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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이낙연, 국민 분노 확산되자 변창흠 교체 촉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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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03면

사의를 밝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밤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의를 밝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밤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불과 반나절 만에 ‘버티기’에서 ‘사의 표명’으로 입장을 선회한 데는 급속히 악화된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와 여권의 공통된 평가다. 결과적으로는 자진 사퇴라는 형식을 밟았지만 사실상 경질로 해석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1일 정부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20명이 3기 신도시에 자신의 명의로 땅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11명의 구입 시기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변 장관 ‘사실상 경질’ 배경 #재·보선 앞두고 여권 위기감 고조 #교체 소극적 문 대통령 마음 돌려 #문, 사저 논란에 “좀스럽고 민망” #야 “만시지탄, 꼬리 자르기” 비판

문 대통령은 당초 변 장관 교체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변 장관을 교체할 경우 그가 주도한 2·4 공급 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까지 증폭되자 결국 교체 결심을 굳혔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 핵심부에서 변 장관 경질 요구가 직·간접적으로 표출된 것도 문 대통령에겐 부담이었다. 당·청 핵심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변 장관 거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수면 아래에선 긴박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5일 변 장관이 TV에 출연해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며 LH 직원들을 감싸면서 여권 내부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그중 정세균 국무총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정 총리는 정부 합동조사단을 발족한 지 사흘 만인 지난 7일 “변 장관이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한 데 이어 지난 10일엔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든지 다 책임질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신중론이 강했던 당내 기류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어 지난 11일 합조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변 장관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사퇴는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대표 사퇴 전인 지난 8일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당내 여론을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건의에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정책의 연속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 주변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지고 정부의 1차 조사 결과에 대한 여론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자 문 대통령도 결국 변 장관 교체를 결심하게 됐다.

여권 고위 인사는 “문 대통령이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변 장관의 존재가 오히려 공급 정책의 실현을 가로막는다고 판단되자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퇴임 후 사저 매입 논란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도 여론 악화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야권은 문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변 장관은 처음부터 임명되면 안 됐다. 이제야 해임 요구를 수용하니 만시지탄”이라며 “행여 정권에 불길이 번질까봐 변 장관 혼자 책임지라는 ‘꼬리 자르기’는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재·보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는 봐야겠고 새로 후임자를 구할 시간도 벌어야겠으니 한시적 유임을 결정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태화·심새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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