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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하늘에서 본 노랑 세상, 산수유꽃 만발한 구례 산동마을

중앙일보

입력

해마다 3월 중순이면 지리산 자락에 들어 봄맞이 의례를 치렀었다. 산골 마을 돌아다니며 노란 기운으로 돌아온 봄과 재회했었다. 작년엔 어쩔 수 없이 의식을 걸렀다. 2020년 봄,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을 꽁꽁 가뒀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두 번째 찾아온 봄, 올해는 예년보다 1주일 먼저 지리산에 들었다. 올봄엔 화신(花信)이 한참 이르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다. 전남 구례 산동마을에서 산수유꽃과 조우했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꽃만 바라봤다.

산동의 마을들은 지리산 마루금을 병풍처럼 두른 산골 마을이다. 산동(山洞)이라는 이름이 산골 마을이라는 뜻이다. 지리산 서부 능선 만복대(1433m)와 주 능선 노고단(1502m) 사이 아랫자락에 기대어 들어섰다. 산동의 마을들은 만복대와 노고단 사이 계곡에서 발원한 서시천을 따라 모여 있다. 서시천은 구례 읍내를 끼고 돌아 섬진강에 몸을 푼다.

산동의 마을들을 일러 ‘구례 산수유 마을’이라 한다. 서시천 상류부터 월계마을, 상위마을, 하위마을, 대음마을, 반곡마을, 평촌마을, 원좌마을, 상관마을, 중동마을, 사포마을까지 그리고 19번 국도 건너편의 현천마을과 원동마을도 넣어 산수유 마을이라 부른다. 여느 마을의 소나무처럼 산수유나무가 흔한 마을들이다. 구례군청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산수유의 62.6%가 구례에서 생산되며, 산동면에만 9만5436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산다.

산수유 마을의 봄이 재미있는 건, 해를 넘기면서 명소가 바뀐다는 데 있다. 십수 년 전에는 상위마을이 먼저 알려졌었다. 노랗게 반짝이는 산촌과 고즈넉한 돌담길 풍경이 그윽했다. 뒤이어 현천마을이 유명세를 치렀다. 마을 어귀 저수지에 드리운 노란 반영이 전국에서 사람을 불러 모았다. 서너 해 전부터는 반곡마을이 떴다. 반곡마을과 대음마을 사이로 서시천이 흐르는데, 서시천으로 내려가 만복대를 올려다보는 자리가 신흥 명당으로 떠올랐다. 만복대에 춘설이라도 내리면 서시천변의 노란 풍경과 만복대의 하얀 풍경이 한 폭에 담기는 동양화가 빚어진다.

구례 산수유 마을이 노란 기운으로 아득하면, 비로소 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봄이 왔다. 2년 만에 봄이 돌아왔다.

구례 글·영상=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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