성전자]

1999년 출시된 애니콜 'A100 미니폴더'를 커버에 적용한 갤럭시 버즈 프로. [사진 삼성전자]

‘이건희폰’ 디자인 딴 무선 이어폰 케이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15일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프로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 홈페이지 구매자들에게 애니콜 스페셜 커버를 나눠줬다. 제품 케이스에 삼성전자의 텐밀리언셀러(1000만 대 판매)인 애니콜 디자인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이건희폰’이라고 불리는 애니콜T100 모델(2002년 출시)과 벤츠 자동차를 닮아 ‘벤츠폰’이라는 별명이 붙은 애니콜E700(2004년 출시) 모델을 본떴다.

두 제품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모았다. 출시 당일 주문이 폭주해 회사 측이 ‘배송 지연’ 안내 문자를 전송해야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1999년 선보인 일명 ‘깍두기폰’(애니콜 A100 미니폴더) 커버 디자인을 추가로 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의 애니콜을 그대로 재현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폴더폰에 대한 추억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도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에 ‘기술의 상징- 금성’ 표기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전략 스마트폰인 ‘LG 윙’을 출시하면서 ‘골드스타 레트로 패키지’를 선보였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시절 왕관 로고와 함께 ‘골드스타 리미티드 에디숀’ 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폰 케이스를 비롯해 에코백, 와펜(문장) 스티커 등에 적용했다.

이달 10일엔 GS25와 손잡고 ‘금성맥주’를 내놨다. 맥주캔 디자인에 ‘골드스타’ 로고와 고유의 황금색을 맛과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GS25 관계자는 “가전 브랜드와 맥주의 흥미로운 결합을 유발해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인 MZ세대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SK텔레콤은 온라인몰과 플래그십 매장인 티팩토리를 통해 레트로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선보였던 ‘스피드’와 1999년 젊은층을 겨냥한 ‘TTL’ 등의 브랜드 디자인을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10종),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5종), 휴대전화 스트랩(2종) 등이다.

SK텔레콤의 레트로 액세서리 상품들. 스피드ㆍ티티엘ㆍ준 등 SKT의 과거 브랜드 디자인이 적용됐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의 레트로 액세서리 상품들. 스피드ㆍ티티엘ㆍ준 등 SKT의 과거 브랜드 디자인이 적용됐다, [사진 SK텔레콤]

IT와 만나 ‘반전 매력’…리셀·래플 인기도 한 몫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레트로 디자인은 기성세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MZ세대에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선한 디자인으로 인식된다”며 “특히 최첨단 기능을 가진 IT 제품에 복고적 요소를 접목하면 ‘반전 매력’이 커지면서 ‘인스타그래머블(SNS에 자랑할만한)’ 콘텐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이런 IT 제품은 선착순·이벤트 등으로 구해야 하는 한정판 제품이 많다 보니 ‘리셀(되팔기)’이나 ‘래플(추첨)’ 등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는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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