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빅토리아 여왕의 결혼선물 ‘체더치즈’, 어떤 맛이길래

중앙일보

입력 2021.03.13 12: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42)

우유의 카세인 단백질과 지방을 응고시켜 발효 숙성시킨 고형물을 치즈라고 한다. 낙농업이 발달한 유럽에서 치즈는 고대부터 대표적인 발효 식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발효식품인 김치를 즐겨 먹고 그 맛에 중독되어 가듯이 유럽에서는 발효식품인 치즈의 맛에 길들여져 있다.

4000여 년 전 고대 아라비아의 행상이 사막을 지나 먼 길을 떠나면서 양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염소젖을 넣어 가지고 가다가 며칠 후 주머니를 열어 보니 염소젖이 액체와 흰 덩어리로 변해 있었는데 이게 바로 최초의 치즈였다고 한다. 굶주린 배를 무엇으로든 채워야 했기에 상했을지도 모를 우유 덩어리를 먹어보았는데 맛이 썩 나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치즈의 유래로 알려진 이야기다. 염소젖이 덩어리진 이유는 동물의 위에 남아 있던 소화효소 레닛 때문이었다. 이 레닛에 의해 우유는 덩어리진 부분(응유)과 맑은 액체(유청)로 분리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우유를 발효시켜 덩어리진 부분만 틀에 넣고 굳혀 치즈를 만들어 먹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희곡이나 신화에도 치즈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고대시대부터 치즈를 일상적인 식품이었다.

로마인도 치즈를 무척 좋아해 치즈를 이용한 요리를 즐겼다. 고대 로마인은 주로 단단한 치즈를 만들어 먹었다. 단단한 치즈는 저장과 운반이 편리해 로마 병사의 중요한 식량이 되었다. 로마 제국이 점차 번성하면서 치즈 제조 기술은 이웃 나라에 전파되었고, 로마제국 붕괴 이후에도 산속이나 수도원에서 전통적인 치즈 제조 기술의 명맥을 이어 갔다.

치즈는 크게 천연 치즈와 가공 치즈로 나눌 수 있다. 가공 치즈는 천연 치즈에 식염이나 색소, 유화제 등 여려 재료를 첨가해 가공공정을 거쳐 성형했다. 수분함량에 따라 부드러운 크림 형태의 치즈인 코타지 치즈, 모짜렐라 치즈, 카망베르 치즈 등이 있다. 체더치즈, 파머산치즈, 로마노 치즈 등은 수분 함량이 적은 딱딱한 형태다.

영국 최고의 치즈 ‘체더치즈’

체더치즈는 큰 덩어리로 한데 모아 벽돌처럼 자른 다음 이것을 켜켜 쌓아 놓고 시간 간격을 두고 쌓인 위치를 바꾸어 주는 방법으로 만든다. [사진 pxhere]

체더치즈는 큰 덩어리로 한데 모아 벽돌처럼 자른 다음 이것을 켜켜 쌓아 놓고 시간 간격을 두고 쌓인 위치를 바꾸어 주는 방법으로 만든다. [사진 pxhere]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체더치즈는 로마 제국에 의해 영국에 소개됐다. 1170년 헨리 2세는 체더치즈를 영국 최고의 치즈로 선포하고 그해 4500kg을 구입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결혼선물로 체더치즈 540kg을 받았다고 하니 영국에서 체더치즈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체더치즈는 현재도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강한 맛과 향을 지니며, 단단한 형태를 띤다. 영국에서는 치즈 시장의 51%를 차지하였고, 미국에서는 모짜렐라 치즈 다음으로 일 인당 연간 소비량이 많은 인기가 있는 치즈다.

체더치즈는 체더링(Cheddaring)이라는 독특한 제조과정이 있다. 우유를 응고시킨 후 커드를 작게 잘라 유청과 분리시키고 유청을 빼고 남은 커드를 큰 덩어리로 한데 모아 벽돌처럼 자른 다음 이것을 켜켜 쌓아 놓고 시간 간격을 두어 쌓인 위치를 바꾸어 주는 과정이다. 체더링 과정을 통해 체더치즈는 다른 치즈와 다른 독특한 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그다음에 쌓아 놓은 커드 덩어리를 잘게 부순 다음 소금과 함께 섞은 후 이것을 치즈틀 안에 넣고 눌러준다.

전통방식의 체더치즈는 치즈 전체를 천으로 감싸서 숙성시킨다. 치즈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고, ‘호흡’할 수 있도록 표면에 검은 왁스를 칠하거나 타르를 칠한 검은 천으로 감싸 유통되고 있다.

체더링해 만든 반 딱딱한 경질치즈의 원산지는 영국의 남부 체더 마을이다. 색은 희거나 노르스름한 유백색을 띠고 있으나 색소를 넣어 오렌지색이 나도록 하기도 하며, 무게는 보통 14kg이 넘고 9~24개월 정도 숙성을 시킨다.

체더치즈의 종류

오렌지색으로 착색된 레드체다치즈. [사진 pixabay]

오렌지색으로 착색된 레드체다치즈. [사진 pixabay]

체더치즈는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호주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체더치즈’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저지방 치즈부터 고지방 치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치즈도 지방성분을 많이 함유할수록 부드럽고 촉촉한 크림 형태가 된다.

‘체더'는 치즈 생산법에 따라서 치즈 장인이 만드는 장인치즈(Artisanal cheese)와 저가로 대량생산되는 산업치즈(Industrial Cheese)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생산되는 체더치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치즈는 식품 첨가물로 맛이 조절되는데, ‘마일드’, ‘스트롱’, ‘올드’를 포장에 기입하여 맛을 나타내고 있다.

각국의 체다치즈

영국 서머밋지방의 체더 마을이 원산지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의 치즈가 생산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 미국이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도 자국의 이름을 붙여 체더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장에서 다양한 맛을 만들어낸 가공 체더 치즈가 생산되고 있다. 산업용 가공 체더 치즈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들 중 ‘뉴욕 스타일(New York style)’은 특히 자극이 강한 맛을 내고 다른 체더보다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

다양하게 즐기는 체다치즈

전통방식으로 만든 영국식 체다치즈는 주로 아침 식사 메뉴에 포함되거나 짭짤한 비스킷 제조에 흔히 쓰이며, 화이트와인에 적신 빵 위에 치즈를 얹어 녹여 먹는 크루트 오 프로마주(croûtes au fromage), 샐러드, 카나페, 햄버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식후 마데이라와인, 포트와인, 셰리, 라거 맥주에 곁들여 내기도 한다.

미국식 가공치즈인 체다치즈는 다양한 햄버거나 토스트 요리에 곁들여 사용하기도 하며 그냥 크래커나 셀러리와 함께 먹어도 훌륭한 풍미를 살릴 수 있고 쉽게 녹아 다양한 요리에도 많이 사용된다.

화이트와인에 적신 빵 위에 치즈를 얹어 녹여 먹는 크루트 오 프로마주. [사진 pixabay]

화이트와인에 적신 빵 위에 치즈를 얹어 녹여 먹는 크루트 오 프로마주. [사진 pixabay]

우리가 하루라도 김치를 먹지 않으면 속이 느끼하고 뭔가 먹은 것 같지도 않고 개운한 입맛이 없는 것처럼 유럽인도 치즈를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가 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치즈를 생산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산업용 치즈인 체다치즈는 한국에서도 슬라이스 치즈 형태로 다양한 빵 요리에 사용한다. 크림 형태의 체다치즈는 각종 요리의 디핑소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만든 전통방식의 체다치즈는 딱딱하고 발효되어 고린내가 심한 치즈로 처음에는 그 맛을 음미하기 힘들지만 차츰 혀 속에 녹아드는 깊은 맛을 알게 되면 중독성이 있어 자꾸 찾게 된다. 정말 다양하고 종류도 많은 체다치즈지만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결혼 선물이었던 체다치즈의 맛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전통방식으로 만든 체다치즈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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