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SF 청정지대’ 만든 포천…야생 멧돼지 차단 ‘신의 한 수’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북부 최대 양돈도시인 포천 지역의 양돈농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청정지대’다. 지난 2019년 9월 이후 주변 경기·강원 접경지역 일대 양돈농가에서 ASF가 잇따랐지만, 총력 방역 대책으로 맞서고 있다. 이 결과 양돈농가의 ASF 발생이 1년이 넘도록 전무한 상태로 꿋꿋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양돈농가에 ASF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야생 멧돼지의 ASF 발생이 이어지고 있어 시 방역 당국과 양돈농가가 긴장하고 있다.

박윤국 포천시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 18일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둘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셋째)에게 포천시 야생 멧돼지 차단 광역 울타리 설치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포천시

박윤국 포천시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 18일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둘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셋째)에게 포천시 야생 멧돼지 차단 광역 울타리 설치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포천시

이런 가운데 포천시는 야생 멧돼지로 인한 ASF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신의 한 수’와 같은 방역 대책을 전국 최초로 개발, 시범 운용하기 시작했다. 포천시는 12일 “야생 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설치한 차단 울타리에 최근 전국 최초로 슬라이드 방식의 자동출입문을 시범 설치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포천시 지역에 전국 최초로 설치된 자동출입문 방식의 새로운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포천시

경기도 포천시 지역에 전국 최초로 설치된 자동출입문 방식의 새로운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포천시

차단 울타리 뚫려 바깥지역에서도 ASF 발생  

시에 따르면 최근 야생 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 차단 울타리 바깥에서도 ASF로 폐사한 야생 멧돼지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차단 울타리 출입문이 수동방식 개폐 장치로 돼 있어 관리자가 닫지 않으면 열려 있는 상태가 많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차장이나 마을 입구 등지에 설치된 차단 울타리 출입문의 경우 장시간 열려 있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 멧돼지. 환경부

야생 멧돼지. 환경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이런 결과 전국적으로 1100억여원이 투입돼 2000㎞ 이상 길이의 차단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ASF에 걸린 야생 멧돼지 20여 마리가 광역 울타리 바깥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차단 울타리에서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ASF로 폐사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되고 있다.

포천시, 차단 울타리 자동출입문 개발  

이에 포천시 ASF팀은 차단 울타리 출입문을 보완한 자동출입문 제안서를 환경부에 보고했다. 이어 울타리제작 전문기업에 의뢰, 태양광을 이용한 슬라이드 방식의 자동출입문을 전국 최초로 개발, 지난달 말 시범 설치했다. 태양광을 이용한 슬라이드방식이어서 탄소 중립이라는 정부 기조도 준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엔 홍정기 환경부 차관과 관계자들이 자동출입문 설치현장을 방문했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자동출입문은 가로·세로 각각 4m 규격이어서 차량 출입에도 지장을 받지 않는 장점도 갖췄다”며 “시범 운영 결과 자동출입문이 ASF 차단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 양돈농가에도 설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포천시 친환경정책과 ASF팀 관계자는 “민가나 인접도로 등에 자동출입문을 설치, 야생 멧돼지 이동통로를 차단해 ASF 확산을 방지하겠다”며 “울타리 현장점검 및 관리자 인건비도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국 포천시장 “태양광 이용, 차량 출입 가능”  

경기도와 포천시에 따르면 포천 지역에서는 한탄강과 인접한 창수면, 영북면, 영중면, 신북면을 중심으로 179개 농가가 돼지 32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는 경기 북부 10개 시·군에서 키우는 돼지의 40%를 차지한다. 포천은 연천, 파주와 달리 양돈농가에서의 ASF 발생 지역이 아니어서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돼 돼지 사육을 지속하고 있는 곳이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019년 9월 16일 파주를 시작으로 다음 달 9일까지 연천, 김포 등 총 북부 3개 지역 양돈농가에서 9건의 ASF가 발생했다. 이에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207개 농가 34만7917마리의 돼지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다행히 방역 당국과 양도농가의 총력 방역 덕분에 경기 지역 양돈 농가에서는 1년 5개월째 더는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지역에 설치된 수동 개폐 방식의 기존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포천시

경기도 포천시 지역에 설치된 수동 개폐 방식의 기존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포천시

야생 멧돼지 ASF 1년 5개월째 지속 발생  

하지만 양돈농가 돼지의 ASF의 매개체가 되는 야생 멧돼지의 ASF가 접경지역에서 1년 5개월째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포천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경기 지역 야생 멧돼지 ASF는 지난 2019년 10월 3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연천 372건, 파주 100건, 포천 57건, 가평 17건 등 접경지역 4개 시·군에서 모두 546건이 발생했다. 11일에도 연천에서 6건이 추가 발생했다.

이날 포천(3마리)과 연천(2마리)에서는 ASF에 감염돼 폐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야생 멧돼지 폐사체 5마리도 발견됐다. 다행스럽게 이날 ASF로 확진된 폐사체와 추가 발견된 폐사체는 모두 광역 울타리 내 지역이다. 이에 따라 광역 울타리 바깥으로의 ASF 확산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경기 지역과 접한 강원 접경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야생 멧돼지 ASF 661건이 발생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