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3세 경영인 시대…그들 앞에 놓인 리더십 숙제

중앙일보

입력 2021.03.14 06:0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왼쪽)과 김동관 대표. 사진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왼쪽)과 김동관 대표. 사진 한화

새 해 들어 ‘1980년대생·30대·3세대’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은 3월말 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책임자로 부상하거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한화의 김동관(38) 한화솔루션 대표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한화가 신사업으로 지목한 우주항공ㆍ방위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다. 한화에어로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의 대주주(34%)는 ㈜한화, ㈜한화의 대주주는 김 대표의 부친인 김승연 회장(22.6%)이어서 주총 통과가 확실시 된다.

김 대표는 그룹의 우주 산업 관련 핵심 기술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기로 한 상태다. 스페이스 허브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연구진, 위성통신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누군가는 우주산업을 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는 자세로 우주산업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주·수소·스포츠 등 신사업에 도전장 

LS그룹 3세인 구동휘(39) E1 전무도 26일 주총에서 사내이사 승인을 대기 중이다. 또 30일 LS네트웍스 주총에서도 사내이사 선임 승인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 의류 프로스펙스 사업자로 알려진 LS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E1(81.8%)이고, E1의 최대주주는 구 전무의 부친인 구자열(12.8%) LS그룹 회장이다. 구 전무 본인도 E1 지분 5%를 갖고 있다. LS그룹에서 3세대가 사내이사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범 LG가(家) 그룹의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성과 책임을 지는 단계까지 올라간 것”으로 해석했다.

E1의 정선 태양광발전단지(왼쪽)와 구동휘 E1전무. 사진 LS그룹

E1의 정선 태양광발전단지(왼쪽)와 구동휘 E1전무. 사진 LS그룹

현대가 3세인 정기선(39)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경영지원실장)은 수소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LPG(액화석유가스)를 들여와 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는 아람코가 본국으로 가져가 오래된 유전에서 잔여 석유를 뽑아내는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두 회사는 이달 초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자리에 현대중공업 측 대표로 나온 사람이 정 부사장이다. 그는 이날 협약식에서 “두 회사의 수소 드림(dream)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임직원들과 현장을 살피는 정기선 현대중 부사장. 연합뉴스

임직원들과 현장을 살피는 정기선 현대중 부사장. 연합뉴스

성과·리더십 보여줘야 경영자로 성장 

이를 두고 범 현대가 관계자는 “권오갑 회장이 조선ㆍ건설기계 등 종전 사업을 강화하고, 정 부사장이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나눈 것으로 안다”며 “신사업 성공 여부가 승계를 위한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정 부사장의 아버지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26.6%)이 지주사의 대주주고, 정 부사장의 지분은 5.3%다.

하지만 3세대 경영인들은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성과를 보여줘야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인사ㆍ조직학) 교수는 “신임 리더들은 그 누구도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며 "하지만 그만큼 자원 배분 능력이나 통찰력을 보여주며 성과를 내야 임직원들이 따르는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원준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리더십 교체로서 조직 전체에 전달한 셈”이라며 “다만 3세대 경영자까지 이어지는 회사에선 직원들이 존립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새 리더는 먼저 구성원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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